영업정지 파장 '물고 뜯는' 이통사 속사정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7:46:58
  • 댓글 0개

자숙 선언 하루 만에 또 '으르렁'

[일요시사=경제1팀] 보조금 과다지급 경쟁행위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이동통신사들이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 KT는 LG유플러스가 가입자를 불법 모집했다며, LG유플러스는 흠집내기라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KT측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 기간이 연장될 수 있는 상황. 진위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부터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여름에 있던 보조금 과다지급 경쟁행위로 인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처분에 따라 차례로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이미 지난 7일부터 24일 동안 LG유플러스의 신규가입자 모집이 금지됐고 SK텔레콤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KT는 다음달 22일부터 3월13일까지 각각 신규가입자를 유치할 수 없다.

낯 뜨거운 싸움

방통위는 또 이통3사에 대해 118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68억9000만원, KT는 28억5000만원, LG유플러스는 21억5000만원 등이다.

단 기기변경과 각종 부가서비스, 인터넷·IPTV(인터넷방송) 등 유선상품 관련 업무는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해당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알뜰폰(MVNO) 사업자는 영업정지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통신시장에 '암흑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에는 방통위의 시장조사활동이 강화되고 각 통신사들의 감시활동도 강화되면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제한과 과징금 조치가 나온 이후 이통3사는 "방통위 심의를 계기로 과열을 유발한 사업자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와 강력한 제재를 통해 시장안정화로 전환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시장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 나갈 것"이라며 자숙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영업정지 첫날부터 경쟁사 불법행위를 거론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주체는 국내 LTE 시장에서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 LTE 가입자수는 SK텔레콤이 750만, LG유플러스가 450만, KT가 400만명이다.

보조금 과다지급 적발…신규가입 제한 조치
휴업 첫날부터 "경쟁사 불법" 헐뜯기 공방

첫 포문은 KT가 열었다. KT는 지난 8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 중 신규가입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7일 수도권과 부산 LG유플러스 대리점을 통해 신규가입을 두 번 시도해 모두 가입이 가능했다"며 "영업정지 기간 중 가입자를 모집한 만큼 방통위에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업정지 직전 주말인 지난 5일과 6일 예약한 가입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방통위가 7일 한시적으로 신규 전산을 열어준 것을 빌미로, 주말 이전에 예약하지 않은 가입자까지 불법으로 개통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리점 사장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미리 신규 개통한 후 명의만 바꿔 판매하는 방식인 '가개통'도 사용됐다고 주장하면서 가입자 명단에 대한 자료공개도 요청했다. 가개통은 이미 개통된 휴대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에서 신규가입이 아닌 기기변경으로 잡혀 영업정지를 피해가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불법 영업행위로 지적받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고폰과 과다 요금 청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흠집내기'라는 것. LG유플러스는 지난 8일 "영업정지 기간 동안 명의변경을 악용해 만에 하나 이뤄질 수 있는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가개통 또는 기존 이용자의 해지신청을 신규가입자에 대한 명의변경 방법으로 전환하는 행위 등을 대리점에 금지하도록 한 바 있다"며 "일부 대림점에서 가개통 물량에 대한 명의변경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7일부터 번호이동, 010 신규가입, 명의변경을 전면 중단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주말 예약 모집을 받은 것을 7일 개통한 것에 대해서는 "주말 예약 모집분에 대한 7일 개통은 개통 불능에 따라 개통이 안 된 모집분으로 방통위도 정지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며 "경쟁사의 의도적 문제제기 가능성이 있을 것을 염두해 방통위에 주말 신청 건에 대해 미리 제출했고 전산 확인 결과 추가 개통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KT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내놓자 불똥은 KT로 번졌다. KT가 직원들까지 동원해서 고객으로 위장, 고의적으로 대리점에 가입을 유도하고 이를 증거로 방통위에 신고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게다가 기자회견을 열어 경쟁사를 공개 비방하고 주무기관에 신고까지 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방통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양사는 법적 또는 도덕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LG유플러스가 실제로 불법 영업을 했을 경우에는 영업정지 기간 연장 등 추가 가중 처벌이 나올 수 있고 불법 영업이 아니라면 KT는 경쟁사의 정상적인 행위를 과대포장에 악의적인 '흠집내기'를 했다는 비난을 떠 안아야 된다.

방통위 결정 주목

일각에서는 앞으로 SK텔레콤과 KT의 영업정지가 이어지는 만큼 첫날 전산처리 문제에 대해 방통위가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같은 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영업정지 첫날에는 전산망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산처리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모든 이통사가 영업정지 첫날 전산망을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영업정지 직전까지 가입자를 대거 확보하기 위해 꼼수를 저지르겠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