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망령 '유신마케팅'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1 10: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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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박정희 숭배' 전국서 돈질

[일요시사=사회팀] 경상북도를 기준으로 MB정부 5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에 사용된 국고는 모두 1270억원이다. 민간 출자는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18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이라는 관광 코스가 개발됐다. 그리고 지난달 19일 '대통령 박근혜'의 탄생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는 잔치판이 벌어졌다.

새해 첫날 오전 11시 경기 안성 영평사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신년 차례제'가 열렸다. 궂은 날씨 탓에 많은 인파는 모이지 않았지만 몇몇 스님들과 참가자들이 '박정희 추모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평사 주지인 정림스님과 신도들이 돈을 모아 건립했다는 '박정희 추모관'은 건립 대지 1만3200㎡(약 4000평), 총건평 1120㎡(약 340평) 규모다. 건립비용은 약 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상 3층인 이 추모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등 유품 2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50억
땅 사는데도 70억

이 '박정희 추모관'을 건립한 정림스님은 "내가 좋아서 진행한 사업이며 절대로 정치권의 돈은 받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추모관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열린 '박정희 추모관' 개관식에는 박근령 한국재난구호 총재가 참석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캠프 특보단장을 지낸 박창달 전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영남학원 이사진이자 국립암센터 원장을 지낸 박재갑 교수, 황은성 안성시장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추모관을 둘러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시주를 받은 스님도 벽에 걸린 육영수 여사의 영정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반년이 흐른 구랍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각 일간지 머릿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1일 육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은 "육영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옥천군은 다가올 2017년까지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육 여사 생가 앞에 '육영수 기념관'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부지 규모 5만㎡(약 1만5000평)에 이르는 이 사업은 대지매입까지 포함해 모두 14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옥천군 측은 이중 절반인 70억원을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옥천군의 관광개발사업 담당자는 "오래 전부터 기념관 건립계획이 있어왔다"면서 "아직 계획서만 갖고 있고 올해 예산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정도면 대지 문제가 해결되고 기념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육영수 기념관' 건립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농업진흥구역으로 묶여 있는 건립 예정 대지의 용도변경이다. 20명 남짓한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땅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개발제한구역이다.

박 당선되자 곳곳에서 '잔치판'…일가 기념사업 봇물
생가 관광코스·기념관·추모관·테마공원 건립 추진

그러나 옥천군 측은 "올해 안에 토지 용도변경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 대지에 대한 실사나 농부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단계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옥천군은 이미 지난 2011년 37억원을 투입해 육 여사의 생가를 복원했다. 조선 전통한옥으로 꾸며진 이곳은 충청북도기념물로도 지정돼있다.


특히 육 여사의 생가는 대선을 앞두고 관광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대선 기간 전국 곳곳에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는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이 단돈 1만원'이라는 전단이 나붙었다. 대구에서는 관광 가격이 5000원까지도 내려갔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선심성 관광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당시 선관위는 "의혹만으로는 조사할 수 없다"며 뒷짐을 지었다.

비슷한 시기 옥천군은 육 여사의 전기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와 관련된 소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아직 대선이 치러지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에 옥천군은 "금전적 지원은 없다"고 못박았다. 옥천군의 문화사업 담당자는 "영화 제작사 측과 몇 차례 통화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리고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의 제작사 '드라마뱅크(대표 주기석)'는 지난해 11월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는 기획 단계부터 '유신 마케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라는 지적부터 '정치권이 돈을 댄 영화'라는 풍문까지 돌았다. 드라마뱅크 측이 밝힌 예상 제작비는 66억원, 이 영화의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김용대 PD는 최근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 "순제작비 46억원에 마케팅 비용이 20억원 정도 들어가며 현재까지 목표액의 절반 정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유신 향기 솔솔
당선 특수 노려

지난해 사전 입수한 이 영화의 '투자 유치 파일'에 따르면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의 주 타깃은 40∼50대, 목표 관객은 1천만명 이상이다. 영화 관람료와 판권 등을 포함하면 제작비를 훨씬 웃도는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특히 드라마뱅크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를 소개하면서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세대가 이 영화를 통해 향수를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이 영화는 대선 바람을 타며 지난해 12월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크랭크인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작사 측은 당시 투자자에게 "올해(2012년) 안에 무조건 개봉합니다"라고 말하며, 대선 특수를 암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메인 투자사인 제일진흥주식회사를 제외한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50대 이상이었다.

이처럼 '유신 마케팅'을 노리는 건 비단 영화계뿐이 아니다. 영화와 동명의 뮤지컬인 <퍼스트레이디>는 '스타앤미디어(대표 박근태)'라는 제작사가 투자를 맡기로 했다. 지난달 7일 서울메트로 인재개발원에서 제작발표회를 연 <퍼스트레이디>는 연극 <육영수>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80.14%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대구도 '유신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대구 소재 한 민간 호텔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박 전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는 객실을 '박정희 테마룸'으로 개조했다. 대구시도 이에 가세했다. 박 당선인이 태어난 곳에 안내표지석 등을 설치, 박 당선자를 대구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당선인이 태어난 곳은 현재 대구 최고의 번화가로 그 흔적을 찾기 쉽지 않지만 대구시는 '박 당선인 기념사업'에 집념을 보이고 있다. 한 대구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살았던 곳에 생가가 남아 있으면 그곳을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는데 일단은 대지 매입 없이 안내표지석 등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요구도 있었고, (박 당선인이) 당선됐을 때 현수막도 걸고 한 것을 보면 사업의 의미가 없지 않다"면서 "대통령 탄생지에 안내 표식을 하는 건 우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박 당선인이 정확히 어디서 태어났는지 조사 단계에 있고, 현재 있는 '대구 도심 골목투어 코스'에 박 당선자 탄생지를 포함하게 되면 일정 부분 추가 경제 이득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구시가 '유신 마케팅'의 일환으로 박 당선자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입수한 구미시의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실시설계 용역 요청서'에 따르면 구미시는 지난달 7일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상모동 151번지 공원화 사업부지 내에 실시설계 용역 공개입찰을 공고했다. 생가 주변 1만5400㎡(약 4650평) 대지 규모로 35억원의 시 예산을 들여 시작된 이 공사는 13일 적격 심사를 마친 건설사를 상대로 개찰을 시작했으며, 현재 입찰이 끝나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아침이 밝았네
홍보관이 열렸네

이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사업은 인접 지역에서 진행 중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과는 별도로 관리된다. 각 사업마다 따로 예산이 배정돼있다. 최근 구미시가 입찰 용역 업체로 발송한 '과업 요청서'에 따르면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는 '박정희 대통령 추모관' 건립 기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박정희 홍보관'이라고 불리는 이 시설에는 유품 전시실과 기념품 판매소 등이 들어선다. 구미시는 착공일로부터 75일 이내에 공사를 완료하고 '박정희 홍보관' 주변을 관광특구로 개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미 2008년부터 시작된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에는 도비 25억원이 지원됐으며 시비는 261억원이 집행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 '박정희 홍보관' 주변에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새마을 테마공원 프로젝트에는 '박정희 동상' 주변 시설을 포함한 26만3553㎡(약 7만9000평) 대지에 총 792억원의 예산이 배정돼있다.

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내에는 근면·자조·협동 이념관, 새마을운동 연수시설 등이 들어서며, 1960∼70년대 농촌마을이 재현된다. 구미시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구미시는 매년 정수정학회와 함께 '대한민국정수대전'을 주최하고 1억7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정수대전'은 구미시에 위치한 '박정희 체육관'에서 개최되며 박 전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로 96번째를 맞는 '박정희 탄신제'에는 매년 7500만원의 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박정희 탄신제'는 말 그대로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을 기념하면서 열리는 행사로 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그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육영수 전기영화 개봉 임박
비슷한 내용 뮤지컬도 제작

그러나 구미시는 2013년에도 탄신제 지원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오히려 매해 700만원 규모로 지원되던 박 전 대통령 추모제 예산을 1500만원으로 증액 편성했다.

그리고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지난 2일 남유진 구미시장과 심학봉 의원, 김태환 의원 등은 새해 첫 일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생가 방문을 선택했다. 이날 오전 생가를 찾은 남 시장 등은 헌화를 분향하며 박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박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향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만큼 박정희 복원사업도 다시 활개를 찾지 않겠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당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주민들은 이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988년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에서 '군탄공원'으로 개명된 갈말읍 군탄공원은 최근 옛 명칭인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으로 개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몇몇 '박정희 추앙 단체'를 중심으로 획책되고 있는 이 운동은 박 당선인의 강원도 방문과 함께 탄력을 받고 있다.

군탄공원은 지난 1963년 박 전 대통령이 퇴역하면서 "다시는 나와 같은 불우한 군인이 되지 마라"라는 말을 남긴 곳으로 1969년 육군 5군단이 박정희 정권 당시 '박정희 장군 전역비'를 세우면서 공원화가 추진됐던 곳이다. 1976년 전역비를 중심으로 공원화가 조성될 당시의 대지 규모는 2만2845㎡(약 6900평)였다.

떴다 하면 유적
역시 유신스타일

지난 7월 박 당선인은 대통령후보 신분으로 강원에서의 일정을 소화하던 중 선친이 전역을 맞이한 육군 5군단을 찾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과 동행하던 정호조 철원군수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전해졌다.
"철원에 전역비가 지금도 있어요?"
박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구랍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 때 <월간 박정희>라고 적힌 종이봉투를 손에 꼭 쥐고 있던 건 우연이 아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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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