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무차별 학대 '아동 잔혹사'

자녀가 심심풀이 땅콩? 손가락 자르고 가죽벨트로 때리고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인천에서 한 계모가 의붓딸에게 엄청난 양의 소금을 밥에 섞어 강제로 먹이고 상습적으로 폭행해 10살인 아이가 결국 쇼크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금 학대사건 발생 2주 전에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3살 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젊은 부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흔히 영혼살인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 그 충격적인 실태를 파헤쳤다.

이른바 '영혼살인'이라 불리는 아동학대. 이 말 속에 숨은 의미는 성인이 돼서도 어릴 때 받은 학대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음을 뜻한다. 이처럼 한 번 곪은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원상복구 되기엔 쉽지 않다. 힘없는 아이들을 학대라는 굴레 속에 무참히 가둬버린 인면수심 어른들. 이들은 왜 아동학대를 자행하고 있는 것일까.

무차별 아동학대
스트레스 해소용?

최근 아동학대 발생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고 건수만 해도 1만 건에 달하고 아동학대의 가해자 중 친부모가 무려 86%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다. 대표적인 아동학대사건으로는 최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주남저수지 아동 유기사건’이 있는데 이 역시 친모의 소행이었다. 이처럼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는 친족 간에서 무수히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남저수지 영아 유기사건의 피의자인 최모씨의 아동학대는 남편과의 이혼과 육아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씨는 슬하에 3남을 두고 있었으며 셋째 아들 박모군이 “아빠가 보고 싶다”며 보채자 아이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발로 몸을 차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해 아이를 살해했다. 이어 자신의 범행이 숨기려 미리 구입한 가방 속에 아이 시신과 돌을 넣어 저수지에 빠뜨렸다.

며칠 후 한 20대 청년이 낚시를 하다 박군이 담긴 가방을 우연히 발견해 피의자 최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저수지 속 가방에서 발견된 박군의 부검결과 위장에 음식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고, 경찰은 이 점을 미뤄 최씨가 박군에게 사건 당시 밥 한 끼도 주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의 이혼 소송 중 아이가 아빠를 찾으며 울고 보채기에 홧김에 때렸다”고 터무니없는 진술만을 남긴 채 입을 닫았다.


생활고에 시달려 영아 살해·유기 부모 급증
주폭 부모에 상습적 구타당하는 아이들 늘어

약 2년여 전 모 방송에서 갑자기 사라진 자매의 행방에 관련해 보도를 했었다. 이 방송에서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딸을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사람들 눈을 피해 유유자적하고 있는 부부와 자매의 행방을 낱낱이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부부는 어느 날 두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난 뒤 10달이 되도록 행방이 묘연해진다.

시간이 지나 부부의 두 딸은 경기도 포천 여우고개 낭떠러지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부모의 시신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은박 돗자리에서 부부의 유서로 보이는 듯 한 종이가 자매의 시신 곁에서 발견됐다.

아이들의 엄마인 박모씨는 유서에 “죽으려 시도했는데, 그도 여의치 않네요.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어 용기를 내봅니다. 우리는 산정 호수에 빠져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들의 시신이 잘 거둬지길 바라면서 세상을 떠납니다”라고 남겼다. 유서는 부부가 아이들과 여행을 떠난 후 딱 9일 만에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유서 작성 후 4일 후 은행에 예금을 인출하러 박씨 부부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의정부 한 은행에 다시 나타났다. 그렇게 박씨 부부는 현금을 인출해 농장과 산골 등을 오가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부부의 아이들은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의 생사를 묻는 사람들에게 “호주로 유학을 보냈다”고 둘러대며 자리를 피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이들은 야반도주를 하듯 머무르는 곳을 옮기며 아직도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가 아이들만 버리고 자신들만 살아서 유랑생활을 이어나가는 박씨 부부.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못 이겨 동반자살을 선택했지만 결국 죄 없는 아이들만 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주폭 부모, 아동에
구타·앵벌이까지

지난 2010년 이웃에 의해 신고접수 된 아동학대는 알코올 의존도가 심한 주폭 아버지에 의한 아동학대였다. 한 피해아동의 아버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아이들을 학대해왔는데, 부인이 가출하고 난 뒤 더 심해진 케이스였다. 그는 사건 당시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을 마신 채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그는 아이의 머리채를 잡고 벽에 수차례 찧게 했으며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쳤을 뿐 아니라 들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 실신하게 만들었다. 결국 아이의 머리는 3군데나 찢어졌고 피해 아동의 언니가 “살려 달라”고 이웃에게 애원하면서 마침내 폭행은 중단됐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구속된 그는 “내가 내 자식 때리는 게 무슨 죄냐”며 “애가 말을 안 들어서 그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코올 의존 부모의 아동학대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6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의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했다. 홀로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던 백모씨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무차별 폭행과 욕설을 가했으며, 사건당일에도 술에 잔뜩 취한 채 약 4시간 동안 딸을 향해 욕을 쏟으며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등 강도 높은 폭행을 일삼았다. 백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고 실토했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그는 1992년에 딸이 태어난 후부터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치부하며 신체·정서적 학대를 해왔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백씨는 자신과 너무 많이 닮아있고 고집이 센 딸이 싫다는 이유를 들어 무차별 폭행을 가했으며, 수시로 자신의 딸에게 “너는 내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의 아동학대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 바로 방임이었다. 방임하는 부모들은 빈곤 혹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끼니를 굶기거나 앵벌이를 시키는 등 파렴치한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었다. 간혹 정신분열을 앓아 부득이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 하는 부모도 있지만 일반 부모들에 의해 방치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어린 형제가 부모에 의해 무차별 폭행에 시달린 후 방치된 사건이 있다. 3살 난 지민(가명)이와 형 지원(5·가명)이는 아빠와 계모랑 같이 살며 상습적인 구타와 방임에 시달려왔다. 지원이는 매번 온몸에 멍이 들 때까지 우산으로 맞았고 지민이는 생후 25개월에 몸무게가 10kg 안팎으로 또래보다 발육 상태가 나쁜 편이었다.

도가니 현실로…
장애아 학대 심각

두 형제는 하루에 제대로 된 한 끼도 먹어본 적이 없었고, 단지 부모의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만 살아가야 했다. 영양실조에 심각한 빈혈까지 앓고 있었던 지민이는 결국 집안 욕실에서 넘어져 뇌사 상태에 빠져 버렸고 형 지원이도 부모의 반복되는 구타로 인해 실신상태까지 가게 됐다.

다른 사례로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아이를 쓰레기 더미에서 키우고 술값을 보태라며 앵벌이를 시킨 모진 엄마의 사례다. 남편과 이혼 후 알코올 중독증세가 더욱 심해진 이모씨는 5살 난 딸에게 온갖 욕설과 구타를 가하며 강제로 앵벌이를 시켰다. 물론 자신의 술값을 대기 위한 것이었다. 이씨는 전기도 끊기고 난방도 안 되는 쓰레기로 덮인 집에 아이를 방치한 뒤, 아이가 앵벌이 해온 돈으로 밖에서 술을 마시며 동네를 누볐다. 반면 이씨의 딸은 먹을 것이 없어 길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생활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이웃들은 이씨를 아동학대로 고발하기에 이르렀고, 아이는 곧 엄마의 품을 떠나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아동이 일반아동보다 다양한 유형의 학대를 경험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 김포시판 ‘도가니 사건’이 발생했다. 김포시의 모 장애아동복지시설 원장은 수년간 장애아동을 구타하고 굶기는 등 무차별 학대를 해오다 직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내용인 즉 원장 김모씨는 장애아동들의 뺨과 엉덩이, 손바닥 등을 나무 막대기로 때리고 끼니를 챙겨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오는 날 아이들을 시설 밖으로 내쫓아 장시간 비를 맞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씨는 아이들을 임의적으로 성인생활시설로 보내 학교에 등교시키지 않는 등 이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장애아동들 유형별 학대도구로 전락
미·중 등 선진국 아동학대 상상초월

하지만 김씨는 경찰조사 도중 “재활교사 또한 장애아동들에게 학대와 폭언을 일삼는다”고 폭로했다. 재활교사들은 단순한 체벌일 뿐 학대는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조사가 깊숙이 들어가면서 재활교사들의 파렴치한 행위들도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재활교사들은 아동들에게 수시로 야간 시간 동안 2시간이 넘는 벌을 세웠으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호소한 여아에게는 서서 소변을 보라고 나무랐다. 또한 하반신에 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빨리 가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너 참 싸가지 없이 행동한다” 등의 매서운 폭언도 멈추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 강력한 사법체계와 복지혜택이 잘 마련된 선진국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아동학대가 노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친부모 혹은 계부모, 베이비시터 등이다.

대표적인 아동학대 살인사건으로 ‘브리아나 로페즈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아동은 생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친부모와 삼촌으로부터 무차별 폭행과 성적 치욕을 당했고 끝내 숨지고 말았다. 미국과 영국 전역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브리아나 사건을 간단히 정리했다.

이유 불문
해외 아동학대

브리아나 로페즈는 지난 2002년 밸런타인 데이날 태어난 귀여운 여자아이로 첫돌이 되기 전부터 친부모와 삼촌에게 온갖 학대를 받아왔다. 브리아나의 친모와 친부, 삼촌은 재미로 아이를 하늘로 집어던져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었고 아이가 울 때마다 온몸을 물어뜯어 상처를 냈다. 더 충격적인 점은 아이의 친부와 삼촌이 수십 차례에 걸쳐 100일도 안 된 브리아나를 강간한 것이다. 그러나 브리아나 친부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브리아나의 기저귀를 갈아준다는 핑계로 물티슈를 손가락에 감아 아이의 항문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이후 브리아나는 세 어른들에 의해 매일 수차례나 천장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는 고통을 받아야 했으며, 이 학대로 인해 갈비뼈 2개가 부러지고 두개골이 골절됐다. 또한 아이의 팔과 다리도 모두 골절됐고 시신경과 뇌 주변은 피로 흥건했다. 결국 브리아나는 태어난 지 반년도 안 돼 온갖 수모를 겪으며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전역의 시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 하고 가해자들을 향해 “짐승만도 못한 악마”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는 판사 출신 아버지가 장애를 가진 친딸에게 가죽벨트를 이용해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욕설을 퍼붓는 사건도 있었다. 장애 여아는 성인이 된 뒤 이 같은 고통을 미국 전역에 알렸고, 텍사스 시민들은 분노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생후 17개월 된 남아를 친모와 계부가 무차별 폭행을 가해 척추뼈를 부러뜨리고 안면을 가격해 이를 먹게 했으며, 펜치로 손톱을 빼고 손가락을 자르는 엽기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버젓이 자행됐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아이를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쇠사슬로 아이 목을 묶어 벌을 세우거나 줄을 목에 묶어 끌고 다니는 등 몰상식한 학대행위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임행위,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는 그 아동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혀 성장 후에도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가장 야만적이고 비열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는 아동수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

아동학대의 영향은 한 세대로 그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폭언과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아이들이 중·고교에 진학하면 폭력성을 띠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즉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 최근 경제난에 서민가정이 무너지고 미혼모 가정이 늘면서 아동학대율은 증가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이 미흡한 상황이라 죄 없는 아동들은 어른들의 검은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도 학대를 받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학대 피해자가
훗날 가해자로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 아동 격리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심리 치료를 시행함과 동시에 아동학대 전문 취급기관과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과 역량이 시급한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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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