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새해 가장 듣고 싶은 소식은?

첫째도 둘째도 경제 "경기 살아야"

[일요시사=사회팀] 2013년 흑사의 해, 계사년을 맞이해 직장인들이 새해 소망을 밝혔다. 내년에도 경기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직장인들의 공통 소망은 한 가지로 축소됐다. 직장인들이 꼽은 새해에 가장 듣고 싶은 소식을 들여다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2년이 지나가고 흑사띠의 해 2013년이 밝았다. 그러나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상황과 물가상승 때문에 서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대선을 치르고 새 대통령이 당선된 후 90% 이상의 국민은 경제난 회복에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들도 이와 다르지 않게 경기회복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기회복은 공통바람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009명을 대상으로 ‘새해 듣고 싶은 소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경기회복’이 응답률 74.5%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차지했다. 이는 세계적 경제난에 제일 손해를 많이 본 일반 직장인과 중산층 몰락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직장인 고모(38)씨는 “대선 후 경기가 나아질까 기대했지만 물가상승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선 직후 밀가루와 소주값이 인상되는 등 대기업만 배불리고 서민들은 등골 빠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심히 염려된다”고 하소연했다.

기혼 직장인 여성 안모(31)씨는 “아이가 있어 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데 연봉은 매해 같은 수를 찍고 경기는 계속 불황으로 이어지니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호황은 아니더라도 불황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으면 한다. 새 대통령이 이것만은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어 ‘연봉인상’이 53.0%, ‘이직 성공 소식’이 49.9%로 베스트 2, 3위에 올랐다. 이어 ‘대한민국 문화산업 해외 대거 진출(22.7%)’, ‘한반도 평화(17.6%)’, ‘정치권 여야화합(16.6%)’, ‘불우이웃 돕기 기부자 급증(14.2%)’, ‘기타(0.7%)’ 순이었다.

이와 함께 진행된 ‘내년에 잘됐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경제’가 전체 응답률 82.4%를 차지하며 온 국민의 염원으로 단정 지어졌다. 다음으로는 ‘사회(31.0%)’, ‘정치(27.7%)’, ‘교육(8.0%)’, ‘문화(7.0%)’, ‘기타(0.2%)’ 순이었다.

신년계획 중 가장 이루고 싶은 1순위 계획은 조사결과 ‘승진과 이직’이 전체 응답률 40.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승진과 이직은 직장인들이 꼽은 설문조사에서 매해 상위권을 웃돌았던 부분이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곳이라고 해도 소속돼있는 회사에서의 고충은 개인마다 있기 마련이다.

승진과 이직에 대한 중점적인 원인에는 일한만큼 보상받기 바라는 보상심리와 반복된 일상에 대한 매너리즘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취업난에도 이직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새해 목표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다음으로 ‘다이어트 및 건강관리(34.8%)’, ‘외국어 실력향상(30.7%)’, ‘연애결혼(25.2%)’, ‘자격증 취득(22.5%)’, ‘저축(22.4%)’, ‘취미생활·운동·여행·음악 등(21.4%)’, ‘내 집 마련(13.2%)’, ‘절주·금연(7.7%)’, ‘임신출산(3.1%)’, ‘기타(0.5%)’ 순이었다.

직장인 2013년 소망 경기회복·연봉인상 압도적
경제난 관측에 “자기계발보다 무조건 근검절약”

내년 경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 속에 직장인들의 대처 방안을 묻는 설문에서는 이례적으로 ‘무조건 근검절약한다’가 전체 29.8% 비율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30대 중반 윤모(36)씨는 “요즘 회사 동료들과 술 한 잔 마시기도 부담이 된다. 웬만하면 일찍 귀가해서 가족들과 조촐한 저녁식사와 반주로 대신한다”며 “여유가 있다면 남들처럼 여가도 즐기고 자기계발에 힘쓰고 싶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무조건 절약하고 덜 쓰는 게 경제난을 헤쳐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계발에 더욱 힘을 쏟는다(27.6%)’가 2위를, ‘어떻게 해서든지 현 직장에 붙어 있는다(23.9%)’ ‘이직한다(18.3%)’ ‘기타(0.4%)’ 등이 차례를 이었다.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경기악화를 체감하는 사람들이 직장인”이라며 “기업과 직장인 모두 경기악화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빠른 경기회복을 희망해본다”고 말했다.

부가 설문으로는 새해 목표 달성률에 관한 것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올해 목표를 세운 542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 목표 달성률은 평균 32.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20%’가 26.6%로 가장 많았으며 ‘41∼60%’ 25.8%, ‘21∼40%’ 23.4%가 뒤를 이었다.

새해 목표를 실천하지 못한 이유는 ‘게으름과 나태함’이 55.2%로 1위를 차지했다.

20대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해 목표달성 실패에 대해 “외국어 공부, 해외연수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웠지만 게으름 탓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점은 정말 후회된다”며 “이번에는 신년을 맞이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일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볼 생각”이라고 결심했다.

이어 ‘시간부족(41.3%)’, ‘목표의식 부재(35.4%)’, ‘과도한 업무량(34.9%)’, ‘경제적 어려움(21.4%)’, ‘건강상태(10.1%)’, ‘지인들의 유혹(6.3%)’, ‘정보와 인맥부족(3.5%)’ 순이었다.

여유 찾고 삶 즐겨야

새해 소망에 대한 설문결과를 정리해보면 직장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염원은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먹고 살기 힘든 때에 자기계발과 여가생활 등은 일반 서민들에겐 사치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먹고 살기 위해서 여가와 건강을 포기하고 푸념만 하는 것은 삶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앞만 보고 달리는 바쁜 사회 속에서 가끔 자신을 돌아보며 여유를 찾고 삶을 즐기려는 태도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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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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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