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투표율 75.8%, 이번 18대 대선은 역대 최저 투표율(63%)을 기록한 지난 17대 대선보다 12.8%p 증가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진보로 첨예하게 양분된 선거구도 속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유명인들의 투표 독려는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투표율 00%가 넘으면'으로 시작되는 스타들의 이색 공약은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9일 투표장으로 향한 사람들은 저마다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도 투표를 향한 국민의 뜨거운 열망을 막진 못했다. 이런 열기를 이어받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는 투표 인증샷과 함께 네티즌들의 구미를 당기는 이색(?) 투표율 공약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알몸 공약이 대세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시작된 이른바 '투표율 공약'은 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에게 기대와 즐거움을 안겨 준다는 측면에서 선의의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4·11 총선 때부터는 사회 저명인사나 연예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먼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러시아 출신의 모델 겸 배우 라리사. 귀화 후 대선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한 그는 자신이 출연 중인 연극 '교수와 여제자3' 공연에서 동료 배우들과 함께 "투표율 75%가 넘으면 대학로에서 알몸으로 말춤을 추겠다"는 화끈한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 투표율이 75%가 넘자 그는 다음 날(20일) "약속대로 다 벗고 말춤을 추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라리사의 공약은 결국 이행되지 못했다. 경찰 측에서 "알몸으로 춤을 추면 '공연 음란죄'에 해당한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 결국 라리사는 실내에서 공약을 이행한 후 주요 부위를 가린 인증샷을 공개했다.
이를 본 트위터 닉네임 eun*****은 "헐 진짜했어. 라리사 대박이다. 그런데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아이디 @JW**는 "어찌됐건 약속을 못 지킨 건 맞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구나? 아니면 연극 홍보하려고 사람들을 낚은 거다"란 주장을 했다.
그런데 알몸 공약을 내건 사람은 라리사뿐이 아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moonsoonc)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율 72%가 넘으면 내년 1월20일 평창 눈꽃축제기간에 열리는 '알몸 마라톤'에 출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72%가 넘었으니 약속 지키실 거죠?"란 글로 최 지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아이디 @nji*****는 "마라톤이라면 최소 5km는 뛰어야 할 텐데 '거시기' 온몸이 얼겠구먼유"란 걱정 어린 글을 남겼고, 닉네임 Gyu****는 "그래도 최 지사가 야당인데 지금쯤 멘붕오지 않았을까? 투표율 72% 넘겼으니 약속은 지켜야 하고, 그런데 여당이 당선됐으니. 울며 마라톤 해야 할 판이다"란 글을 적었다.
이색 공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여배우보다 예쁜 개그맨 김지민은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거지의 품격' 녹화내용을 해변(배경)으로 짤거에요. 당연히 의상은 해변이니까… 투표합시다!"란 공약을 내놨다. 수영복을 입고 방송에 나오겠다는 것. 또 tvN <SNL-여의도 텔레토비>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민교(문제니 역)는 "75%가 넘으면 텔레토비 식구들과 광화문에서 약 2시간 동안 프리허그와 사인회를 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보수·진보 양분 속 유명인 투표 독려 유행
"축제공약"vs"선동공약" 네티즌 의견 분분
목표 투표율을 높게 잡아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유명인사들도 있다. '소셜테이너' 이효리는 "투표율 80%가 넘으면 섹시 모바일 화보를 무료로 배포하고 싶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또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투표율이 77%가 넘으면 서울 명동에서 말춤을 추고 막걸리를 사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의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다만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당초 "80%가 넘으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공약을 이행, 단숨에 '힐링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그럼 이 같은 유명인들의 투표율 공약을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의견은 어떨까?
아이디 @iche*****는 "나름 성의껏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은 훌륭하나 라리사처럼 쓸데없는 데에 명예까지 걸진 말자"며 실현 가능한 공약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닉네임 강재*은 "투표 독려한다며 알몸으로 춤을 추겠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처럼 아직도 선동을 구분 못 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아이디 @cna****는 "강재*님, 투표 독려 차원의 공약을 선동이라고 말하다니요? 그럼 강재*님은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셨습니까? 사실은 투표율이 높아지는 걸 두려워한 것 아닙니까?"란 반박을 내놨다.
하지만 아이디 @ahnj******는 "이번 선거에서 긍정적인 게 있다면 투표율 독려를 위한 여러 사람들의 공약이 없어질 거란 것이다"라며 "말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남 속옷 보고 싶은 생각도 추호도 없다. 지지율을 얻기 위해 정책이나 잘 만들기 바란다"고 적어 투표율 공약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반면 아이디 @doke****는 "이 와중에도 투표율 공약 실천하는 표 전 교수를 보면서 진정성을 느낀다. 누가 이기고 지든 일어날 땐 또 일어나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유명인들의 공약 이행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아이디 @ezg*** 역시 "(투표율 독려가)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20대 투표율이 높아지면 그 당은 어디가 됐건 20대 표심을 잡을 정책을 펼칠 것이고 젊은이들이 투표의 힘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변희재(@pyein2) 미디어워치 대표는 "최문순 같은 이들이 다음부터는 국민을 자기들 권력 획득을 위한 머릿수 채우는 데 이용하는 작태를 종식해야 한다"면서 "자기들 생쇼 보려고 투표하라고 선동하는 게 얼마나 오만한 작태인지 느껴봐야죠. 연예인들도"란 글로 논란을 부추겼다.
투표독려 ‘좌빨’만?
이처럼 네티즌들의 엇갈린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이디 @KohJ*****는 "지금까지 투표율이 계속 하락세로 가다가 이번 대선에서 반등했는데 SNS가 크게 한몫을 한 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 "유명인들의 투표 독려와 공약 실천이 투표율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자신을 부산시민이라고 밝힌 아이디 @LaLa******도 "투표를 독려하는 사람들이 다 좌빨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투표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움과 축제로 거듭난 듯, 재밌는 공약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