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가족 온천여행 ②화성

따뜻한 온천수에 몸 담그니…세상 부러울 게 없네

온천의 계절, 겨울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찬바람에 움츠러든 몸과 쌓인 피로가 한방에 풀리는 듯하다. 한국온천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25도 이상이면서 인체에 온도, 밀도, 점성, 전기전도 등 물리·화학적인 면에서 이로운 온천이 400여 곳이나 된다. 생각보다 온천이 곳곳에 많이 있다는 얘기. 이번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 겨울 온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경기도 화성의 매력 만점 온천을 소개한다.

황홀한 설국…화성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가족탕서 테마파크까지…멀티여행 가능

가깝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수질도 좋은 온천 여행지를 찾는다면 경기도 화성을 고려할 만하다. 서해안고속도로 발안 IC 부근 장안면과 팔탄면 일대에 율암, 월문, 발안, 하피랜드 등 온천 5∼6곳이 몰려 있는데, 시설 좋고 화려한 대규모 온천 지구는 아니지만 저마다 개성이 돋보인다. 30분 거리에 화성 융릉과 건릉, 용주사, 궁평항 등 연계 관광지도 많다.

유혹하는 그곳
물 뜨끈뜨끈 온천

율암온천숯가마테마파크는 화성에서 처음으로 공식 허가를 받은 온천이다. 지하 700m 암반에서 끌어올린 알칼리성 단순천으로, 매우 부드럽고 비누를 조금만 풀어도 거품이 잘 일어나며, 피부가 매끈매끈해지는 특성이 있다. 남녀 대욕탕에서 노천탕이 각각 연결되기 때문에 수영복은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숯 만들 때 나오는 연기를 액화한 목초액을 섞어 특유의 탄내가 나지만, 피부에는 아주 좋다고 한다.

숯가마 찜질도 온천욕 못지않게 인기다. 다른 건물에 마련된 숯가마는 온도에 따라 저온실, 고온실, 초고온실 등으로 나뉜다. 또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발안 IC에서 1km 남짓 거리에 위치한 월문온천은 대욕탕 안에 숯사우나, 옥사우나, 한방안개사우나가 있고, 노천탕도 연중 개방한다. 지하 700m 암반에서 솟아나는 알칼리성 단순천으로, 피부염과 신경통, 혈액순환 장애 등에 효과가 있다.

화성시의 다른 온천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모텔 등 숙박 시설과 단지를 이룬다는 것. 모든 숙박 시설이 온천수를 사용하고 시간제로 대여하는 가족탕을 운영해,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행객에게 권할 만하다.

발안식염온천은 염분이 섞인 식염천이다. 지하 860m에서 용출되는 반도 심층수는 중생대 공룡의 잔해와 지각변동으로 지하에 갇힌 바닷물이 결합한 화석 해수로 추정되는데, 화성 고정리 공룡알화석 산지나 서해에 접한 화성의 지리적 특성 등을 생각하면 근거 없는 설은 아니다.

나트륨, 칼슘, 불소, 철 등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16종의 성분이 함유되었고, 염분이 있는데도 목욕 후 끈적이지 않는다. 비누 거품이 잘 일지 않는 것은 식염천의 특성. 대욕탕 안에 일반 물도 있지만, 그냥 말리는 것이 좋다. 로비에 식염 온천수가 나오므로 마시거나 받아 갈 수도 있다. 노천탕은 여름에만 운영한다.

미라클워터월드는 식염천으로 온천은 아니지만 대중탕과 가족탕이 있고, 무엇보다 오토캠핑장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캠핑을 즐기려는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

전기 사용이 가능해 장비만 잘 챙기면 한겨울에도 춥지 않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고, 삼겹살과 멸치국수 등을 파는 식당이 텐트촌 바로 옆에 있으며, 캠핑장 이용객에게는 대중탕과 가족탕 이용료를 할인해준다.

어린 자녀와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온천을 찾는다면 하피랜드가 적당하다. 대욕탕, 족욕탕, 찜질방, 참숯가마 외에 워터파크, 피트니스센터, 스크린 골프 등 다양한 레저 시설을 갖췄고, 허브 전문 매장과 식당, 편의점 등 부대시설도 충실한 편이다. 오후 8∼9시면 문을 닫는 여타 온천과 달리 하피랜드는 사우나, 찜질방, 참숯가마를 24시간 운영한다.


연계 관광지로는 화성 융릉과 건릉, 용주사, 경기도종합사격장, 궁평항 등을 추천한다. 화성 융릉과 건릉은 조선 22대 정조의 건릉과 정조의 생부로 뒤주에서 비운의 생을 마감한 장조(사도세자)를 모신 융릉이 나란히 자리 잡은 곳이다. 정조는 부친의 묘를 이곳으로 옮기고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으로 애틋한 사모의 정과 효심을 표현했다.

매표소를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융릉, 왼쪽으로 가면 건릉이 나오며, 모두 둘러보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능을 둘러싼 노송들이 흰 눈을 덮어쓰는 겨울철 풍경은 ‘융건백설’이라 하여 화성8경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주요 관광지와 연계
가족 나들이 코스 제격

용주사는 화성 융릉과 건릉에서 1.7km 떨어진 곳에 있다. 정조가 부친의 능을 옮기면서 본래 절이 있던 자리에 용주사를 조성하고 융릉의 원찰로 삼았다. 일반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삼문, 궁궐 건물에나 붙일 법한 ‘천보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누각, 국보 120호로 지정된 용주사 동종 등을 눈여겨보자.

경기도종합사격장도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적당하다. 국가 대표 출신을 비롯한 전문 코치들이 1:1로 지도해주며,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권총과 클레이사격에 도전할 수 있다. 특히 날아가는 접시 ‘피존’을 깨뜨리는 클레이사격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갈 만큼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어 인기다.


날씨가 좋아 화성8경 중 하나인 ‘궁평낙조’까지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궁평항은 주말이면 주차할 공간 찾기도 쉽지 않은 관광지. 직판장에서 해산물을 구입해 맛보는 재미, 방파제를 거닐고 피싱피어에서 낚시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용주사→화성 융릉과 건릉→경기도종합사격장→온천욕

1박2일 코스
첫째 날 : 용주사→화성 융릉과 건릉→경기도종합사격장→온천욕
둘째 날 : 화옹방조제 드라이브→궁평항

웹사이트 주소
화성시청 www.hscity.net 
율암온천숯가마테마파크 www.yulam.co.kr
월문온천 http://weolmoon.co.kr
발안식염온천 www.baranspavis.com
하피랜드 www.hapyland.co.kr 
용주사 www.yongjoosa.or.kr
미라클워터월드 www.miraclewaterworld.com 
경기도종합사격장 www.ggshooting.or.kr
문화재청 융·건릉 (화성 융릉과 건릉) http://hwaseong.cha.go.kr

문의전화
화성시청 체육관광과 031)369-2094 
율암온천숯가마테마파크 031)354-7400
월문온천 031)226-5000 
발안식염온천 031)351-9700
미라클워터월드 031)353-1860
하피랜드 1577-5752
융·건릉관리사무소 031)222-0142 
용주사 031)234-0040
경기도종합사격장 031)352-6056

대중교통
버스: 사당역에서 조암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하루 8회 운행 (첫차 6:40, 막차 22:50, 사당역 기준)
※문의 : 경진운수 031)351-8185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발안 IC 혹은 봉담과천간도로 서수원 IC

숙박
반지온천텔 : 팔탄면 버들로, 031)359-9480
알프스온천텔 : 팔탄면 버들로, 031)366-1673, www.hotelalps.co.kr
월드관광호텔 : 향남읍 발안공단로, 031)353-7833, www.worldtouristhotel.com

식당
백년꽃게장 : 양념게장, 팔탄면 월문리, 031)354-8586
쌈채고을 : 제육·오리·수육 쌈밥, 봉담읍 수기리, 031)223-3757

주변 볼거리
전곡항, 제부도,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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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