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측근 특사설’ 나도는 까닭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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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후이(死而後已)’ 하겠다더니…이제는 특별사면?

[일요시사=정치팀] MB는 임기 말에 이를수록 친인척·최측근 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과성명만 6차례나 발표했다. ‘사이후이(死而後已:죽어서야 일을 그만둔다)’의 각오라고 했던 MB로선 무색하기 그지없는 지경이다. 그런데 마지막 사과문을 발표한 지 채 5개월도 되지 않아 'MB 측근 특별사면설’이 나돌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앞두고 이러한 ‘설’이 나도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권한이다. 권력분립의 원리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사면권의 인정 근거를 두고 학계 의견도 분분하다. 그동안 구체적인 운영 실태를 보아도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폭정을 은폐하거나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비리감싸기형’으로 운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사면권. 올해도 문제가 되려는 모양이다.

임기 전에 끝낸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선대본부장은 각종 비리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MB 측근들에 대해 “성탄절 특별사면을 노리는 것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박 본부장은 “성탄절 특사설이 나돌고 있다”며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성탄절 특사설이 돈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과 친인척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모두 사면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만약에 ‘이명박근혜’ 정권이 연장된다면 이런 ‘꼼수정치’가 계속되고, 특권정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본부장은 권 장관을 겨냥해 “과연 올해 성탄특사가 없는지, 만일 있다면 그 (특사) 기준은 무엇인지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박 본부장의 발언과 같이 실제로 ‘MB가 오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곧이어 성탄절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성탄절 특사에는 MB의 최측근인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73) 전 KT&G복지재단이사장, MB와 고려대학교 동기이자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천신일(69)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측근과 친·인척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한목소리로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MB가 실제로 성탄절 특사를 단행할 경우 정치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정권 말이니 성탄절 특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MB의 특별 사면설이 나도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MB 최측근들이 하나같이 상고를 포기한 데에 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6억원의 실형 선고를 받은 상태다. 최 전 위원장은 항소심 선고 이후 7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는 상고장을 법원에 내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도 상고하지 않았다.

최시중 천신일 신재민 김재홍 줄줄이 상고 포기 
“사면 밀어붙이기? MB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김재홍 전 이사장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과 추징금 3억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즉시 상고를 했지만, 최근 돌연 상고를 포기했다.

천신일 전 회장은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로부터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부탁해 계열사 워크아웃이 빨리 끝나게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추징금 30억9400여만원이 선고됐다. 이후 천 회장은 상고 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민 전 차관 역시 SLS그룹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6월에 벌금 5400만원, 추징금 1억1093만원을 선고받았다. 조만간 신 전 차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지만, 상고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대선 직후 성탄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을 고려해 형을 확정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특사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상고하지 않고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교감하에 상고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MB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를 실시하지 않은 데다, 2011년 광복절 특사 대신 성탄절 특사를 단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가석방된 전례가 있던 것도 그렇다. 은 전 감사위원은 유죄선고를 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이 같은 사례가 ‘MB 측근 특사설’에 설득력을 더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MB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MB의 ‘밀어붙이기식’ 성향으로 미루어 보아 어떻게 해서든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청와대는 성탄절 특사 의혹 제기에 극구 부인하고 나섰으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준비하고 있는 게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면 부인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현 정부 임기 내 특사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찌 될지 모르기에 (말하기) 어렵다”면서 여지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사면권 남용 주의해야”

한 법조전문가는 MB의 특사설에 대해 “사면권이 남용되는 것은 이를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라며 “정치적 거래를 통해 슬그머니 죄를 덜어낸다면 사회통합은 고사하고 법 경시 풍조만 짙어질 따름이다”라고 칼럼을 통해 경고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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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