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제주 '카지노 전쟁'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21 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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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맡고…전국구 형님들 총집결

[일요시사=경제1팀] 제주도가 시끌시끌하다. 카지노 경영권을 두고 세력 간 충돌하는 등 하루하루가 긴장감의 연속이다. 지난 한 달 새 경찰에 연행된 사람만 100명이 넘는다. '명품 관광 특구' 제주를 어지럽히고 있는 카지노 전쟁.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3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영업권 분쟁 끝에 폭력사태를 빚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호텔신라 카지노의 불법 영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이 카지노 영업장 내에서 영업장부와 컴퓨터 보관 문서 등을 압수한데 이어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 중이다.

대규모 폭력사태
경찰력 대거 동원

해당 카지노 영업 분쟁은 레저와 방송수신기기를 생산하는 제이비어뮤즈먼트(옛 현대디지탈텍)이 자회사 AK벨루가를 설립해 호텔신라 제주 카지노인 벨루가를 운영할 수 있는 허가증을 지난달 13일 제주도로부터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앞서 AK벨루가는 지난 9월 예금보험공사에서 퇴출된 부산저축은행의 호텔신라 벨루가 카지노 부실채권을 이자를 포함해 모두 변제하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카지노 영업권과 주식, 보증금, 부동산 등을 양수했다. 영업권 양수 후 AK벨루가는 지난달 5일 호텔신라와 사업장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K벨루가가 영업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와 직원들은 카지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전 사업자가 점유권을 주장하면서 이들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전 사업자에 따르면 또 다른 전 사업자와 카지노 인수 계약을 둘러싸고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적 결론이 내려지기 전에는 정당한 점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 사업자 A씨는 2010년 당시 카지노를 운영하던 B씨에게 146억원을 지급하고 주식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한 후 계약금 36억원만 지급하고 카지노 영업을 시작했다. 잔금 110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서로 약속 불이행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 카지노 업장들 경영권 분쟁 잇달아
용역·조폭 동원 폭력다툼에 검경 초긴장

결국 전·현 사업자가 동원한 경비용역 직원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양측 경비용역 간 폭력사태가 발생해 16명이 폭력행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고 지난달 29일에는 경찰력과 충돌도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30분께 카지노 후문 출입구로 용역직원 24명이 진입했고 카지노 안에 있던 직원 55명이 밖으로 나오며 시비가 붙었다. 이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10여 분 간 패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곧바로 강력계 형사와 서울기동대 소속 대원 등 약 1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무력을 행사한 용역 등 70여 명은 폭력 등의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양쪽이 주먹을 휘두르고 몸싸움을 벌여 즉각 개입해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관련자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AK벨루가는 지난 6일부로 카지노 객장에 들어가 영업 준비를 하고 있으며 벨루가 카지노는 '마제스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내년 1월17일 개장을 목표로 인테리어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제주시내 모 호텔 카지노에서 공동운영자 등 15명이 자신들도 카지노에 일정 부분 투자 지분이 있다며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1명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나도 지분 있다"
전현직 경영진 충돌

이 호텔 카지노는 공동경영을 예고한 홍모씨 등 2명이 기존 카지노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지분 50%를 보유한 기존 대표이사 정모씨와 마찰을 빚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홍씨 측은 현 대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보유자 3명과 접촉해 50%의 주식을 매입했으나 경영진이 주식 매입과정에서 하자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 등 15명은 오후 5시10분경 영업 중인 호텔 카지노 안으로 들어가 업무준비 중이던 정씨 측 직원들을 밖으로 몰아낸 후 문을 걸어 잠그고 1시간여 가량 영업을 방해했다.

이 카지노는 지난 10월28일에도 홍씨와 정씨가 서로 용역을 동원,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나섰다. 제주지검은 지난 10일 전·현 사업자 간 갈등을 빚는 제주시내 다른 호텔 카지노에 대해 압수수색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카지노는 현 경영진이 비리를 저질렀다며 전 경영진 쪽에서 검찰에 진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진 압수수색에서 경영상 문제가 불거진 혐의를 찾기 위한 관련 자료 등을 압수했다. 이 호텔 카지노는 전·현 사업자 간 갈등으로 수년간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이다. 현 경영진이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손을 잡고 호텔 경영권을 확보한 뒤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이번에는 현 대표이사와 소액주주연대 대표가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규모 상당수 영세
사업 진출 쉽다

지난해 10월에는 조직폭력배 등 40여 명이 폭력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등 폭력사태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서귀포 조폭인 속칭 '땅벌파' 조직원 오씨 등 21명과 용역 17명의 신원을 파악해 36명을 검거했고 호텔 로비에서 재산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현 경영진의 퇴거요청에 불응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 경영진 이모씨 등 6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11월 한 달 동안 경찰에 검거된 인원만 110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왜 유독 제주지역 카지노에서만 이런 촌극이 연출되는 걸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2 카지노 통계'(2012년 4월 기준)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내·외국인 카지노는 모두 17곳. 이 중 제주지역에서 운영 중인 카지노는 8곳이다.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강원랜드카지노를 제외하면 제주지역에만 업소 절반이 모여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제주지역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의 입장객와 매출액을 모두 합쳐도 서울 1곳보다 떨어진다. 제주지역 카지노 8곳의 총 입장객 및 매출액은 18만989명, 1014억9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에 있는 S카지노 입장객 84만7260명에 비해 66만6271명이나 적은 수치다. 비율로 보면 21%에 해당한다.

매출액의 경우 서울 P카지노는 2449억7500만원으로 제주지역 8곳을 합친 1014억9300만원에 비교해 1434억8200만원을 더 벌어 들였다.

여기저기서 물리적 충돌 발생
"한 달 새 110명 줄줄이 연행"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제주지역 카지노가 영세해 새로운 사업자의 진출이 쉽고 무비자 중국인 관광객이 늘며 관광객이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통계만 봐도 업황이 좋지 않은데 제주지역에 운영 중인 카지노가 전국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난립한데다 두 곳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영세해 수익이 불안정해지고 그에 따라 주인이 자주 바뀌게 된다는 설명이다. 카지노가 입점해 있는 호텔들은 임대만 하기 때문에 영업권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분쟁이 벌어져도 모른 체하고 있다.

이번에 분쟁이 일어난 세 곳의 카지노도 모두 독립 법인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새로운 사업자가 비교적 싼 값에 영업권을 사서 진출할 수 있다. 신규 사업자들은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만 지급하고도 영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결국 경영난으로 나머지 금액을 완납하지 못하게 되어 분쟁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2008년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비자 정책과 제주도의 적극적인 외국인 부동산 투자 유치 정책도 이에 한 몫 한다. 지난 한 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총 관광객은 약 50만명. 이 중 20%가 넘는 11만3000여 명이 제주지역 카지노를 방문했다. 2009년 5만6000여 명이 제주지역 카지노를 방문했던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추이가 아닐 수 없다.

제주지역 카지노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 2009년 제주지역 카지노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2만1500여 명. 이중 46%가 중국인이었지만 2011년에는 70%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10월29일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을 통해 제주공항으로 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카지노를 찾는 중국 관광객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지노 입점 호텔
"뭐가" 나몰라라

제주도와 관광업계 등에서는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카지노 영업권 분쟁이 제주관광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좋은 이미지만 심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폭력사태만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제주도에서는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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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