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무주덕유산리조트 시끌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2 12: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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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인데…대목 장사 망칠라

[일요시사=경제1팀] 부영그룹이 인수한 전북 무주덕유산리조트가 시끄럽다. 본격적인 겨울스포츠 시즌이 도래했음에도 여느 스키장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리조트 노조가 설립 18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을 벌여 지난달 말 개장한 스키장에는 대체인력이 근무를 서고 있다. 파업을 보다 못한 지역주민들도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단체활동에 나섰다.

 

부영그룹은 신수종사업 육성을 위해 계열사 부영주택을 통해 지난해 4월 1360억원을 들여 경영난에 빠진 대한전선으로부터 무주리조트 지분 74.5%를 매입하면서 리조트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순부채 900억원을 포함할 경우 실질적 인수금액은 2260억원 수준이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1980년 10월 설립된 호텔·콘도미니엄·유스호스텔·스키장·골프장을 운영하는 종합레저업체다. 전북 무주면 설천면에 종합관광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재계 서열 30위인 중견 건설사다. 주택건설과 임대주택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최근에는 전북과 함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무노조vs무파업

이런 부영그룹도 인수 후 발생한 노사 진통을 피하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3월14일부터 7월12일까지 6차례에 걸쳐 공문과 구두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의 이유 없는 거부로 원활한 교섭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7월26일 1차 본 교섭을 시작으로 8차 교섭이 진행될 때까지 사측은 결정권한이 없는 실무자만 참석시켜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단체교섭 도중 노조원 13명을 갑자기 승진 발령했다. 13명 승진자 중 8명은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대리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노조에서 이들은 모두 탈퇴하게 됐다. 승진자 중에는 노조 교섭위원도 있었다.

노조는 이후에도 노조탈퇴자가 꾸준히 늘었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노골적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팀장회의를 소집, 팀장들에게 노조탈퇴자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는 설명이다.

노사가 함께 체결한 고용안정협약을 어긴 채 지난 4월 팀장급 노동자 12명을 권고사직시켜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5월과 6월에는 전 직원 50%에 대한 영업휴가를 실시해 근무 인력 누수 등 원활한 영업을 어렵게 하는 등 경비절감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측이 복수노조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가 가입을 제한하고 있는 과장, 팀장급들이 주축이 된 복수노조가 설립승인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유주원 리조트 대표이사도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중재로 노사가 만난 자리에서 "신규노조 설립은 회사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관리자급으로 구성된 신규노조 설립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노조는 지난 3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26일에는 전체 조합원 21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총 20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96명, 반대 4표의 압도적 찬성표로 1994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을 가결, 시한부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리조트 노조 첫 파업 "당분간 영업차질 불가피"
스키장 대체 인력 근무…지역주민들 정상화 촉구


사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지난달 7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성수기를 맞은 스키장에는 퇴직자와 경력자 등 대체 인력이 투입됐다.

노조는 현재 ▲단체협약 성실이행 ▲불법적인 노동조합 파괴행위 중단 ▲직장폐쇄 철회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내에 사측을 상대로 체불임금·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리조트 관계자는 "스키장 시즌 투쟁조끼를 입고 고객들을 상대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직장폐쇄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며 "노조원들이 파업을 끝내고 복귀할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든지 이를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또 "노조는 사측이 시한부 파업 기간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노조가 10월31일 사측으로 '단체협약을 성실 이행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사실상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노조탈퇴를 위해 노조원을 승진시켰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근속 연수와 실무 능력 등 모든 사항이 승진에 부합해 내부 심사를 거쳐 승진여부가 결정된 사항이다"며 "승진한 8명의 대리 중 노조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2노조라고 불리는 복수노조 설립에 사측이 관여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며 극구 부인했다. 노조 하나와의 갈등으로도 사측이 충분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노조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리조트 스키장은 19개 슬로프 중 4개 슬로프만 운영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부족한 인원들은 계약직 형태로 신규 채용하고 이들은 추후 인사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스키장에서는 매표·패트롤·제설을 담당하고 호텔·콘도에서는 직원들을 보조할 아르바이트생들도 단계적으로 충원하고 있는 단계다. 스키장 운영에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부영그룹은 무주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이름을 '부영덕유산리조트'로 변경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1990년 개장 이후 1997동계유니버시아드와 2007아셈재무차관회의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홍보효과가 탁월했는데 명칭을 바꾸면 더 이상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운영 문제 없다"

명칭 변경에 반대한 시민사회 단체는 40개를 넘었고 주민들은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당시 홍낙표 무주군수도 "무주리조트의 상징성을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여론에 밀린 부영은 이름을 '무주덕유산리조트'로 재변경하는 촌극을 연출해야 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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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