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2인자' 날개 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4: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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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건희…드디어 '이재용 시대'

[일요시사=경제1팀] '이재용 시대'가 개막했다. 연말 인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바람으로 이 부회장의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행된 인사여서 그의 등장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휴대폰, TV, 카메라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을 직접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의 2인자로 올라선 것. 입사 21년 차인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바 있다.

업계 예상 뒤엎은
이건희 회장 결정

당초 삼성과 재계는 이 부회장의 승진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사로 굳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이 회장에게 "더 배우겠다"며 부회장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진급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삼성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아들'의 승진만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현 시점에 이 부회장이 등장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회장은 이번 인사명단에선 빠졌다. ‘오너 일가’에 대한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영 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세계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이 부회장이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을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승진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입사 21년 만에 부회장 승진 "경영수업 끝?"
글로벌 경영 감각 등 세계 1위 굳히기 기여

이 부회장은 앞으로 이 회장을 보좌해 내년부터는 삼성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옮겨간 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DMC(완제품) 부문도 이 부회장이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이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CEO와 잦은 회동을 가지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자로서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추모식 참석을 시작으로 인텔·GM·도요타·지멘스·폭스바겐 CEO를 잇따라 만나면서 자동차 부품, 2차 전지 사업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협력을 논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시진핑 총서기·리커창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으며 왕치산 부총리와도 만났다.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과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8월에는 영국 제4이동통신사인 허치슨과 3세대통신(3G)과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0월에는 광통신장비와 태양광패널을 제조하는 미국 태양광기업 엠코어의 루벤 리터드 회장을 만나 사업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년에 100일 이상의 해외출장을 소화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비전 수립
기여할 것으로 예상


이 부회장은 대외 활동 외에도 새로운 비전 수립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은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인만큼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현안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전반을 관리할 것이라고 삼성이 밝힌 만큼 애플과의 소송 결과가 그의 입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삼성이 선정한 미래 먹거리 사업인 ▲태양전지 ▲자동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의 구체적인 성과도 이끌어 내야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태양광 사업이나 전기자동차 시장의 개화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이들 사업 분야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제약이나 의료기기 분야 역시 선두 업체와 기술 격차가 느껴진다. 2010년 5월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 비전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경제민주화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성은 국내 대표 기업인 만큼 이제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털어버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삼성이 돼야 한다.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서울 경기초교, 서울 청운중,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87학번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인문학)에 입학했다. 전공으로 인문학을 택한 배경에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 회장의 '경영을 알기 전에 사람을 먼저 공부하라'는 뜻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풀이되는
'이재용 스타일'

이 부회장의 학창시절은 여느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재벌자제 티를 내지 않았으며 매사에 성실하고 리더십이 강해 당시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경복고에서 반장으로 활동했다.

1992년 서울대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선택한 것에도 이 회장의 "미국을 먼저 보고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기 힘들다"는 뜻에 따른 것이다. 이후 2001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공격적 행보로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이후 2003년에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진정한 임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에는 최고고객 총괄책임자(CCO) 전무로 승진했다. CCO는 삼성전자의 거래처나 최종 소비자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러던 중 2008년 '삼성 특검'이 불거졌고,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퇴진이라는 중대 위기에 몰렸다. 이 부회장은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보직을 내려놓고 해외순환 근무에 나섰다.

당시 애플·IBM·AT&T·소니·닌텐도 등 전자·통신업계 CEO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엘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정계의 중요 인사들과도 모임을 통한 만남을 해왔다.

2009년 부사장 승진 이후부터는 삼성전자의 핵심 현안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본격적 경영에 참여했다. 휴대폰·반도체·LCD·가전 등 주요 사업부 경영을 지원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사업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2010년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점점 넓어지는 경영보폭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한마디로 풀이된다. 바로 '모범생'이다. 학창시절 이 회장에게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일화는 이 같은 면을 잘 보여준다.

이 부회장은 6시에 기상하고 업무 시간은 보통 오전 7시에서 저녁 10시경까지 이어진다. 저녁 11시 전후에 퇴근하는 일이 잦고 토요일,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날도 다반사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유학생활로 겸손을 몸에 익혔고, 미국식 합리주의에도 익숙하다. 대외행사에서는 웃어른들에게 항상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출근할 때는 출입 사원증을 찍고 출근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이 회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튀지 않으려고 하며,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한다. 상명하달보다는 적극적인 질문과 토론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의상달식이다.

이 부회장을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이 이 회장의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는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 체제 강화라는 설명이다.


사장 7명 승진 등 세대교체…측근들 전진 배치
그룹 "이건희 회장 건재…경영권 승계와 무관"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은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보다 경영능력 검증이 먼저다'라는 논평을 통해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삼성특검 수사의 핵심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 등을 통해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작업은 끝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의 경영능력은 여전히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또 "삼성그룹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기업이자 글로벌기업으로서 경영승계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검증이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며 "만일 제대로 된 경영능력 검증 없이 이재용 체제로 경영승계가 이뤄진다면, 결코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년이 넘게 지난 'e삼성'의 실패도 이 부회장의 '족쇄'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어 닥친 1990년대 말께 이 부회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e삼성을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데 더해, 그 부실을 계열사들에게 넘겼다는 혐의로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삼성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는 것.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주 2회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그룹 경영 현안을 챙기는 등 경영활동이 여전하다"며 "경영권 승계 가속화라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뒤에야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 외에도 16명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 다음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은 삼성생명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제2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윤용암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 단계 승진했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부사장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 DS부문장과 함께 종합기술원장을 겸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맡지 않게 됐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이 앉는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으로 자리를 바꾼다.

성과주의 인사원칙
경험·참신성 조화

윤주화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한다. 김종중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은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으로 이동한다.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준형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각각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과 인적자원개발담당 사장으로 옮긴다.

삼성은 이번 연말 사장단 인사에 대해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경험과 참신성의 조화를 가미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이번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81년 서울 경기초등학교 졸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 졸
▲198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
▲19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
▲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원 석사과정 졸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7년 삼성전자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 전무
▲2009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2010년 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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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