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2인자' 날개 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4: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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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이건희…드디어 '이재용 시대'

[일요시사=경제1팀] '이재용 시대'가 개막했다. 연말 인사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바람으로 이 부회장의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행된 인사여서 그의 등장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휴대폰, TV, 카메라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을 직접 총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의 2인자로 올라선 것. 입사 21년 차인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바 있다.

업계 예상 뒤엎은
이건희 회장 결정

당초 삼성과 재계는 이 부회장의 승진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인사로 굳이 여론의 주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이 회장에게 "더 배우겠다"며 부회장직을 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진급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삼성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아들'의 승진만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현 시점에 이 부회장이 등장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회장은 이번 인사명단에선 빠졌다. ‘오너 일가’에 대한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경영 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세계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이 부회장이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며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을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승진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입사 21년 만에 부회장 승진 "경영수업 끝?"
글로벌 경영 감각 등 세계 1위 굳히기 기여

이 부회장은 앞으로 이 회장을 보좌해 내년부터는 삼성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옮겨간 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DMC(완제품) 부문도 이 부회장이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이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CEO와 잦은 회동을 가지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자로서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추모식 참석을 시작으로 인텔·GM·도요타·지멘스·폭스바겐 CEO를 잇따라 만나면서 자동차 부품, 2차 전지 사업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협력을 논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시진핑 총서기·리커창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으며 왕치산 부총리와도 만났다.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과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8월에는 영국 제4이동통신사인 허치슨과 3세대통신(3G)과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0월에는 광통신장비와 태양광패널을 제조하는 미국 태양광기업 엠코어의 루벤 리터드 회장을 만나 사업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년에 100일 이상의 해외출장을 소화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비전 수립
기여할 것으로 예상

이 부회장은 대외 활동 외에도 새로운 비전 수립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은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인만큼 삼성그룹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현안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전반을 관리할 것이라고 삼성이 밝힌 만큼 애플과의 소송 결과가 그의 입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삼성이 선정한 미래 먹거리 사업인 ▲태양전지 ▲자동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의 구체적인 성과도 이끌어 내야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태양광 사업이나 전기자동차 시장의 개화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이들 사업 분야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제약이나 의료기기 분야 역시 선두 업체와 기술 격차가 느껴진다. 2010년 5월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 비전을 내놓은 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경제민주화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성은 국내 대표 기업인 만큼 이제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털어버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발전시키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삼성이 돼야 한다.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서울 경기초교, 서울 청운중,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87학번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인문학)에 입학했다. 전공으로 인문학을 택한 배경에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 회장의 '경영을 알기 전에 사람을 먼저 공부하라'는 뜻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풀이되는
'이재용 스타일'

이 부회장의 학창시절은 여느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재벌자제 티를 내지 않았으며 매사에 성실하고 리더십이 강해 당시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경복고에서 반장으로 활동했다.

1992년 서울대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선택한 것에도 이 회장의 "미국을 먼저 보고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기 힘들다"는 뜻에 따른 것이다. 이후 2001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이 부회장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공격적 행보로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이후 2003년에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진정한 임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에는 최고고객 총괄책임자(CCO) 전무로 승진했다. CCO는 삼성전자의 거래처나 최종 소비자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그러던 중 2008년 '삼성 특검'이 불거졌고,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퇴진이라는 중대 위기에 몰렸다. 이 부회장은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보직을 내려놓고 해외순환 근무에 나섰다.

당시 애플·IBM·AT&T·소니·닌텐도 등 전자·통신업계 CEO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엘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정계의 중요 인사들과도 모임을 통한 만남을 해왔다.

2009년 부사장 승진 이후부터는 삼성전자의 핵심 현안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본격적 경영에 참여했다. 휴대폰·반도체·LCD·가전 등 주요 사업부 경영을 지원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사업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2010년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선임돼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점점 넓어지는 경영보폭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은 한마디로 풀이된다. 바로 '모범생'이다. 학창시절 이 회장에게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일화는 이 같은 면을 잘 보여준다.

이 부회장은 6시에 기상하고 업무 시간은 보통 오전 7시에서 저녁 10시경까지 이어진다. 저녁 11시 전후에 퇴근하는 일이 잦고 토요일,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날도 다반사다.

일본과 미국에서의 유학생활로 겸손을 몸에 익혔고, 미국식 합리주의에도 익숙하다. 대외행사에서는 웃어른들에게 항상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출근할 때는 출입 사원증을 찍고 출근할 정도로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이 회장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튀지 않으려고 하며,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한다. 상명하달보다는 적극적인 질문과 토론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의상달식이다.

이 부회장을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진이 이 회장의 장남에게 힘을 실어주는 성격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 체제 강화라는 설명이다.

사장 7명 승진 등 세대교체…측근들 전진 배치
그룹 "이건희 회장 건재…경영권 승계와 무관"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은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보다 경영능력 검증이 먼저다'라는 논평을 통해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삼성특검 수사의 핵심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 등을 통해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작업은 끝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의 경영능력은 여전히 미지수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또 "삼성그룹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기업이자 글로벌기업으로서 경영승계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검증이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며 "만일 제대로 된 경영능력 검증 없이 이재용 체제로 경영승계가 이뤄진다면, 결코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년이 넘게 지난 'e삼성'의 실패도 이 부회장의 '족쇄'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어 닥친 1990년대 말께 이 부회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e삼성을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데 더해, 그 부실을 계열사들에게 넘겼다는 혐의로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삼성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는 것.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주 2회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그룹 경영 현안을 챙기는 등 경영활동이 여전하다"며 "경영권 승계 가속화라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뒤에야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 외에도 16명에 대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 다음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회장은 삼성생명이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제2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부 승진했다. 윤용암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제일기획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한 단계 승진했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부사장도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 DS부문장과 함께 종합기술원장을 겸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맡지 않게 됐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이 앉는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으로 자리를 바꾼다.

성과주의 인사원칙
경험·참신성 조화

윤주화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동한다. 김종중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은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으로 이동한다.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준형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각각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과 인적자원개발담당 사장으로 옮긴다.

삼성은 이번 연말 사장단 인사에 대해 성과주의 인사원칙에 경험과 참신성의 조화를 가미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이번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81년 서울 경기초등학교 졸
▲1984년 서울 청운중학교 졸
▲198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
▲19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졸
▲1995년 일본 게이오대학원 석사과정 졸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7년 삼성전자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 전무
▲2009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2010년 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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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