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히로인 김아중이 돌아왔다. 그는 야릇하고 발칙한 대사가 난무하는 19금 로맨틱코미디물 <나의PS파트너>에서 윤정 역을 맡아 민망하기 짝이 없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말을 앞둔 솔로와 커플들에게 솔직담백한 연애담을 선사한 그가 작품에 얽힌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극 초반부터 야한 농담이 거침없이 등장하는 영화 <나의PS파트너>.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로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줄줄이 이었던 차기 작품에서는 별다른 흥행 효과를 보지 못했다. SBS 드라마 <싸인>을 제외하고는 스크린에서 김아중 효과는 찾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공백기도 헛되이 쓰지 않았다. 작품을 쉬고 있을 땐 학업에 몰두해 인상적인 논문을 발표하며 석사 학위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다양한 연기 변신을 꾀하는 김아중. 그가 <나의PS파트너>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독특한 소재 이끌려
“발칙한 대사와 폰섹스를 소재로 한 독특한 내용이 마음에 끌려 선택한 영화였어요. 하지만 막상 동료배우와 스태프, 관계자들이 다 모인 첫 리허설에서는 대사 한 마디 꺼내기 힘들 정도로 부끄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촬영에 들어가서는 영화를 통해 제 나이대의 여성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가지는 감성과 일상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나의PS파트너>에서 PS는 ‘Phone Sex’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성적 대화가 난무하지만 노출수위가 대단히 높거나 음담패설을 구사하는 작품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단지 평범한 남녀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상상을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보여주는 19금 로맨틱코미디물이다. 김아중이 맡은 윤정이라는 여성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야한 농담으로 장난을 친다는 것을 실수로 휴대폰 번호를 잘못 눌러 낯선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황당한 인연으로 얽히게 된 윤정과 현승(지성)이 서로 각자의 오랜 연애상대와의 갈팡질팡 속에 사랑을 엮어 가는 내용이다.
“촬영 전 A4용지 4장 분량의 인물 리포트를 썼어요. 내가 알고 있는 여성의 연애와 심리에 관한 분석보고서였죠(웃음). 남자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써서 그런지 상대역 현승이나 승준 등의 캐릭터는 현실성이 느껴졌지만, 여성 등장인물은 감독님의 상상에 의존한 듯 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여성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글로 써 감독님께 드렸죠.”
<나의PS파트너>서 노골적인 대사 능수능란
평범한 남녀 연애·결혼상 솔직하게 연기
김아중은 변성현 감독에 전한 리포트에 바람피우는 남자를 눈감아 줄 수밖에 없는 심정과 투사처럼 일하고 공주처럼 사랑하는 특별한 여자가 되고자 했던 여성의 솔직한 심정, 현실에서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월급에 목을 매며 남자친구에게 기대고 결혼에 집착하는 평범한 여성들의 심리를 그렸다.
“여자는 흔히 연애가 오래되면 결국 남자를 더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상호 관계에서 약자가 돼 외로움을 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아중을 톱스타 반열에 오르게 해준 <미녀는 괴로워>가 개봉한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작품의 대표곡 ‘마리아’도 늘어진 테이프처럼 추억의 노래가 돼버린 지 오래다. 청아하고 파워풀한 보컬을 선사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OST에 참여했다. 그간 관객과 팬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상대역으로 공연한 지성과 듀엣으로 ‘섹시 징글벨’을 음원으로 내놓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아중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S라인 몸매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팬들이나 감독님이 몸매나 외모를 장점으로 봐주시는 것은 감사해요. 하지만 역할을 맡으면서 캐릭터의 외모가 부각되고 기획 의도보다 섹시함이 강조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속상해요. 이번 작품에서도 뜻하지 않았는데, 매번 핫팬츠를 입고 나오게 됐어요. 언젠가는 몸매에만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연기가 깊어졌다’는 말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김아중은 올 초 고려대 언론대학원 방송영상학과에서 ‘감성 욕구와 인지 욕구가 감정 강도 및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스릴러 영화 관람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감성과 인지 욕구가 높은 두 개의 집단을 표본으로 여섯 가지의 가설을 세운 뒤 이를 검증하는 복잡한 주제였지만 ‘인지 욕구보다는 감성 욕구가 높은 집단이 스릴러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결론을 내세우며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었다.
실존인물 연기하고파
“1년에 2작품씩은 꼭 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 서른이니까 서른다섯까지는 10편 정도의 작품을 하고 서른여섯 전에는 결혼해야죠. 이후엔 아내로서 혹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전도연 선배처럼 나이 대에 어울리는
좋은 역할, 좋은 연기를 펼치고 싶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대처 수상의 전기작 <철의 여인>처럼 실존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꼭 하고 싶어요.”
그의 넘치는 연기욕심과 진솔한 소망이 이번 영화를 통해 발돋움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