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강남의 5성급 호텔에서 식사를 한 손님들이 단체로 복통을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호텔은 이미 과거 ‘식중독 해프닝’으로 두 차례 곤욕을 치렀던 곳. 먹는 것에 특히 민감한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특급호텔이라는 이유로 가졌던 신뢰와 믿음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두 번도 아닌,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한 단체 손님이 식중독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여 인터콘티넨탈호텔이 또 다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 호텔 내 비공개 만찬 행사에 참여한 80명 중 10여 명이 구토와 위경련, 복통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한 손님은 식사 도중 구토와 복통 증세를 보여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 됐으며, 나머지 9명은 귀가 후 갑작스러운 구토와 복통을 호소했다.
올 들어 세번째
이들이 이날 먹은 요리는 회와 레드와인 크림스프, 스테이크와 샐러드 등 1인당 6만원에 달하는 코스요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 고객들의 복통사실을 확인하자마자 호텔 측은 주방을 비우고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등 수습에 나섰고, 사건 발생 당일의 음식은 정밀검사를 위해 조사기관에 보내졌다.
호텔 측은 복통을 호소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터콘티넨탈호텔 홍보팀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부분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 조사 중에 있다”면서 “식사도중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된 손님이 식중독이 아닌 위경련으로 밝혀진 만큼 아직 복통의 원인이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인지 여부는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추후에 복통을 호소한 고객이 9명 정도 발생 된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난 10월부터 내부 위생사 외에 외부 위생 컨설팅을 도입했다. 원산지, 음식 및 적외선 온도 등 내부 룰을 더 강화했음에도 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는지 잘 모르겠다. 28일 이후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내다보고 있다. 올해 들어 5성급 호텔인 인터컨티넨탈에서 발생한 세 번째 식품 안전 관련 사고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제공한 도시락을 먹은 변호사 수십여명이 집단 장염증세를 보인 적이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에 따르면 협회 소속 변호사 1000여명은 2월20일 ‘2012년 정기총회’와 ‘제65회 변호사연수회’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모인 뒤 이 중 770명이 낮 12시경 도시락을 먹었다. 호텔 측이 제공한 도시락은 초밥과 고기 조림, 튀김 등으로 이뤄졌으며 가격은 개당 6만원이었다.
단체손님 일부 식중독 의심 증세 ‘발칵’
1월 3명·2월 50명 이어 10명 집단 복통
이러한 사실은 행사가 끝난 후 일부 변호사가 고열과 복통 등 탈이 났다고 하자 변협이 당시 참석한 전체 변호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약 50여명이 이러한 증세를 보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병원을 방문한 8명은 장염 진단을 받았으며 이 중 3명은 입원했다.
이에 호텔 측은 변협 회원들에게 70만원 상당의 호텔 바우처(상품권, 할인권, 쿠폰)를 제공했으며, 경미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20만원 바우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월에는 이 호텔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3명의 고객이 심한 복통을 겪어 식사금액을 변상 받은 사건도 일어났다.
잇따른 식중독 의심 사건에 대해 인터콘티넨탈호텔 홍보팀 관계자는 “식중독은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증상인 만큼 지금까지 발생한 세 건의 사건과는 거리가 멀다”며 “3차례 모두 식중독이라고 판명이 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원인규명을 위해 철저히 노력중이다. 자체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부점검 시스템을 작동하고 주방 내 모든 공간을 소독 살균처리하거나 격일 간격으로 하던 검사를 데일리 간격으로 바꾸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식중독’도 아니고 ‘위생도 철저’하고 ‘위생관련 외주’까지 도입한 상태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자체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번 사건으로 특급호텔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고객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바우처로 입막음?
인터콘티넨탈은 2004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최초로 식품안전성을 인정받아 ‘위해 요소 중점 관리 기준(HACCP)’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HACCP’란 원료 생산, 수확, 운반, 제조, 가공, 보관, 유통, 판매 및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 요인을 줄 수 있는 조직적인 위생 관리 체계를 일컫는다.
현재 HACCP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인터콘티넨탈을 시작으로 신라호텔, 하얏트 리젠시 인천 등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