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④밀양아리랑

삶의 애환 녹아있는 아리랑 고장 “날 좀 보소∼”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진 밀양아리랑은 너른 들에서 일하는 고단함을 달래주던 농요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로 부르는 노래기 때문.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른다. 이 흥겨운 노랫가락은 광복군의 군가로도 사용되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100여 수나 되는 밀양아리랑의 일부를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영남루 옆에 세워진 밀양아리랑 시비와 아랑 전설의 중심지 아랑사도 구경해보자.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와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청봉요도 밀양의 가을 여행지다.

삶과 정서 닮은 밀양 가락, 애절함도 구비구비
밀양아리랑 빚어낸 역사의 숨결·풍광 한눈에

최근 드라마 〈아랑 사또전〉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억울하게 죽은 밀양부사의 딸 이서림과 어머니를 찾아 밀양으로 온 김은오가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드라마는 경남 밀양시에 내려오는 ‘아랑 전설’을 원형으로 삼았다. 옛 소설 〈장화홍련전〉도 아랑 전설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아랑 전설이 원형이라 전해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민요 밀양아리랑이다. 밀양 사람들이 정절을 지키려다 죽음을 당한 아랑 낭자를 기리며 부르던 노래가 밀양아리랑이라 한다. 지금도 밀양에는 아랑 낭자를 기리는 아랑사가 있다.

밀양 사람들은 영남루 아래 자리한 아랑사에 들어서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 현지인인지, 외지인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랑 낭자의 마음을 배려해 남녀가 떨어져 들어오면 현지인,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함께 들어오면 외지인이라고.

고단함 달래주던
우리 가락


아랑사 옆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밀양아리랑 시비가 보이고, 그 옆에 밀양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음향 시설이 있다. 안내판의 빨간 단추를 누르면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아리랑이다.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날 좀 보소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 정든 님이 / 오시는데 / 인사를 못 해 / 행주치마 입에 물고 / 입만 방긋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보다 매우 빠르고 흥겹다. 때문에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너른 들녘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농요라는 의견도 있다. 산과 강, 들이 모두 있는 밀양은 예부터 곡식과 과일 농사가 많은 풍요로운 고장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에 수확하는 기쁨도 컸다. 하지만 들이 넓으니 농사는 고달팠고, 그것을 밀양아리랑이 달래줬다는 이야기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다. 볏짚으로 게줄을 꼬며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르는데 남자들은 지게 작대기를 두드리며, 여자들은 나무바가지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고.

밀양아리랑은 광복군의 군가로 사용되기도 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밀양에서 사라져가는 밀양아리랑의 원형이 연변에 남아 있는 이유다. 세월이 흐르며 다양하게 변형된 밀양아리랑은 100여 수가 전한다. 이중 광복군아리랑을 비롯한 몇몇 아리랑은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밀양시립박물관에는 춘정 변계량, 점필재 김종직 등 대학자를 배출한 밀양의 학맥과 밀양12경도, 영남 유림이 발행한 성호선생문집책판 등이 전시되었다. 밀양의 독립운동사를 살필 수 있는 전시관 입구에는 다양한 태극기 모양을 공부할 수 있는 태극기 스탬프 체험 공간도 있다.

밀양아리랑 시비 앞에 자리한 영남루(보물 147호)는 밀양의 중심이다. 밀양강과 그 너머의 산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아름다운 이 누각은 장식이 화려하다.


눈을 부라리며 아래를 감시하는 금치호랑이 기와, 용과 태양이 새겨진 기와, 다양한 연꽃이 새겨진 동그란 기와,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신선들, 연못을 헤엄치는 오리, 학을 타고 가는 신선,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염소를 앞세우고 걷는 신선, 천장의 네 귀퉁이에 그려진 사신도 등이다.

영남루의 장식이 이처럼 화려한 것은 국가의 행사를 많이 치른 장소였기 때문.

양 아리랑의
발자취를 찾아서

한양에서 영남대로를 지나 부산의 다대포로 가는 조선통신사도 이곳에서 보름씩 머무르며 피로를 풀었다. 당시에는 당상관이 아니면 누각에 오를 수 없었다고 한다. 누각의 현판에서 당시의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 해도 좋은데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느냐’는 문익점의 현판이다.
영남루처럼 밀양강을 굽어보는 곳에 작은 사찰이 있다. 영남사의 암자였던 무봉사다. 그곳에 통일신라의 석조여래좌상(보물 493호)이 있다.

11월, 밀양의 산들은 단풍과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천황산이다. 해발 약 1020m까지 이어진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가 있어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때는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 내려 사자봉을 지나 사자평까지 다녀오는데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할 계획이라면 오전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얼음골에서 나오는 길에 3대를 이어 도예를 하는 청봉요에 들러보자. 도예와 다도 체험은 물론, 청봉 2대와 3대 작가의 다양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korean.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밀양아리랑 답사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밀양향교 → 저녁 식사
가을 억새 여행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재약산(수미봉) → 사자평(억새)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저녁 식사
문화 답사 : 영남루 → 밀양시립박물관 → 점심 식사(퇴로마을) → 가산저수지 둘레길 → 밀양연극촌 → 위양못 둘레길 → 퇴로마을 → 저녁 식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퇴로마을 → 저녁 식사(숙박)
둘째 날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귀가

<관련 웹사이트 주소>
밀양시 문화관광 http://tour.miryang.go.kr
밀양시립박물관 http://museum.miryang.go.kr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www.icevalleycablecar.com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www.doonggee.com

<문의전화>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4 밀양시립박물관 055)359-5589
영남루 관리사무소 055)356-2452 무봉사 055)354-3296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055)359-3000 청봉요 055)353-5592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밀양, KTX 하루 12회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 → 밀양·청도 방향 왼쪽 길로 진입 → 밀양시립박물관 → 약 1k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500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130m 앞 상설시장 입구 건너편에서 영남루1길 따라 좌회전 → 영남루(아랑사, 무봉사)

<숙박정보>
재약콘도모텔 : 단장면 시전2길, 055)351-1194, www.jaeyak.co.kr(굿스테이)
밀양관광펜션 아름드리 : 단장면 표충로, 055)351-0082, www.areum-dri.co.kr
알프스관광펜션 : 단장면 아불1길, 055)352-5763, www.alpspension.kr
아시아드모텔 : 시청서2길, 055)355-6611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부북면 퇴로로, 070)7313-7022, www.doonggee.com

<식당정보>
샘물상회 : 두부·라면,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전망대 위쪽, 055)356-7664
약산가든 : 흑염소불고기·더덕정식, 단장면 시전2길, 055)352-7786
밀양할매메기탕 : 메기매운탕, 밀양시 용평로, 055)356-6664
시장식당 : 보리밥, 밀양시장 내, 055)352-0945
뜰마당 : 손두부·비빔밥, 부북면 퇴로로, 055)355-1700

<이색체험정보>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밀양시 부북면에 자리한 전통 한옥 마을이다. 이곳에서 한옥에 숙박하며 계절별로 다양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에 있는 밀양치즈스쿨에서 치즈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주변 볼거리>
표충사, 만어사, 표충비각, 밀양연극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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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