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우리소리기행 ④밀양아리랑

삶의 애환 녹아있는 아리랑 고장 “날 좀 보소∼”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진 밀양아리랑은 너른 들에서 일하는 고단함을 달래주던 농요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로 부르는 노래기 때문.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른다. 이 흥겨운 노랫가락은 광복군의 군가로도 사용되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100여 수나 되는 밀양아리랑의 일부를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영남루 옆에 세워진 밀양아리랑 시비와 아랑 전설의 중심지 아랑사도 구경해보자.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와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청봉요도 밀양의 가을 여행지다.

삶과 정서 닮은 밀양 가락, 애절함도 구비구비
밀양아리랑 빚어낸 역사의 숨결·풍광 한눈에

최근 드라마 〈아랑 사또전〉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억울하게 죽은 밀양부사의 딸 이서림과 어머니를 찾아 밀양으로 온 김은오가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드라마는 경남 밀양시에 내려오는 ‘아랑 전설’을 원형으로 삼았다. 옛 소설 〈장화홍련전〉도 아랑 전설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아랑 전설이 원형이라 전해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경상남도를 대표하는 민요 밀양아리랑이다. 밀양 사람들이 정절을 지키려다 죽음을 당한 아랑 낭자를 기리며 부르던 노래가 밀양아리랑이라 한다. 지금도 밀양에는 아랑 낭자를 기리는 아랑사가 있다.

밀양 사람들은 영남루 아래 자리한 아랑사에 들어서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 현지인인지, 외지인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랑 낭자의 마음을 배려해 남녀가 떨어져 들어오면 현지인,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함께 들어오면 외지인이라고.

고단함 달래주던
우리 가락


아랑사 옆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밀양아리랑 시비가 보이고, 그 옆에 밀양아리랑을 들을 수 있는 음향 시설이 있다. 안내판의 빨간 단추를 누르면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아리랑이다.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날 좀 보소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 정든 님이 / 오시는데 / 인사를 못 해 / 행주치마 입에 물고 / 입만 방긋 /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밀양아리랑은 다른 아리랑보다 매우 빠르고 흥겹다. 때문에 아랑 전설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아니라 너른 들녘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르던 농요라는 의견도 있다. 산과 강, 들이 모두 있는 밀양은 예부터 곡식과 과일 농사가 많은 풍요로운 고장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에 수확하는 기쁨도 컸다. 하지만 들이 넓으니 농사는 고달팠고, 그것을 밀양아리랑이 달래줬다는 이야기다.

이는 밀양에 전해지는 민요가 아닌 소리 아리랑이 감내게줄당기기(경상남도 무형문화재 7호)의 앞소리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다. 볏짚으로 게줄을 꼬며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를 부르는데 남자들은 지게 작대기를 두드리며, 여자들은 나무바가지를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고.

밀양아리랑은 광복군의 군가로 사용되기도 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다. 밀양에서 사라져가는 밀양아리랑의 원형이 연변에 남아 있는 이유다. 세월이 흐르며 다양하게 변형된 밀양아리랑은 100여 수가 전한다. 이중 광복군아리랑을 비롯한 몇몇 아리랑은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밀양시립박물관에는 춘정 변계량, 점필재 김종직 등 대학자를 배출한 밀양의 학맥과 밀양12경도, 영남 유림이 발행한 성호선생문집책판 등이 전시되었다. 밀양의 독립운동사를 살필 수 있는 전시관 입구에는 다양한 태극기 모양을 공부할 수 있는 태극기 스탬프 체험 공간도 있다.

밀양아리랑 시비 앞에 자리한 영남루(보물 147호)는 밀양의 중심이다. 밀양강과 그 너머의 산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아름다운 이 누각은 장식이 화려하다.


눈을 부라리며 아래를 감시하는 금치호랑이 기와, 용과 태양이 새겨진 기와, 다양한 연꽃이 새겨진 동그란 기와,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신선들, 연못을 헤엄치는 오리, 학을 타고 가는 신선,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염소를 앞세우고 걷는 신선, 천장의 네 귀퉁이에 그려진 사신도 등이다.

영남루의 장식이 이처럼 화려한 것은 국가의 행사를 많이 치른 장소였기 때문.

양 아리랑의
발자취를 찾아서

한양에서 영남대로를 지나 부산의 다대포로 가는 조선통신사도 이곳에서 보름씩 머무르며 피로를 풀었다. 당시에는 당상관이 아니면 누각에 오를 수 없었다고 한다. 누각의 현판에서 당시의 상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 해도 좋은데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느냐’는 문익점의 현판이다.
영남루처럼 밀양강을 굽어보는 곳에 작은 사찰이 있다. 영남사의 암자였던 무봉사다. 그곳에 통일신라의 석조여래좌상(보물 493호)이 있다.

11월, 밀양의 산들은 단풍과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인 곳이 천황산이다. 해발 약 1020m까지 이어진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가 있어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때는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 내려 사자봉을 지나 사자평까지 다녀오는데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할 계획이라면 오전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얼음골에서 나오는 길에 3대를 이어 도예를 하는 청봉요에 들러보자. 도예와 다도 체험은 물론, 청봉 2대와 3대 작가의 다양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korean.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밀양아리랑 답사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밀양향교 → 저녁 식사
가을 억새 여행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재약산(수미봉) → 사자평(억새)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저녁 식사
문화 답사 : 영남루 → 밀양시립박물관 → 점심 식사(퇴로마을) → 가산저수지 둘레길 → 밀양연극촌 → 위양못 둘레길 → 퇴로마을 → 저녁 식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영남루 → 무봉사 → 아랑사 → 점심 식사(밀양시장) → 밀양시립박물관 → 퇴로마을 → 저녁 식사(숙박)
둘째 날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 → 상부승강장 → 전망대 → 천황산(사자봉) → 점심 식사(도시락) → 상부승강장 → 하부승강장 → 청봉요(도예 체험) → 귀가

<관련 웹사이트 주소>
밀양시 문화관광 http://tour.miryang.go.kr
밀양시립박물관 http://museum.miryang.go.kr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www.icevalleycablecar.com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www.doonggee.com

<문의전화>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4 밀양시립박물관 055)359-5589
영남루 관리사무소 055)356-2452 무봉사 055)354-3296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055)359-3000 청봉요 055)353-5592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밀양, KTX 하루 12회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 → 밀양·청도 방향 왼쪽 길로 진입 → 밀양시립박물관 → 약 1k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500m 앞 삼거리 좌회전 → 약 130m 앞 상설시장 입구 건너편에서 영남루1길 따라 좌회전 → 영남루(아랑사, 무봉사)

<숙박정보>
재약콘도모텔 : 단장면 시전2길, 055)351-1194, www.jaeyak.co.kr(굿스테이)
밀양관광펜션 아름드리 : 단장면 표충로, 055)351-0082, www.areum-dri.co.kr
알프스관광펜션 : 단장면 아불1길, 055)352-5763, www.alpspension.kr
아시아드모텔 : 시청서2길, 055)355-6611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부북면 퇴로로, 070)7313-7022, www.doonggee.com

<식당정보>
샘물상회 : 두부·라면,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전망대 위쪽, 055)356-7664
약산가든 : 흑염소불고기·더덕정식, 단장면 시전2길, 055)352-7786
밀양할매메기탕 : 메기매운탕, 밀양시 용평로, 055)356-6664
시장식당 : 보리밥, 밀양시장 내, 055)352-0945
뜰마당 : 손두부·비빔밥, 부북면 퇴로로, 055)355-1700

<이색체험정보>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 밀양시 부북면에 자리한 전통 한옥 마을이다. 이곳에서 한옥에 숙박하며 계절별로 다양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에 있는 밀양치즈스쿨에서 치즈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주변 볼거리>
표충사, 만어사, 표충비각, 밀양연극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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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