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인’ 김남주가 ‘아줌마’가 되어 돌아온다. 2001년 <그 여자네 집> 이후 안방극장엔 8년 만의 컴백이다. 세련된 ‘도시 여성’의 모습을 벗고 백수 남편을 성공시키려는 억척스러운 이미지를 덧입고 ‘내조의 정수’를 선보인다. 오는 16일부터 방송되는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통해서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남주는 온달왕자를 변화시킨 평강공주처럼 당당했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직장을 잃은 무능한 남편을 내조해 신데렐라의 꿈을 이루려는 한 주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극중 김남주는 서울대 출신 백수 남편 온달수(오지호)를 성공시키기 위해 자존심도 버리고 내조에 올인하는 서른다섯 살의 아줌마, 천지애다. “으유~ 저놈의 웬수”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마음 한켠엔 남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8년 만에 드라마 복귀…억척 아내 ‘천지애’ 역
악성루머에 힘들어…김승우 예능 프로서 해명
“만약 온달수 같은 남편을 만났다면 저도 천지애처럼 발벗고 나섰겠죠. 드라마는 어떤 주부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공감이 가요. 저도 김밥을 만들어 직장 상사의 사모님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승우씨는 알아서 잘한답니다. 굳이 내조한다기보단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해요.”(웃음)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내조란 어떤 것일까.
“내조란 남편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천지애는 남편을 휘어잡기 때문에 다소 악처처럼 그려지지만 현실에서는 남편을 편하게 해 줘야 남편이 밖에서도 편하게 일할 수 있겠지요. 승우씨의 경우는 집에서 말이 없어서 제가 쩔쩔매며 어렵게 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존댓말을 써야 할 것 같고 애교도 부리기도 하지요. 사실 저는 승우씨가 저와 결혼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예쁜 아이를 낳게 해 준 것과 옆에 있어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에요.”
“김승우씨는 혼자서도 잘해요”
김남주가 8년 만의 안방극장 컴백작으로 <내조의 여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작품 속 캐릭터가 나와 닮아있어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동안 보여드렸던 이미지와 많이 다르지만 안면근육을 다 이용해 웃겨드릴게요. 몇 년째 육아에만 전념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나의 삶, 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죠. 이번 드라마는 밝아서 좋았고 나에게 맞는 역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어요. 무거운 느낌보다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었어요.”
영화 <그놈 목소리> 이후 2년간 엄마와 아내로 살아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현장의 긴장감에 김남주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둘째 낳고 가정에만 전념했죠.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좋아요. 아이들도 먼 훗날 당당하고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김남주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씬한 몸매를 자랑했다.
“촬영 한 달 전까지 부기가 빠지지 않아 고민했어요. 무조건 안 먹었더니 볼살이 너무 빠졌어요. 요샌 잠자기 전에 일부러 뭘 먹어요.”
김남주는 ‘아이가 아빠를 닮지 않았다’는 소문 등 항간에 안 좋은 소문이 너무 심하게 돌아 힘들었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 남편 김승우가 예능 프로에 출연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첫째 딸이 머리숱이 없는 편이라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한 여름에도 자주 모자를 씌웠는데, 소문이 더욱 심해졌어요. 둘째 아이를 낳고 나니 소문이 좀 잠잠해졌어요. 앞으로 안 좋은 소문이 계속된다면 셋째를 낳을 생각도 있어요.”
CF도 연기 활동의 일환
데뷔 초기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끌며 ‘도시 미인’으로 불렸던 김남주는 공백기를 가지면서 대중들에게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우려도 털어놨다.
“데뷔 초기에는 보이시하고 털털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CF를 통해 예쁘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많이 보시니까 어느 순간 차갑고 도도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도 남편에게만 말 걸고 나한테는 안 걸더라고요. 사실은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평소 푼수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사실 그동안 김남주는 연기력보다는 CF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굵직굵직한 CF의 모델로 나서며 최진실, 고소영 등과 함께 ‘CF 퀸’ 군단을 형성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연기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도 CF 출연만큼은 꾸준히 계속해왔다. 그러나 이 때문에 본업인 연기는 다소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CF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 활동을 쉬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촬영장에 복귀한다는 부담도 적었고요. (영화, 드라마, CF 등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8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김남주가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