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전 사장 사퇴 수수께끼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15 1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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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 타의?…측근도 모른 씁쓸한 퇴장

[일요시사=경제팀] '현대맨'이자 'MB의 남자'인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쓸쓸히 퇴장한다. 해외출장을 앞두고 지난 4일 측근들조차 모르게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사표를 꺼낸 내막은 뭘까.

김중겸 한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6일 "김 사장이 홍석우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사의 표명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해외출장을 앞두고 지난 4일 측근들조차 모르게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사장은 6일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집행 이사회에 참석을 위해 모로코로 출장을 떠나기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대면 보고를 받았으며 자신의 신상에 대해 어떠한 사전 언질도 없었다.

반기들다 '깨갱'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2014년 9월까지다. 임기가 2년여 남아 있음에도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설, 과거 근무 기업에서의 비리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MB 낙하산'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김 사장이 경북 상주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데다가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 주택영업본부장을 지내고 현대건설 사장까지 역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안으로 현 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두 자릿수 이상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벌여왔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1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전기요금 인상을 의결했고, 지난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렸다. 올해도 1차로 13.1%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반려되자 오히려 더 높은 16.8%의 인상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제시한 4∼5%의 인상 가이드라인을 거부한 것이다.

양측 간의 신경전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지난 8월 최종 전기료 인상 요율이 4.9%로 결정되며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김 사장에 대한 정부의 앙금은 커질대로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지난 8월29일 한전은 전력거래소가 전력구매 비용을 잘못 계산해 적자 구조가 악화됐다며 발전 자회사에 지급하는 전력구매 대금을 자체 감액하고 손배 소송을 제기키로 결정했었다. 같은 공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가뜩이나 전기료 인상 문제로 김 사장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정부는 곧바로 "한전이 제기하는 소송이나 전력대금 감액 조치가 전력시장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강력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통해 제동을 걸었고 경질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기료 인상 두고 정부와 기싸움서 백기
일각선 검찰 4대강 비리수사 부담 분석도

또 2013세계에너지총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지난달 열린 D-365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전력가격이 거의 현실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가 국정감사에서 호된 꾸지람을 듣는 등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3년 연속 이어진 한전의 적자도 김 사장의 사임을 예상케 했다. 한전은 지난달까지 2조1000억원 정도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한수원의 위조부품 납품 사건이 터지면서 원전 가동이 추가 중단됨에 따라 적자규모가 6400억원 더 늘어난 2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김 사장은 올해 초부터 해외 부사장과 국내 부사장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올해마저 한전이 적자를 기록하면 해외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본격화되고 있는 검찰의 4대강 비리의혹 수사가 김 사장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는 "현대건설이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를 이용해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한강 6공구에서만 5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당시 현대건설 사장인 김 사장을 포함해 관계자 12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 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박순철)에 배당,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물론 오래 버티기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부담감이 가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사표는 수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김 사장의 사표 수리를 전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후임자 물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후속 사장을 바로 앉히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 이사회 절차상 사장 재임명에는 최소 45일이 걸린다. 대선은 한 달 남짓 남았을 뿐이다. 대선 전 후임 사장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한전은 사장 공백으로 인해 최대 현안인 경영 적자 감축과 전기요금 재인상은 한동안 갈 곳을 잃고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공백 가시화

또 영광 5·6호기 가동 중단 등 올 동계전력수급 비상상황에서 전력그룹 수장이 퇴진함으로써 전력수급 불안감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예비전력이 안정기준인 400만kW 근방에 머물고 있어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밀려오면 전력수급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한전 전직원은 벌써부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수장을 잃은 한전이 중심을 잃지 않고 현 경영공백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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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