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자녀 이혼’양가 반응은?

시댁은 “참아라”…처가는 “망할놈”

[일요시사=사회팀] 백년가약을 맺는다는 말은 이제 다 옛말이다. 부부 100쌍당 1쌍이 이혼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혼식이 있는가 하면 이혼전문신문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부부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 시가와 처가는 각각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식의 이혼에 대한 양가의 상반된 반응을 알아봤다. 


“얘야, 애를 봐서도 그냥 참고 살면 안 되겠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칠려고.”

“망할 자식 같은 이라고…. 남의 귀한 딸 데려다가 마음고생, 몸 고생 실컷 시키고 과부 신세 만들어 놓다니.”

결혼은 비단 당사자들의 일 뿐만 아니라 집안끼리의 일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당사자들과 양가 부모의 합의를 거쳐 오랜 시간동안 심사숙고해 이뤄낸 결혼인 만큼 이혼 또한 쉬운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자식 없다지만 부부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 양가는 극히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피해의식이 강한 여성의 부모, 즉 처가는 사위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반면 결혼실패의 책임을 막중하게 지고 있는 시댁어른의 경우 며느리와 사돈 측을 설득하는 등 양가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시가 “만류”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공동으로 돌싱(돌아온 싱글의 준말)남녀 542명을 대상으로 ‘이혼할 때 배우자 가족의 반응’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43.5%가 ‘처가 측에서 비난했다’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만류했다’(32.5%) ‘사죄했다’(21.8%) ‘후련하게 생각했다’(2.2%)가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3명 중 2명 꼴인 66.1%가 ‘시댁에서 만류했다’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후련하게 생각했다’(16.6%)가 ‘만류했다’ 다음으로 높았고 ‘비난했다’(10.7%) ‘사죄했다’(6.6%) 등의 순으로 답했다.

그렇다면 왜 양가의 반응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과거와는 달리 여성인권이 급성장하면서 남녀평등 사회구조가 만들어진 데에 있다. 과거의 기혼여성들은 남편이 치명적인 과오를 저지른다 할지라도 훗날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며 참고 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 기혼여성의 대다수는 자식만 보고 살기에는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이 아깝다는 생각에 남편의 과오를 알고도 무조건 참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여긴다.


돌싱녀 양모(36세)씨는 “술과 습관적 외도를 일삼아온 전 남편과 이혼했을 때 시댁에서 거의 빌다시피 나를 설득했었다. 당시 전 남편이 하도 잘못한 게 많아서 그런지 날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셨던 시댁 어른들이 그때만큼은 자세를 낮추더라”며 “아무래도 시댁에서는 양육권 문제가 제일 컸던 게 아닌지 싶다. 여차하면 포기하고 참고 살아볼까도 했는데, 나중에는 욕설과 폭행으로 이어져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혼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돌싱녀 이모(33)씨도 “남편의 구타가 이혼결심의 큰 이유였다. 연이은 사업실패에 술로 보내는 날이 잦아지면서 주폭으로 돌변해버렸다. 3년간 연애하고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날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는 폭력은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며 “부모님께서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던 결혼 네 멋대로 하다 이게 무슨 꼴이냐’고 질책하시면서도 ‘오히려 잘 됐다. 당장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찾으라’고 다독여주셨다”고 회상했다.

“사위 비난…며느리 설득” 입장 크게 엇갈려
결혼실패 책임 남편에…과오 치명적인 영향

반면 남성 오모(41)씨는 “요즘은 고부갈등보다 장서갈등이 이혼사유 1위라고 하지 않나? 결혼생활 내내 처가의 심한 간섭으로 고통받았다. 이혼은 내가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되레 처가 경제적 사유 등으로 이혼을 요구하더라”며 “아이들 생각해서 이혼만은 참아달라고 처가 식구들을 설득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고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온리-유의 손동규 명품재혼위원장은 “결혼생활 중 여성의 잘못은 크게 부각되지 않으나 남성의 과오는 부정행위나 경제력 상실, 폭행 등과 같이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여성 측에서 이혼을 먼저 제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시부모는 만류하고 처가식구는 사위를 질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배우자와 이혼할 때 자녀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서도 남녀 간의 응답이 크게 엇갈렸다. 남성은 절반 이상인 51.0%가 ‘무덤덤했다’, 즉 이혼을 하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한데 이어 ‘만류했다’(40.4%)가 뒤따랐으나, 여성은 ‘만류했다’는 응답자가 52.2%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고 ‘무덤덤했다’(31.9%)가 그 뒤를 이은 것. 그 외 ‘빨리 헤어지라고 재촉했다’고 답한 비중은 각각 남성 8.6%, 여성 15.9%로 드러났다.

비에나래의 이경 명품매칭실장은 “일반적으로 자녀들은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혼 후 동거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러나 경제력 측면에서 여성들이 열세에 있기 때문에 현실을 감안하여 자녀들이 어머니의 이혼을 만류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문결과를 풀이했다. 


설문결과 중 특기할 사항은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에 대해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거나 오히려 재촉하는 비중이 남 59.6%, 여 47.8%의 확률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혼이 증가하면서 여성 측의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줄어든 게 양가 부모들 뿐 아니라 자녀의 반응을 묻는 조사결과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처가 “옹호”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결혼율과 이혼율이 정비례에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황혼이혼까지 급증하면서 이혼율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이혼은 단순히 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 외에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지난달 초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비롯한 처가식구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한 남성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가하면 모 연예인은 전 남편과 이혼을 할 때 자신의 아이가 소변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혼은 당사자들을 막론하고도 주위 사람들에게 큰 정신적 피해를 안겨준다. 이혼을 앞둔 부부는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여 이혼을 결심하기 전에 상처받을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고, 배우자와 충분히 대화를 가진 후 합의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