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팜므파탈’ 연기로 호평 받아온 배우 한고은이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여자로의 변신을 꾀한다. 한고은은 SBS 주말극장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사고뭉치 골드미스 ‘오금란’ 역을 맡아 자연스럽고 유쾌한 모습을 선보인다. <경성스캔들> <천하일색 박정금> 등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며 인기를 높여온 한고은에게는 도전과도 같은 배역. 하지만 한고은의 표정에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보다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자신감이 담겨져 있다.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여자로 변신…골드미스 오금란 역
결혼하기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신세대 여성상 그려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진 네 자매의 유쾌하고 발칙한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결혼상을 그리는 드라마. 한고은이 맡은 셋째딸 ‘오금란’은 결혼하기는 싫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미스맘.
“요즘 많은 젊은 여성들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나’라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듯이 저 역시 이 문제로 고민 중이에요. 결혼은 너무나 많은 의무도 수반하기 때문이죠. 내가 연기할 ‘금란’도 구속은 싫고 그래도 아이는 낳고 싶어하는 요즘 여성을 반영하고 있어요.”
한고은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 대본을 보는 순간 그동안 우울한 역을 많이 해서인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숨 고를 겨를도 없이 캐릭터 분석에 들어갔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드라마 캐스팅에 막차를 탔기 때문이다.
“가족드라마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대본을 받았는데 보는 순간 ‘오케이’ 했죠. 전에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면서 따스함을 느꼈고, 심적으로도 안정됐죠. 가족 드라마는 촬영할 때도 따뜻하고 즐거워요. 진짜 가족처럼 아웅다웅하면서 재미있게 보낼 수 있어 행복해요. 함께 출연하는 박정수 선생님은 <LA 아리랑>에서 친엄마처럼 나를 어루만져 주셨던 분이죠. 그분과 작품을 함께하게 돼 설레요. 늦게 합류한 만큼 다른 배우들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그 이상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한고은은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래도 늘 저평가였다. 어눌한 발음, 어색한 연기가 문제였다. 배우는 단순(?)하다. 연기로 먹고사는 직업. 연기 잘한다는 말이 최고다. 얼굴이 예쁘다는 칭찬, 몸매가 좋다는 찬사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연기에 관한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젠 연기 잘하는 블루칩 배우
그에게 쏟아지는 말이라곤 ‘발음이 어색하다’, ‘책 읽는 것 같다’는 식의 비난이 전부였다. 그러나 2004년 <꽃보다 아름다워> 이후 <사랑과 야망> <경성스캔들> <천하일색 박정금>에 연이어 출연하며 이런 연기력 논란을 종식시켰다. 그래서 요즘은 ‘얼굴 예쁘고, 몸매 좋고, 연기 잘하는 블루칩 배우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늘 나오는 지적이었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어요. 그렇다고 절대 무시한 건 아니었고요. 물론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건 알아요. 그래도 계속된 비난은 무서웠어요. 한동안 연기를 한다는 그 자체가 공포였죠. 하지만 어차피 제가 부족해서 듣는 비난이라면 실력으로 극복하자고 다짐했죠.”
한고은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대본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대본을 끼고 산다.
“대본을 달달 외우며 상황을 연구하고 역할을 고민하니 연기가 한결 좋아지더라고요. 죽을 만큼 열심히 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평가받자고 스스로를 세뇌시켜요.”
2004년 출연작 <꽃보다 아름다워>는 한고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다. 작품에 들어갈 때 ‘과연 내가 연기자로서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여러 선배님들과 함께 작품에 출연하며 숱한 가르침을 받았다.
‘남친’ 김동원 감독이 좋아해
“이제까지 출연했던 작품 중 <꽃보다 아름다워> 속 역할을 잘 택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선배님들 중에 배종옥 선배님은 연기자가 아닌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지침을 주셨어요. 그런 모습들이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한고은은 현재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의 연출을 맡은 김동원 감독과 열애중이다. 한고은은 이 영화에서 미녀 형사 차세린으로 출연해 호흡을 맞추며 김 감독과 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남자친구가) 알려지는 것을 굉장히 쑥스러워해요. 오빠가 유호정-이재룡 선배와 윤다훈 선배와도 친해 이 작품 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고은은 배역의 비중보다 캐릭터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다. 대본을 보고 끌리고, 하고 싶은 캐릭터면 배역의 비중에 상관없이 달려든다.
“전 그런 거 개의치 않아요. 저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지,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에요. 주연이 아니면 어때요. 제가 끌리고 하고 싶은 배역이면 그게 제 몫인 거죠. 그리고 그걸 제대로 소화해내면 얼마나 더 멋있게 보이겠어요. 폭넓은 이미지를 가진, 많은 것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