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음란중독’ 위기의 주부들 고해성사

남편 출근하고 자녀 학교가면 ‘색기 발동’

[일요시사=사회팀] IT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초고속 인터넷 덕분에 음란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음란물을 사고파는 시기에 여성들의 음란중독 또한 어제 오늘일이 아닐 것이다. 직장인 미혼여성을 비롯한 수많은 주부들이 남몰래 즐기고 있다는 음란물. 그들의 충격적인 행태를 낱낱이 공개한다.

스님들도 야동을 본다는 설이 있다. 그만큼 음란물은 무차별적으로 배포돼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접하기 쉬운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스님들도 야동·야설을 접하는 마당에 일반 여성이라고 음란중독에 빠졌다 한들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피곤한 일상에 찌들어 섹스리스 부부가 급증하는 요즘, 음란물 중독에 빠져 정신과 상담을 요청하는 주부들의 사례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미혼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애인이 없는 골드미스의 경우 주위에서 터치하는 일이 없어 자유로운 상태에서 음란물을 접하고 자신만의 은밀한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화면속 야릇한 장면
머릿속에 빙빙 돌아

한 통계결과에서는 남편이 출근하고 자녀들이 학교에 간 시간대인 오전 10∼12시 사이가 오히려 야간보다 음란물 접속률이 높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달 동안 인터넷 접속을 비교분석 해 본 결과 그간 남성 전유물로만 여겨왔던 성인사이트를 방문한 여성이 17%에서 30%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여성들은 로맨스 관계를 통해서만 성적감정을 추구해서 포옹, 키스, 육체적 접촉, 스킨십 등을 즐기는 반면에, 남성들은 성적행동에 대한 시각적 상상물인 포르노물에 자극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요즘은 아예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음란물제작이 성행하고 있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30대 주부 김모씨는 ‘연예인 노출’ ‘O양 비디오’ 등 연예인의 노출사고나 과거 행적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야동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누구나 다 볼 것이란 생각에 아무 거리낌 없이 연예인 음란영상을 접했지만, 이후에는 아예 음란 사이트에 가입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수위 높은 야동을 즐겨본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렇게 빠질 줄은 몰랐는데 보다보면 왠지 자극이 되고 남편과의 성생활이 원만하지 못해도 대리만족하고 있어요. 오히려 남편과 할 때보다 더 흥분되고 기분 좋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남편만으로 부족해' 매일 4∼5시간씩 포르노
직장인 미혼여성 야근하다 야동·야설 즐겨


또 다른 주부 임모씨는 하루에도 4∼5시간씩 야동을 끼고 산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의 잦은 출장과 늦은 귀가에 따른 쌓여있던 욕구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한두 번씩 포르노물을 접했다. 하지만 한두 개로 시작했던 포르노는 지금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빠져들어 진액이 다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지만 야동을 끊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한두 달새 6∼7kg 이상 체중이 감량될 정도로 섹스 하는 것보다 배로 에너지가 소비되지만 욕구불만을 채워나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남편 없는 나날을 보내면서 무료함에 못 이겨 포르노를 접했죠. 자주 보다보니까 관계를 갖지 않아도 흥분하게 되고 영상 속의 남성과 관계를 갖는 상상도 하게 되요. 요즘은 남편이 일찍 귀가하는 게 더 싫어질 정도라니까요. 그나마 한 달에 두 번 정도 맺었던 잠자리마저도 소원해지고 있는 실정이에요.”

다양한 수단으로
섹스판타지 재현

임씨는 왜 포르노물에 빠지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남편과의 성생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그녀는 영상에 나오는 몸 좋은 남성들은 이리저리 체위를 바꿔가며 상대 여성이 만족할 때까지 정성을 다하지만 실제 자신의 남편은 그렇지 못하는 데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임씨는 “남편과의 관계는 짜증나고 답답해요. 재미도 없고요. 세상에는 남편 외에도 남자들이 수두룩한데 저는 유부녀라 다른 남자들을 만날 수도 없고 만족은 하고 싶고…. 그러니까 포르노와 자위로 대신하는 거죠”라며 허심탄회한 심경을 전했다.

인터넷 채팅을 하다 야설(야한소설의 준말)을 공유하게 된 주부 유모씨의 음란중독도 심각한 상황이다. 유씨는 성인들의 대화방에 가입했다 결국 음란채팅으로까지 손을 뻗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오후에 할 게 없으니까 호기심에 채팅방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상대 남성이 보내준 야설을 접하게 됐어요. 야동도 간간히 접한 적은 있지만 확실히 야설이 야동보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 자극이 되더라고요”라며 처음 음란물을 접했던 때를 회상했다. 유씨는 야설의 묘한 매력에 빠진 후 이곳저곳 성인사이트와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야설을 탐독했고, 자신의 섹스판타지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자작야설을 채팅방에 올린 적도 있다고 밝혔다.

시도 때도 없이 흥분
핸드백 속 팬티 준비
심하면 실전 테스트

유씨는 자신의 지인이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업주부인 유씨의 지인 역시 음란물에 중독돼있지만 상대방과 음란 행위를 공유한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었다. 유씨 지인은 단순한 대화채팅 정도로는 자극이 덜 되자 남성과의 화상채팅으로 음란한 행위를 주고받았고 거기에서 욕구해소를 얻는다고 한다. 물론 얼굴은 미공개다. 그녀는 시각적인 흥분이 지루해질 때쯤 청각적인 흥분을 느끼기 위해 폰팅으로 남성과 음담패설을 나누며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은 야동과 야설 등이 성을 왜곡시키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판타지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살 한 살 나이만 먹는 남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체감했을 때 상실감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것. 거기에서 오는 우울증 또한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혼여성들도 음란 세계에 동참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모여서 호기심으로만 몇 번 봐왔던 야동이 이제는 그녀들에게 각박한 사회 속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 이모씨는 회사 내에서도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정신없다. 이씨는 간혹 상상력이 과장돼서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돼 민망한 경험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이제는 아예 가방 속에 갈아입을 팬티를 넣고 다닌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일에 치이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예전만치 못해서 야동으로 머리를 식히곤 했는데, 지금은 습관이 돼서 안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일부러 야근한다고 남아서 야동 돌리고 여기저기 성인사이트 돌아다니면서 음란물을 접하면 그날 스트레스가 쫙 풀리는 것을 느껴요. 가끔은 팬티까지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흥분하기도 한다니까요. 지금은 조금 자제하려고요.”

지나친 음란취미
외도로 이어져

갱년기를 앞둔 40대 후반 박모씨도 열렬한 음란물 예찬론자다. 박씨는 남편과의 성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음란물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삶의 권태를 느낄 때 즈음 야동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아무 의욕 없이 살다가 야동이 자신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줬다는 것. 성생활로는 자신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야동과 야설을 병행하며 흥분과 자극을 경험했다. 아직도 흥분하는 자신을 보며 남과 다를 바 없는 여성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일반적인 섹스에 흥분할 나이는 한참 지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음란물을 접하면서 온몸이 흥분되는 것을 느끼고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겼어요. ‘아, 나도 여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젊은 남성과의 잠자리를 꿈꿔본 적도 있어요.”

“낯선 남성과 일탈이 부부관계 회복 계기?”

그러나 여성들의 지나친 음란물 탐닉은 자칫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유부녀일 경우 외도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남편의 무관심, 만족스럽지 않은 성생활은 주부들에게 외로움과 우울증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이들은 유부카페나 동호회 등에 가입한 후 대화 또는 번개(즉석만남) 등을 통해 일탈을 한다. 음란물만 가지고는 욕구충족이 되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또 그들은 낯선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여러 가지 체위를 경험해볼 수 있고, 오히려 한두 번의 일탈이 남편과의 소원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번개에서 만난 남성과의 몇 차례 혼외정사로 불감증을 회복하고 남편과의 성생활도 만족스러워졌다는 익명의 30대 주부는 정신적인 외도로 번지지만 않는다는 전제하에 몇 번의 일탈은 오히려 부부생활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 몰래 인터넷 채팅을 하다 마음 맞는 남성과 몇 번 관계를 맺었는데 정말 황홀했어요. 스릴도 넘쳤고…. 난 고작 애 키우는 유부녀인 줄만 알았는데 밖에서도 먹힌다는 생각이 드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남편과의 잠자리도 훨씬 발전적이고 만족스러움을 느꼈어요”라며 은밀한 일탈을 예찬했다.

여성의 음란 탈선
해결책은 없을까

온라인과 모바일 산업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화상캠과 폰카 등을 이용한 야동공유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관음적 노출심리는 일종의 변태성욕과 별 다를 바가 없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심리 전문가는 “포르노와 섹스는 별개다. 과장된 성을 추구하는 것이 포르노를 비롯한 음란물의 섹스에 대한 왜곡된 측면이다. 음란물에 중독될수록 인간관계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만족감을 못 느끼기 때문에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현실감각과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우울하거나 불안해질 때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거나 음란물을 대체할 건전한 방법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태 음란물 집착으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요즘, 정부에서도 음란물 근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건강한 성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충동적 욕구해소보다 올바른 성의식이 먼저 내재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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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