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액트와 함께’ 쓰레기에 갇힌 10마리 구조기

구해도 그녀의 소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을 열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더미를 치우니 벌레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천장에서도 벌레가 말 그대로 쏟아졌다. 발 디딜 틈은커녕 바닥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동안 구조 과정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동물단체도 경악할 만한 수준의 현장이었다. 그 안에 10마리의 개가 있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 제주시 용담2동의 한 아파트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제주시청 축산과 공무원, 해당 아파트 경비업체 직원, 소방관, 경찰, <일요시사> 취재팀 등 어림잡아도 수십명에 달하는 이들이 한 집 앞에 섰다. 악취와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개가 방치돼있다는 동물 학대 신고까지 된 상태였다.

이번에는

집주인에게는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결국 지자체와 소방서, 경찰 등은 해당 집의 문을 뜯고 강제 개방했다. 집안은 ‘쓰레기’ 그 자체였다. 3개의 방과 욕실은 각종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파 등 가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특이하게도 선풍기가 10대 넘게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중 일부는 진입 당시 작동 중이었다. 냄새를 빼기 위해 틀어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눈에 띄는 점은 쓰레기 더미 위로 흩뿌려진 개 사료였다. 개들은 쓰레기 틈에서 발견됐다. 몰티즈, 푸들 등 대부분 품종견이었고 새끼와 성견 사이의 크기였다. 구조한 개는 총 10마리. 전부 오물을 뒤집어쓴 상태로 관리는 전혀 돼있지 않았다. 털이 길게 자랐고 피부병을 앓고 있는 흔적이 보였다. 중성화도 진행하지 않았다.

위액트 관계자는 쓰레기 사이에 살아있는 개 혹은 사체가 더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 몸집이 작은 개는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 쓰레기를 치울 상황이 안 됐다. 동에서 12명의 청소 인력이 투입됐지만, 현관 부분만 치우는 게 고작이었다.

구조 과정 내내 집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50대 여성으로 알려진 집주인 A씨는 옆집의 민원, 경비업체의 문의에도 제대로 된 답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경비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한 달 이상 집에 들르지 않은 듯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그때(구조 당시)까지 개들이 살아 있는 걸로 봐서는 A씨가 새벽에 몰래 와서 사료를 뿌리고 간 듯하다”고 추정했다.

구조된 개들은 제주시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병원으로 나뉘어 옮겨졌다. 제주시청 축산과 관계자는 “시청 협력 동물병원에서 개들의 건강을 체크한 후 동물보호센터로 이동한다. 이후 A씨가 나타나면 보호 비용 등을 청구할 텐데 이때 A씨가 돈을 내면 다시 개를 데려갈 수 있다. 만약 A씨가 비용을 내지 못하겠다고 하거나 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면 일련의 절차를 거쳐 (입양) 공고를 낸다”고 설명했다.

제주시청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A씨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A씨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소유권 포기 등의 절차를 밟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아직 개들은 A씨의 소유인 셈이다. 위액트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 동물 학대 정황이 있어도 개에 대한 소유권을 강제로 포기하도록 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동물구조단체가 개 주인과 오래도록 설득과 협상의 과정을 거치는 이유다.

2024년부터 입주민 민원
2년 만에 강제 개방 진입

실제 경비업체에 따르면 3~4년 전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해 소방서, 경찰 등이 A씨의 집에 진입한 적이 있다. 경비업체 관계자는 “(당시에도) 민원이 제기됐고 집안에서 생활 반응이 없어 (소방관이)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집에 들어갔다. 우리가 집안에 들어간 것과 동시에 A씨가 집에 와서 마주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도 쓰레기가 많긴 했지만 그나마 거실에는 사람이 서 있을 공간이 있었다. 개는 4마리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3~4년 뒤 A씨의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찼고 개는 확인된 것만 10마리로 불어났다. 그중에 당시 발견됐던 4마리가 포함돼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3~4년 만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번에도 구조 작업이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여에 이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2024년 1월부터 경찰, 시청 등에 입주민의 신고와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갔다. 악취가 심하고 바퀴벌레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호수의 옆집에 사는 주민이 찍은 사진을 보면 전반적으로 깨끗한 복도에 문제의 집 앞에만 바퀴벌레 사체가 바글바글하다.

민원은 올해 2월에도 이어졌다. 입주민들이 주민센터를 통해 바퀴벌레가 계속 나온다는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옆집 주민은 위액트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악취가 너무 심하고 개 짖는 소리가 계속 나서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집 앞에 개 사체가 놓여 있지 않은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집에 들른 시간에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문이 열렸을 때 안을 봤는데 개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불쌍하고 가여워 모르는 척 둘 수 없었다. 아주 가끔 문이 열릴 때마다 개 종류가 바뀌었고 마릿수도 달라졌다. 개를 학대하는 애니멀 호더를 더 두고 볼 수 없어 구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옆집 주민은 2024년 5월과 7월, 2025년 1월에 A씨 관련 사항을 경찰에 알렸다. ‘개 짖는 소리가 심하다’ ‘악취가 너무 난다’ ‘내부에서 뭔가 썩는 냄새가 난다’ 등 신고 내용은 모두 비슷했다.

2024년 7월 ‘112 신고 사건 처리 내역서’를 보면 이미 당시에도 A씨의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내역서에는 ‘집 안에 사람 가슴 높이의 쓰레기 더미를 쌓아두고 사는 것으로 확인되고, 강아지들은 외관상 학대 정황은 없으나 쓰레기 더미 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 등의 내용이 기재돼있다.

또 ‘대상자(A씨)에게 주변에 악취 피해 및 강아지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지 않도록 7일 기간 내에 집안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고 강아지를 잘 관리하도록 강력 경고 조치함’이라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개들은 무려 2년이 지난 뒤에야 구조될 수 있었다. 그사이 다른 입주민이 겪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비업체도 민원이 반복되자 A씨에게 내부를 청소해주겠다는 말까지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경비업체 직원은 조심스럽게 “사실 많이 안타깝다. A씨에 대한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 지자체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했지만…

구조에 참여한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이번 일이 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 대표는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해도 수사기관이나 동물구조단체가 법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결국 미비한 제도가 이 같은 비극을 만들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 개를 학대해도 이를 제지할 수 없는 게 현행 제도다. 제대로 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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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