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의 다물 칼럼> 장동혁이 뭔데?

107석 제1야당을 혼자 침몰시키는 한 사람의 정치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가 지방선거를 42일 앞두고 8박10일간 미국을 다녀왔다. 귀국 이후 보수 텃밭 강원도를 찾았는데 당 소속 현직 도지사가 면전에서 "결자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부산·경기·경북 후보들은 중앙당을 배제한 독자 선대위를 잇달아 꾸리고 있고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은 SNS에 "오늘도 사퇴하기 딱 좋은 계절"이라고 조롱한다. 

<조선일보>조차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는 칼럼을 실었고 시사평론가 진중권은 그를 "감표 요인"이라 단언했다.

107석 제1야당이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내부에서 무너지고 있다. 원인은 한 사람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다. 도대체 그는 누구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며, 왜 당은 그를 말리지 못하는가. 그리고 답은 왜 이토록 분명한가.

일천한 정치 이력 - 재선 3년, 이례적 당 대표 당선

장동혁 대표는 1969년 보령 출생, 판사 출신으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갑에 도전했으나 낙선한 뒤, 2022년 보궐선거를 통해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한 직후 2025년 8월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전 장관을 2366표 차(득표율 약 0.54%p)로 누르고 제4대 당 대표로 선출됐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지 3년 남짓만의 당 대표 등극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역사상 현역 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직에 오른 드문 사례며, 재선의 당 대표도 이례적이다.

짧은 의정 경력 자체가 흠은 아니다. 문제는 그 빠른 이력에 비해 검증된 정치적 자산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원내대표 경험도, 정책위의장 경험도 없다. 2020~2021년 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을 약 1년 역임하기는 했으나 광역·전국단위 선거를 진두지휘한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무총장으로 당직을 처음 맛본 것이 2023년 말이고 최고위원 당선이 2024년 7월이다. 당을 전체적으로 조감하고 전국단위 선거를 책임져 본 경험이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그는 곧바로 당 대표가 됐다.

더 치명적인 것은 자기 정체성의 급변이다. 2024년까지 그는 친한(한동훈)계 좌장으로 분류되던 인물이었다. 12·3 불법 계엄 당시에는 직접 국회 본회의장으로 달려가 해제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몇 안 되는 의원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이 1년도 안 돼 '초강경 친윤·반탄파'의 깃발을 들고 전당대회에 나와 당 대표가 됐다. 본인은 이를 '정치적 결단'이라고 부르겠지만, 불과 1년 만에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점에서 정치적 기회주의로 평가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윤어게인 영입과 도피성 외유 - 대표로서의 부적절한 행보

장 대표의 당대표 당선을 결정지은 결정적 변수는 이른바 '반탄파' 표심이었다. 그 중심에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윤어게인(Yoon Again)' 세력이 있다.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 난입 논란까지 일으킨 전씨에 대해 장 대표는 "당을 지키고 정권을 지키자고 함께 싸운 사람"이라고 변호했고, 토론회에서는 재보궐선거 공천 대상으로 한동훈 전 대표가 아닌 전씨를 꼽기까지 했다.

대표 취임 이후 그의 행보는 이 당선의 부채를 증명하고 있다. 12·3 내란 1주년인 지난해 12월3일, 그는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은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송언석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각각 내란에 대해 사과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친윤 핵심으로 분류되던 윤한홍 의원조차 다음 날 그의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방미 일정은 그 정점이었다. 6·3 지방선거를 5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그는 8박10일간 미국을 다녀왔다. 백악관 NSC 관계자와 미 국무부 차관보 등을 만났다고 하지만 면담 상대방의 신원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못했다. 정작 SNS에 올라온 것은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에서 촬영한 '기념 컷' 사진이었다. 

궤멸 직전의 보수진영을 수습해야 할 총사령관이 선거 목전에서 전선을 이탈해 관광객 모드로 기념사진을 찍은 셈이다. '도피성 외유'라는 당 안팎의 평가가 과한 표현이 아닌 이유다.

귀국 직후 그가 한 일은 더 가관이다. 부산 출마 예정인 한동훈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진종오 의원을 조사하도록 한 것이다. 선거가 40여일 남은 상황에 귀국해 대표가 첫 번째로 벌인 행태가 반대파 공격이였다. 보수통합을 바라는 민심에 찬물을 끼얹어 버린 것이다.

6·3 지방선거 폭망 전망 - 판 깨는 단 한 사람

지방선거 40여일을 앞둔 현재, 국민의힘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대구·충북·경기 등 3곳의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지난 18일, 16곳 공천을 모두 마무리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심지어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는 당내 경선이 소송전으로 비화해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6선 주호영 의원이 "보수의 재건과 부활을 위해 가장 먼저 치워야 할 걸림돌이 장동혁 체제"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후보들의 이탈은 더 심각하다. 서울 오세훈·부산 박형준·경북 이철우 후보가 중앙당을 배제한 독자 선대위 구성을 공식화했고 경기 지역 소속 국회의원 전원도 독자 선대위 발족을 선언했다. 일부 후보는 당 상징색인 빨간색 점퍼를 벗고 흰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선다. 

대표가 선거운동에 합류하면 오히려 표가 깎인다는 판단이 현장에 팽배한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감표 요인이니까 색깔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는 이를 숫자로 확인해 준다. 대부분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두 자릿수 격차로 밀리고 있고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무당층보다 낮게 나오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오세훈 시장 측은 "장 대표가 사라지기만 해도 3%p 안팎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민주당 조차 '샤이 보수'의 결집 가능성만을 유일한 변수로 경계한다. 

거꾸로 말하면, 장 대표가 건재하는 한 샤이 보수마저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장을 다녀보니 '빨간 당이었는데 중앙당을 생각하면 열불이 나서 투표 안 한다'는 사람이 많다"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말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당의 전통 지지층이 대표 때문에 투표장을 기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단순한 '지도부 리더십 논란'으로 포장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일이다. 장동혁 대표 단 한 사람 때문에 지방선거 전체가 침몰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통 보수의 위상 훼손 - 이제 국민의힘은 '공당(公黨)'인가

국민의힘은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민주공화당, 김영삼의 민주자유당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보수의 법통을 잇는 정당을 자임해 왔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한미동맹이라는 네 기둥 위에 서 있는 정당이다. 그 정통성의 상징이었던 보수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 있는가.

내란 혐의로 사법적 판단을 받는 전직 대통령을 대표가 옹호하고 합동 연설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외 세력을 "함께 싸운 동지"라 치켜세우며 불법 계엄을 '의회 폭거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옹호하는 정당을 과연 '정통보수'라 부를 수 있는가.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제1야당은커녕 공당이라 말하기조차 민망하다"고 썼다. 진보 언론의 수사적 공격이 아니라, 보수 지지층 상당수도 공유하는 체감이다.

보수의 품격은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는 데서 나온다. 헌정질서, 법치, 민주적 절차의 존중이 바로 그것이다. 판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정적의 음모'로 규정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운동으로 뒤집으려는 시도를 묵인하거나 부추기는 정당은 이미 보수가 아니다. 그것은 극우적 포퓰리즘이다. 

장동혁 대표가 윤어게인 세력을 품어올린 순간부터 국민의힘은 정통 보수의 간판을 사실상 반납한 셈이다.

보수의 재건은 '강경한 목소리'가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 공동체가 수용해야 할 사법적 결정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정책경쟁을 펼치는 품격. 그 최소한의 기준을 스스로 포기한 정당에 '정통 보수'라는 호칭은 과분하다.

다선 중진들의 무력함 - 왜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하는가

가장 당혹스러운 장면은 이것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뿐 아니라, 6선 주호영 의원, 5선 윤상현 의원, 4선 김도읍 의원을 비롯한 다선 중진들이 연일 사퇴와 비상체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장 대표는 "결자해지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태연하게 버틴다. 107석 거대 야당의 다선 중진들이 재선 대표 한 명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형국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당헌·당규상 당대표의 임기와 권한이 강력하다.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물러나게 하는 길은  전국위원회 결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둘째, 그를 대표로 뽑은 것은 반탄 강경파 당원이다. 중진들이 함부로 그를 밀어내면 강경 당원층의 반발을 정면으로 맞아야 한다. 이 '당심 인질극' 구조가 당의 정상적 자정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그 결과 당 지도부는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대표는 "해당(害黨) 행위를 한 사람이 후보자라도 즉시 교체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정작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목된 본인은 그대로 두고 자기에게 등 돌린 후보들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당을 위한 지도자인지, 당을 볼모로 잡은 지도자인지 구분이 어렵다.

중진들의 전전긍긍은 제도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비겁의 문제이기도 하다. 선거 패배가 확실시 되는데도 공개적 결단을 꺼리는 것은 패배 이후의 책임 소재를 염두에 둔 계산일 수 있다. "나는 말렸지만 장 대표가 듣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두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알리바이가 성립하려면 정치인은 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 표결과 행동으로 움직여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중진들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그  결연한 용기다.

답은 하나 - 장동혁 사퇴, 그리고 대안 지도부

진단이 이 정도로 확실하면 처방도 명확할 수밖에 없다. 장동혁 대표의 자진사퇴,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 또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대안 지도부 구성이 지금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첫째, 장 대표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어느 정치 논객의 표현을 빌리면 "지도부가 거취를 결단해 '더 이상 장동혁의 당이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줘야 선거에서 비벼볼 공간이 생긴다". 장동혁 대표 스스로 내려오는 것 외에 방법은 없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효과가 있겠냐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둘째, 대안 지도부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강경파와 합리적 보수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통합형 인사 (2)내란 세력과의 선명한 단절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원칙주의자 (3)지방선거 패배 이후의 책임까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인물. 누가 됐든, 친윤(친 윤석열)·친한·친이(친 이명박)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과도기 관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셋째, 지방선거 이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 책임을 묻는 것은 뒷북이다. 이미 깨진 그릇을 보고 한탄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 이전에 지도부를 교체해 '샤이 보수'의 투표장 복귀를 유도할 수 있어야 그나마 반전의 여지가 생긴다. <조선일보>가 지금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 김진태 지사가 굳이 '결자해지'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당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가

정치는 리더십에 의한 팀 스포츠다. 한 사람의 결정이 팀 전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후자에 훨씬 더 가깝다. 107명의 국회의원, 수십명의 광역·기초 단체장 후보, 수백만 당원, 그리고 수천만 보수 유권자의 운명이 재선 대표 한 사람의 '물러나지 않겠다'는 고집에 매여 있다.

이 칼럼은 특정 계파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옳다는 주장도, 김문수 전 장관이 대안이었다는 주장도 아니다. 다만 한 정당이 정상적인 공당으로 기능하려면 '선거에서 당을 침몰시킬 것이 확실한 대표'를 스스로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상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 상식이 지금 국민의힘 안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장동혁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이 정말 "보수의 가치·품격·미래가 되겠다"고 전당대회에서 약속한 그 사람이라면,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 대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당을 지키는 것이다. 보수 유권자가 당신에게 기대한 것은 권좌가 아니라 책임이었다. 그 책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다.

"장동혁이 뭔데?" 당원들과 유권자들이 점점 공개적으로 묻기 시작한 이 질문에 장 대표 스스로 답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가 답하지 않는다면, 6월3일 유권자들이 대신 답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보수 진영 전체의 치명적인 몰락이 될 것이다. 

<bmw47@nate.com>

 

[박민우는?]
▲육군사관학교 47기
▲전 제2군단 부군단장
▲한성대 정책학 박사
▲현 명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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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식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휘청이던, 전쟁 여파에 고꾸라지던 모습이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정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지수를 말아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공언했던 코스피 지수 5000보다 이제는 1만이 더 가까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며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대부분 ‘빈 약속’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12‧3 비상계엄의 여파를 제외하고라도 코스피 지수는 3000 언저리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바닥이 얇고 지붕이 단단하다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은 깨지기 어려워 보였다. 역대급 불장 돈이 모인다 이재명정부 1년째를 앞둔 현재, 주식시장의 지붕은 완벽하게 뚫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방을 올려 잡고 있다. 동시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증후군이 퍼졌고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움직였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부 차원의 ‘머니 무브’ 정책으로 역대급 불장이 계속되면서 덩달아 증권업계도 신났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는 거래대금 폭증으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의 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60여개에 이르는 국내 증권사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개미들을 잡으려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투자자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또 증시가 폭발하면서 빚을 내서까지 시장으로 진입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증권사는 손해 볼 게 없다. 문제는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어나는 증권사발 사건‧사고다. 최근 증권사의 갈지(之)자 행보로 투자자가 의도치 않은 세금 폭탄을 맞은 사건도 한 예다. 증권사마다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제멋대로 굴면서 일부 투자자는 수백만원, 많게는 억대의 손해를 봤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정부도 손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미국 본사 이전 주식 구분 변경 일어나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암호화폐를 채굴하던 ‘비트팜스(Bitfarms)’라는 기업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법인을 뒀던 비트팜스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인공지능 및 고성능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명을 ‘킬 인프라스트럭처(Keel Infrastructure)’로 변경했다. 본사 이전이 완료된 시기는 지난달 1일. 비트팜스는 킬 인프라스트럭처의 자회사가 됐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같은 달 6일 주식 구분이 변경됐다. 다시 말해 주식 종목에서 비트팜스가 없어지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거래가 개시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과정이 ‘주식 교환’으로 처리돼 세금이 붙지 않았다. 문제가 된 건 비트팜스 주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서학 개미’들이다. 이들의 주식은 매도 후 재매수 처리됐다. 다시 말해 비트팜스 주식이 처분되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양도’가 일어난 것이다. 비트팜스 1주는 킬 인프라스트럭처 1주로 바뀌었다. 이 과정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의 의지로 이뤄졌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현행법상 해외주식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이 붙는다. 250만원 이상의 주식 소득에 22%의 세금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으로 1000만원을 벌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 수수료까지 떼고 나서야 투자자가 실제 번 돈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1년치 해외주식 소득을 따져 부과된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정리한다. 이익과 손해가 250만원 이내로 합산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이 시기에 투자자들은 계산에 골몰한다. 물론 주식을 사고팔지 않으면 양도소득세 자체는 ‘0’이다. 예상치 못한 세금 날벼락 하지만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될 당시 ‘매도 후 재매수’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은 ‘강제로’ 이익 혹은 손해가 발생했다. 기대 수익, 예상 손해로 존재하던 게 실제 이익과 손해로 전환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 부과 이슈가 발생한다. 비트팜스 사건을 두고 지난해 5월 일어난 ‘로켓랩’ 주식 전환 사태를 떠올리는 이유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 USA는 지난해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재편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23일 신설된 로켓랩 코퍼레이션이 기존 로켓랩 USA 법인을 자회사로 흡수합병했다. 이때 로켓랩 USA 주식은 동일한 가치의 로켓랩 코퍼레이션 1주로 자동 전환됐다. 미국은 세법상 주식 교환 과정에서 이익과 손해를 실현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됐고 무엇보다 당시 이 과정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로켓랩 USA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고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졌다. 단일 민원으로는 최다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점은 국내 증권사들의 대응이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각자 다른 답을 내놨다. 세법에 대한 해석이 갈리면서 적용을 달리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양도 거래’로 판단해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들은 단순 주식 교환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투자자로서는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고, 부과되지 않는 이른바 ‘복불복’ 상태에 놓인 것이다. 당시 로켓랩 주식 전환 처리 방식에 따라 증권사를 옮기는 이동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은 결국 정부로 넘어갔다. 세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민원 폭탄에 기재부 해석 당시 기획재정부는 로켓랩 사태 이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맞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의 원칙과 소득세법 제88조의 ‘양도’의 의미를 근거로 내세웠다. 주식 티커명이 같더라도 법률상 기존 로켓랩 USA 주식이 소멸하고 주주가 새로운 로켓랩 코퍼레이션을 취득한 만큼 동일한 자산을 연속적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 자산을 교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식 티커는 증권거래소에서 특정 상장회사의 주식을 고유하게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짧은 약어를 뜻한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트팜스가 KEEL로 티커명이 바뀌어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같은 사람이고 거래 상태는 ‘보유 계속’이다. 사업, 경영진, 지분율 어느 하나 바뀌지 않았는데 (기재부는) 이걸 자산의 이동으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로켓랩 사태 당시 기재부가 유권해석을 내렸기에 비트팜스 사건에 동일하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에도 증권사에 따라 손해와 이익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따지고 보면 비트팜스 사건과 로켓랩 사태에서 투자자들이 분노한 지점은 같다. ‘실제 팔지도 않은 주식’에 세금을 매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더 화나게 하는 부분은 증권사들이 적용 기준을 제멋대로 했다는 점이다. 재판으로 비유하면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권사의 행보는 ‘갑질’로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별로 적용 시점이 달랐다. 메리츠 증권은 지난달 3일, 토스 증권은 같은 달 6일에 투자자들에게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알렸다. 미국은 비과세로 처리하는데…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투자자들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아예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하지 않은 주식 거래가 이뤄져 있던 셈이다. 로켓랩 사태와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토스 증권을 사용 중인 한 투자자는 “6일에 비트팜스에서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바뀌어서 거래가 개시됐는데 그 당일에 공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토스 증권은 해당 투자자의 문제 제기에 “(4월)3일에 (주식 구분 변경) 정보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4월)6일에 공지했다. 최초로 정보를 알게 된 (4월)3일은 현지 휴장일로 투자자가 실제 매매 등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7일에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권리 처리를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즉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적용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교환으로 적용했다가 뒤늦게 양도로 처리한 증권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투자자는 “신한 증권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주식명만 바뀌더니 2~3일 뒤에 재처리됐다. 증권사에 문의했더니 다른 증권사의 처리 방식대로 했다고 하더라. 그사이에 주가와 환율이 바뀌었는데 일괄 적용한 것이다. 주먹구구식도 이런 주먹구구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비트팜스 투자자들의 민원을 증권사에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투자자들이 받은 답변은 이 사안이 ‘자율 조정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자율 조정 대상은 정식 조사 전 금융사와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일단 증권사랑 얘기하라는 뜻이다. 투자자로선 금감원에서 증권사로 넘어간 공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손 놓은 정부 투자자 운다 70명가량 모여 있는 비트팜스 투자자 단체 채팅방에서는 무력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와 증권사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로켓랩 사태의 선례로 이번 사건 또한 흐지부지될 것이라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 몇몇 투자자는 ‘손절(손해 보고 매도)’하고 채팅방을 떠났다. 한 투자자는 “로켓랩 사건 때 정말 다 들고 일어났다고 느낄 정도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도 결론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민원도 많이 안 들어간 걸로 안다”며 “이 사건이 스페이스X와 합병설이 도는 테슬라 같은 대형 주식에 일어났어도 정부나 증권사가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