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지원금 검증 사각지대

협업 내밀고 단독 창업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청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지원금 신청이 한창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청년 실업 문제의 대안으로 정부는 매년 지원금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지원금 선정의 핵심 기준인 ‘사업계획서’의 검증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정작 사업성이 있는 창업자들이 밀려나고 있다.

청년층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창업지원금’은 자금과 경험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에게 초기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상환 의무가 없는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며, 사업 수행을 전제로 일정 금액이 선지급되는 구조를 갖는다.

지원금만
노리고…

청년창업지원금은 대부분 ‘사업계획서’를 중심으로 선발 절차가 이뤄진다. 지원자는 창업 아이템의 사업성, 기술성, 시장성 등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류 평가와 발표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이후 주관 기관과 협약을 체결하면 사업비가 지급되며, 창업자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자금을 활용해 제품 개발이나 서비스 구축, 시제품 제작, 시장 진출 등을 추진하게 된다. 사업비는 인건비, 재료비, 외주 용역비 등 세부 항목별로 사용이 제한되며, 집행 과정에서 관련 증빙 자료 제출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청년창업지원사업으로는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등이 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통상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 내외의 자금을 지원하며, 초기창업패키지는 평균 5000만~7000만원 수준의 사업화 자금이 투입된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역시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지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사업은 최대 2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지원되기도 한다.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청년창업지원사업은 수백개에 달하며, 전체 예산 규모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수준으로 확대돼 왔다. 이에 일부 주관 기관에서는 수십대 1에 이르는 경쟁률이 나타나기도 했다.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원 과정 자체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창업지원금 제도는 청년 실업 문제를 완화하고, 기술 기반 창업을 촉진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자금 부족으로 창업을 망설이던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는 크다. 실제로 다수의 창업 기업들이 해당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성장 발판을 확보하고 있다.

대필·명의 대여…다양해진 수법
‘쉽게 최대한’ 불법‧편법 확산

하지만 청년창업지원금 규모가 확대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노린 편법과 불법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컨설팅, 사업계획서 대필, 명의 대여, 심지어 지원금 분배를 전제로 한 공모 형태까지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협업을 명목으로 접근한 뒤 사업 아이디어를 가져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창업을 준비 중이던 A씨는 “낯선 사람이 내 아이디어를 빼앗고 그걸로 창업지원금까지 타 갔다”며 “처음에는 사업계획서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사업계획서 수정·보완을 돕겠다고 접근한 뒤, 핵심 자료를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단독 창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특허 자료나 제품 이미지, 사업 구상 등 모든 자료를 가로채 창업지원금을 받아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사업계획서가 문제없이 통과됐다는 점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눈뜨고 코 베일 수밖에 없다. 보통 협업 관계가 명확하게 문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가 공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기는 쉽지가 않다.

외부에서는 이른바 ‘브로커’ 또는 컨설팅 시장이 형성돼있다. 일정 비용을 받고 사업계획서를 대신 작성하거나 평가 대응 전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는 수만원 수준의 간단한 첨삭부터 수백만원대의 고가 컨설팅까지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선정 이후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요구하는 ‘성공 보수형’ 구조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업계획서 작성과 면접 대비를 통해 지원사업 선정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광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브로커 시장은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전에는 동일한 사업계획서를 제목만 바꿔 여러 기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수억 원대 창업자금을 반복 수령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다 뺏겨도
속수무책

또 대학생 명의를 빌려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뒤, 지원금을 나눠 갖는 방식의 편법 구조 역시 확인된 바 있다. 사업 수행 주체와 실제 수익자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바지사장’ 형태다.

보다 조직적인 방식의 부정 수급 사례도 존재한다. 과거 브로커와 신청자가 공모해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교육 이수, 사업 진행까지 전 과정을 대리로 수행하고, 시제품 제작 역시 외부업체를 통해 허위로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원 예정금 6000만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3000만원가량이 브로커와 신청자 사이에 나눠진 것으로 조사됐다. 시제품은 사진 제출만으로 확인이 이뤄지고, 교육 과정에서도 대리 출석이 걸러지지 않는 등 관리 체계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행태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랜서 플랫폼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창업 지원사업 관련 컨설팅 상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 업자들은 “선정 가능성을 높여준다”거나 “평가 기준을 잘 알고 있다”는 식의 홍보 문구로 예비 창업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지원금을 노리고 사업 아이템을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주는 형태의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일부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예상 매출이나 사업성을 과도하게 부풀려 작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이 공유되기도 했다.

또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이후에도 실제 사업을 지속하지 않고 자금을 소진한 뒤 폐업하는 사례, 이른바 ‘먹튀’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편법과 불법 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걸러내는 체계는 없는 상황이다. 청년창업지원사업이 갖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활개하는
브로커들

특히 사업계획서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현재의 심사 방식은 창업 아이템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제출 자료의 실제 작성 주체나 권리 관계까지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원사업 대부분은 서류 평가를 통해 1차 선별이 이뤄지고, 이후 발표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업계획서가 실제 창업자에 의해 작성됐는지, 혹은 제3자의 도움이나 개입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외부 컨설팅이나 멘토링과 불법 대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개입이 있었더라도 이를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협업 관계 역시 검증이 까다로운 영역이다. 창업 초기 단계에서는 구두 합의나 비공식적인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별도의 계약서나 권리관계 정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특정 자료가 누구의 기여로 만들어졌는지, 사업 아이디어의 실질적 권리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협업 과정에서 제공된 자료가 제3자에 의해 활용되더라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지원금 집행 방식 또한 이 같은 한계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창업지원금은 사업 수행을 전제로 일정 금액이 선지급되는 구조를 갖는다.

이후 중간 점검과 최종 평가를 통해 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환수 조치가 이뤄지지만, 이미 자금이 집행된 이후에야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사전 예방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장 점검 역시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지원 대상 기업 수가 많고 사업 유형이 다양한 상황에서 모든 사업을 일일이 실사로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사업계획서만 통과하면 끝?
창업지원금 검증 체계 구멍

이에 따라 시제품 확인이나 사업 진행 여부 점검이 서류나 사진 등 간접적인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허위 자료 제출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단속과 처벌 측면에서도 한계가 드러난다. 관련 기관들은 불법 브로커 개입이나 부정 수급이 확인될 경우 지원금 환수와 사업 참여 제한 등의 제재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적발 사례는 많지 않다.

위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고의성과 공모 관계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관련 자료 확보가 쉽지 않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수사와 제재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업계획서 대리 작성을 통한 부정 수급을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 시 지원금 전액 환수와 사업 참여 제한 등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불법 브로커 의심 활동에 대한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신고 채널을 운영하는 등 제도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창업자의 사업 이해도와 실행 역량을 검증하는 절차를 보완하는 등 심사 방식 개선도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창업지원금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제재 강화뿐 아니라, 권리관계 검증과 사업 수행 확인을 보다 정교하게 할 수 있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직하면
불이익?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정작 사업성이 있는 창업자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밀려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창업지원금을 받아 창업을 시작한 B씨는 “정직한 방법으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지원금 확보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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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