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특집] 일본이 몰려온다-일본뭉칫돈 국내 엔터테인먼트 장악 경계령

거대자본 마구잡이 투여…손 벌렸다간 ‘고래밥 신세’

경기 불황으로 문을 닫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파산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자금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일본 자금이 밀려오고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계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고 이제 돈을 넣어 전체를 삼키자는 생각인 것 같다. 근시안적으로 손을 벌렸다가 나중에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지핀 한류 붐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한류를 키웠지만 불과 몇 년 사이 버블이 붕괴되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심각한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일본 자금은 요즘 제작사와는 합작 물량을 늘리고, 매니지먼트사에는 투자를 적극 타진하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점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한류 붐이 일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드라마와 영화 제작사들이 한 작품을 겨우 만들고 사라지고 있다. 제작사는 사라졌지만 임금 미지급 사태로 후폭풍은 여전하다. 간신히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제작사라도 작품 개발비, 경상비 등을 조달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곳이 많다.

치솟는 계약금과 활동비로 매니지먼트사도 허리가 휘기는 마찬가지. 최근 스타급이 즐비하게 소속된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간부 명의로 소속 연예인들에게 “치솟는 유가 등으로 경상비가 많이 늘어났으니 가급적 불필요한 활동은 자제해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낸 것은 웃지 못할 촌극 중 하나다.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이런 상황인데 군소업체는 말할 것도 없다.
매니지먼트사 A 대표는 “경상비가 너무 올라 100만 원이 아쉬운 형편이다”라고 말했고, 영화 제작사 B 관계자는 “시나리오 개발비 500만 원이 없어 작가와 계약하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제작사인데 참 한심한 상황이다”라며 한탄했다.
코스닥 우회 상장 등으로 1~2년 활황이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수익 구조의 부실함이 증명되면서 현재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매니지먼트사들은 높은 계약금 등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 밝혀지고, 제작사들은 높은 제작비 때문에 히트작을 내도 손해보기 일쑤인 현실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국내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은 손해를 봐도 투자금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추가 투자가 마르면서 휘청대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일본 자금이 매니지먼트사를 중심으로 투자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이 거대 자금을 투입, 한류스타 잡기에 혈안이다. 일본의 프로덕션들이 톱스타 A양 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계열사인 한 외주 프로덕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A양 캐스팅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두 차례에 걸쳐 캐스팅 관련 제안서를 A양의 측근에 전달했고 3월 중 프로덕션 대표가 직접 내한, 삼고초려를 계획하고 있다.
프로덕션의 한국측 관계자는 “지난 11월과 12월 제안서를 A양의 측근에게 전달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최고 대우는 물론이고 작품 선정, 촬영 시기, 장소 등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의 한국통인 프로덕션 대표까지 한국의 모든 인맥을 동원, A양을 설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덕션은 이를 위해 서울 논현동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덕션은 지난 2005년에도 파격적인 개런티를 제시하며 A양 캐스팅에 나서기도 했다. A양은 당시 이를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A양의 측근에게 전달된 제안서에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덕션에서 준비중인 영화와 드라마 중 A양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원할 경우 A양이 지정하는 한국의 드라마 외주제작사나 영화사가 공동 제작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개런티도 최고 대우를 보장함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 또는 방영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A양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양이 원할 경우 일본 활동에 관한 매니지먼트 계약을 별도로 추진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본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업체도 한국의 A매니지먼트사를 통해 100억대의 자본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업체에서 A양을 스카우트하는 조건으로 100억대의 펀딩을 받기로 했다”며 “A양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침체기에 누가 돈 준다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요즘 둘러보면 일본 돈 받는 매니지먼트사가 많다. 그것이 말이 좋아 투자지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이 한국 매니지먼트사를 다 인수하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류 열풍 때문에 일본에 한국 대중문화 편중 현상이 심해 이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톱스타를 캐스팅 해 영화와 드라마 등을 제작한 뒤 역으로 한국에 수출해 양국의 문화적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일본 자금 ‘경계경보’
제작사?매니지먼트사…“100만원이 아쉬운 형편”
국내 투자 마르자 일본 자금 적극적 유입
관계자 “한국 컨텐츠 장악 의도 엿보인다”


실제로 한 스타급 배우는 자신의 소속사를 세우기 위해 일본쪽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여기저기 일본쪽 투자를 받은 기획사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일본 자금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니지먼트사 인수에 그치지 않는 듯하다.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제작사를 인수하려한다는 관측이 많다.
중견 매니지먼트사 C의 대표는 “최근 일본 쪽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는데, 조건이 우리가 제작사를 인수해 관리하는 것이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 제작을 장악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원래 일본 자금이 제작사를 먼저 접촉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고 대신 창구로 삼는 것이 매니지먼트사다”라면서 “아직 피부로 와닿는 것은 없지만 매니지먼트사 쪽으로 입질이 오간 것은 오래됐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일본과의 제작 합작 논의가 더 활발해진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다. 한류는 식었는데도 합작 논의가 더 활발해지는 것은 현재 한국 제작사들이 돈에 목말라 있어 약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작권 등 각종 권리에 관한 논의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라는 것.
이 관계자는 “요즘 들어 일본과의 합작 논의가 더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 예전에는 개별 단위로 합작을 했는데 최근에는 작품 편수가 여러 개 합쳐진 시리즈물에 대한 제안을 많이 해온다. 리스크를 줄이는 측면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에는 영화·드라마·음반 등의 판권 확보를 위한 일회성 투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경영권 인수, 합작기업 설립 등을 통해 한류 콘텐츠의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지분투자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 자금의 유입은 관련 엔터테인먼트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엔터 붐’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거대 자금을 앞세워 한국 컨텐츠 장악 의도를 내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위안거리는 한류스타들이 외화 획득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열리는 한류스타의 팬미팅이나 제작발표회, 콘서트에는 일본 관광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 일본인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2일에는 200여명의 일본팬이 탤런트 주지훈이 출연중인 뮤지컬 <돈 주앙>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보통 팬미팅이나 제작발표회 등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팬들은 많지만 공연 관람만을 위해 이처럼 대거 입국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일본팬들이 몰리는 이유는 한류스타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엔고’ 영향도 크다. 대개 2박 3일 일정의 한류 투어의 경우 100만원 안팎의 가격대로 결정되기 마련인데 엔고로 인해 일본팬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류스타와의 만남 이외에도 저렴한 경비로 쇼핑과 관광을 겸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내 인지도가 있는 한류스타를 중심으로 일본 현지 팬의 방한 상품을 구성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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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