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공천 작업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혁신 공천’을 기치로 현역 광역단체장과 중진 의원 컷오프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충북도지사 후보들이 집단 이탈하는 등 파열음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선 명확한 원칙 없는 ‘고무줄 잣대’와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이 재부상하는 이른바 ‘윤 어게인 공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본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공천은 사실상 와해 위기에 처했다. 공관위가 현역인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컷오프하고, 추가 공모를 통해 김수민 전 충북 정무부지사의 신청을 받으면서 경쟁 후보들이 ‘특정인 내정설’을 제기하며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충북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조길형 전 충주시장은 전날(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이 당은 더 이상 제가 사랑하던 당이 아니”라며 예비후보 사퇴와 공천 신청 철회를 전격 선언했다.
조 전 시장은 “도민들이 아닌 저들에게 공천을 구걸하는 것은 구차한 일이며, 저를 배제하게 놔두는 것은 더욱 모욕적인 일”이라며 “물새가 노닐던 물가를 흐리지 않고 살며시 떠나듯이 작별을 고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주자인 윤희근 전 경찰청장 역시 “불면의 밤을 보내며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며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앞서 전날에도 “대구 지역에 특정인을 공천하기 위해 충북의 특정 카드로 구색을 갖추고 들러리 세우기 위한 거라면 더더욱 누구를 호구로 아느냐”며 공관위의 ‘낙하산 공천’ 의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컷오프 당사자인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 도지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천 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김수민 전 부지사에게 사전에 공천 신청을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다만 김 지사 본인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그는 지난해 4월과 6월 국외 출장을 앞두고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출장 여비 명목으로 현금 1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의 ‘물갈이’ 시도는 충북뿐만 아니라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거센 저항에 직면해 있다.
공관위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의원 등 중진들을 대거 컷오프하고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염두에 둔다는 설이 돌자 해당 의원들은 “밀실 공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장 공천에선 오락가락 행보로 빈축을 샀다. 당초 현직인 박형준 부산시장을 컷오프하고 주진우 의원을 단수 공천하려 했으나, 당 지도부와 부산 지역 의원들이 “경쟁을 거쳐야 한다”며 집단 반발하자 결국 양자 경선으로 선회했다.
당 안팎에선 이 위원장의 공천 기준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두겸(울산)·김진태(강원)·박완수(경남)·최민호(세종)·이장우(대전)·김태흠(충남) 등 다른 현역 광역 및 지자체장들은 대거 단수 공천을 받은 반면, 충북과 대구 등 특정 지역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의 경우 이철우 도지사와 임이자 의원이 별도 페널티 없이 경선을 치르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이처럼 여러 모로 ‘널뛰기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는 당의 쇄신 의지 부족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9일 이른바 ‘절윤 결의문’을 채택하고도 이렇다 할 후속 조치 없이 공천만으로 혁신을 증명하려는 구조 자체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천 물망에 오르거나 유력시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도로 친윤(친 윤석열)’ 색채가 뚜렷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유죄 판결 직후 “3심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 의원 역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이며, 충북도지사 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윤갑근 변호사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쇄신보다는 과거 회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혁신 공천’이라고 하지만 원칙이 잘 보이지 않는 ‘원님 공천’을 하고 있다”며 “이 위원장 뒤에 ‘윤 어게인이 있지 않는가’하는 의심을 많은 의원들이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윤 어게인과 절연 결의문까지 냈는데 그런 분들과 같이 가면 윤 어게인이라는 덧칠이 씌워지고 당론과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쏴 붙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혁신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흔들리지 않겠다. 공천 혁신, 세대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다”며 컷오프 강행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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