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억 의혹’ 김경 서울시의원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6.01.20 10:29:57
  • 호수 1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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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긴 줬는데 누가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특별한 공무나 용무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도피성 출국’ 의혹을 샀던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이 싸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돌아왔다. 한때 교육과 예산 전문가로 시의회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가, 이제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1억원의 금품이 오갔다는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은 미국 체류 중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를 제출하고 귀국 나흘 만인 지난 15일 경찰에 자진 출석하는 등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자수서에 새로운 사실을 명시하며 진실 공방에 불을 지펴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모든 걸
사실대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 김경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현역 의원 측에 1억원을 제공하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김 시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당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천을 받았을 뿐 금품 제공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저는 당에서 정한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공천받았다. 이후 강서구 6개 선거구 중 유일한 민주당 시의원으로 당선돼 지역 발전과 주민의 권익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시의원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변호인을 통해 공천 헌금 관련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자수서에는 “공천 헌금 1억원을 전달하는 자리에 강선우 의원도 동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시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12월31일 개인 SNS를 통해 “2022년 4월20일 보좌관(사무국장)의 보고를 받고 해당 사실(금품수수 의혹)을 인지했다”며 “누차 반환을 지시했고 반환됐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보고 받기 전에는 이 내용과 관련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시의원이 자녀를 만나기 위해 출국한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렸다. 김 시의원은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피성 출국’ 의혹에 휩싸였다.

김 시의원이 미국 체류 중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 등이 포착돼 증거인멸 의혹도 불거졌다.

이는 강 의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돼 경찰은 구체적인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5일 2차 출석 당시 김 시의원은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며 경찰에 재출석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다주택자 공천 배제’라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김 시의원은 서울 평창동 단독주택, 방배동 아파트, 강남·동대문 일대 상가 5채 등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했음에도 강서구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경찰은 이 ‘특혜성 공천’이 1억원과 연결돼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자수서 새로운 사실 보니…
‘공천 헌금’ 엇갈린 진술

김 시의원은 1965년생 여성 정치인으로, 민주당 출신의 제10·11대 시의원(강서구 제1선거구)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및 박사 과정 수료, 한양여대 아동복지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초선 의원에 입성한 뒤 2022년 강서1(화곡1·2·8동) 단수공천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주요 직책으로는 제11대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당내 정책위 부의장·서울시당 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도시재생·문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용원 후보를 꺾고 동시에 강서구 지역 민주당 서울시의원 후보 출마자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지난해 9월 말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의 당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 상태다.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공천 뇌물 의혹과 각종 비위 의혹을 이유로 김 시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발의하며 제명까지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구조상 재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제명 표결에서, 다수당 인원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함에 따라 김 시의원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가 의원의 품위 손상 등 사유가 있을 경우 공개회의 경고, 공개 사과, 출석 정지, 제명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시의원은 재선 선거운동 시절 “강서, 개발을 선택! 발로 뛰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강서구는 한강과 인접해 있으며 김포공항과 함께 도시개발 지역 및 농촌 지역이 공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면적은 약 41.4㎢로 서울 자치구 중 넓은 편이며, 인구는 약 65만명 수준으로 주거·상업 중심지로 성장했다.

한강 하안 김포평야 지대에 자리해 과거 농경지였으나 가양·마곡지구 개발로 아파트와 오피스 단지가 대거 들어서며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특히 마곡지구는 서울의 7대 광역중심 중 하나로 지정돼 MICE·지식산업센터·오피스 빌딩 등을 집중 개발 중이다. 트레이더스·교보문고 등 대형 상업시설로 서울 서남권 상권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방화·가양동은 김포공항에 인접해 물류·항공 관련 산업이 발달했으나 공항 이전 논의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포공항로·남부순환로·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가 교차하며 5·9호선 등 지하철망이 잘 갖춰져 서울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우장산공원·방화공원 등 녹지 비율이 높아 주거 선호도가 높지만, 그린벨트로 인해 추가 개발이 제한적이다.

김 시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며 제시한 공약은 주거 혁신 ▲경제 활력 ▲청년·교육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침체된 지역 상권을 청년 에너지로 살리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았다.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만성적인 노후 주거지 정비와 생활 인프라의 전면 개편이다.

주거 분야 사업으로는 ‘3080 플러스 공공도심 복합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화곡1동 모아타운의 조기 정착을 통해 주거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했다.

문화 복지
정책 마련

문재인정부 시절 ‘3080플러스 후보지’로 선정된 해당 지역은 주민 92% 동의에도 불구하고 지구 지정조차 하지 못한 채 제도상 표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용적률 상향 혜택을 활용하지 못해 사업성이 낮아진 게 이유다.

공기업이 주도해도 민간 건설사 참여가 어려운 상황으로, 공동 시행이나 시공사 모집이 지연되고 있다.

화곡 모아타운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노후 저층 주거지(빌라·다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 지역이다. 2025년 기준 설계·시공사 선정과 사업 시행 계획 단계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은 전통시장과 청년이 만나는 경제 거점 구축을 위해 지원책을 강구했다. 그는 세대별 맞춤형 활성화를 제시했다. 화곡중앙시장과 까치산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접근성을 다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화곡1동 먹자골목 내 청년몰 유치와 곰달래길·복개천 주변 상가 정비로 젊은 층을 유입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곡중앙시장은 까치산역에서 700m 거리에 있는 소규모 실속형 시장으로 육류·청과·생활용품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김포공항 고도 제한으로 인한 저층 주거 밀집과 보행 불편·간판 혼잡·주차 부족이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5월 서울시 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성화 계획이 원안 가결되며 간판 정비·보행 환경 개선·주차장 신설 등 5개 사업이 우선 추진 중이다. 까치산시장 또한 화곡중앙시장과 연계 재생으로 현대화·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이 진행돼 접근성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길 전망이다.

김 시의원은 젊은 세대를 위해 점포 인큐베이터 지원을 도입해 ‘도전하는 상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해 20년 가까이 방치됐던 마곡 산업단지 내 유보지를 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화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해당 부지는 2007년 마곡도시개발사업 추진 당시 ‘전략적 미래 유보지’로 설정됐으나, 계획 수립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활용안 없이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각종 쓰레기 무단 투기, 해충 발생, 도시 미관 저해 등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서구는 2024년 서울시에 조기 공급을 건의했으나, 시는 여전히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김 시의원에 따르면 강서구는 인구 1만명 당 문화 시설 수가 0.41개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0.98개와 비교해 42% 수준에 불과하다. 마곡 지역의 대규모 개발로 인구는 급증했으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시의원은 “강서구의 청소년 인구 규모가 서울 자치구 중 5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은 전무하다”며, “미래 인적 자산인 청소년을 위해 ‘전략적 미래 유보지’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원
제명 수순

그는 대규모 개발 계획에서 주민 편의시설이 누락된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유보지 내 청소년 대상 문화체육시설 건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땅을 놀리는 것은 행정 낭비”라며 서울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시의원은 2022년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 등 관련 분야 6관왕을 달성했다. 이는 2021년부터 이어진 도시사업 관련 6번째 수상이었다. 주거환경 관련 조례 제·개정 공로 등 도시재생에 가장 이바지한 의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실제로 김 시의원은 소규모주택정비관리 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개최해 도심 정비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했다. 특히 서울의 고질적 문제인 ‘반지하’ 주거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재개발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민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한 결과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을 수상하게 돼 기쁨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해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시의원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해 발 빠른 입법으로 응답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실천본부)는 ‘제15회 2023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에서 좋은 조례 분야로 우수상을 건넸다.

실천본부가 주관하는 약속대상은 지방의회 역량 강화 및 주민 신뢰 기반 구축을 위해 전국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 분야와 좋은 조례 분야로 나눠 수여하는 상이다.

실천본부에 따르면 좋은 조례 분야의 경우 ‘입법의 시급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영향, 지역의 발전 및 경제에 대한 효과, 대안적 독창성, 목적의 적합성’ 등 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김 시의원은 ‘서울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조례’를 발의해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임차인에게 법률 상담 및 금융·주거 지원의 연계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세 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특정 종교단체 당비 대납 의혹
민주당 탈당해 소속 정당 없어

해당 조례는 ‘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 ‘전세 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임차인 보호 대책의 수립 ▲피해 사실의 조사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피해 예방 사업 ▲전월세종합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 ▲협력 체계의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 법률 상담, 금융·주거 지원 연계, 전월세종합지원센터 설치 등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시의원은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였던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든 상황이었는데 ‘좋은 조례’로 선정돼 수상받아 매우 영광스럽다”며 “앞으로도 우리 주변을 더 살피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겠다”고 말했다.

2024년 7월엔 재선 의원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시의회 핵심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 쌓은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서울의 문화 경쟁력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 시점이다. 이에 따라 김 시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이동했다.

김 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해 12월23일 본회의를 통과하며 시사편찬위원회의 민간위원 자격 요건을 명확히 했다. 이번 개정으로 역사·행정·학술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 구성이 제도화되면서 서울시 기록물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강화됐다.

기존 조례에서 추상적이었던 민간위원 기준을 구체화해 위촉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 기록 축적을 넘어 정책 흐름을 체계적으로 후대에 남기는 공적 자산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김 시의원은 “위원 구성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시민 공공 자산으로서의 역사 기록 책임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발의된 ‘서울갤러리 운영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하며 임산부의 문화 향유권이 법적으로 한층 두터워졌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서울갤러리 무료 관람 대상에 ‘임산부 본인’을 명문화한 것으로, 그동안 시설별 내부 지침이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이용 기준을 일원화하고 임산부가 당당하게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립했다.

이는 김 시의원이 주도했던 ‘서울시 임산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공 문화시설 현장에 직접 이식한 실무적 후속 조치로 평가받는다.

그는 정책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시민의 일상에서 실효성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며, 이번 조례가 공공 문화시설 운영에 생애주기와 돌봄의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활발한
의정활동

김 시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공공시설에 임산부 패스트트랙과 우선 창구를 설치하는 등 일상 속 정책 반영에 주력했다.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적 기반을 닦고, 보편적 가치를 담은 조례들로 서울시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려 했던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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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