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억 의혹’ 김경 서울시의원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6.01.20 10:29:57
  • 호수 1567호
  • 댓글 0개

주긴 줬는데 누가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특별한 공무나 용무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도피성 출국’ 의혹을 샀던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이 싸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돌아왔다. 한때 교육과 예산 전문가로 시의회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가, 이제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1억원의 금품이 오갔다는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은 미국 체류 중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를 제출하고 귀국 나흘 만인 지난 15일 경찰에 자진 출석하는 등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자수서에 새로운 사실을 명시하며 진실 공방에 불을 지펴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모든 걸
사실대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 김경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현역 의원 측에 1억원을 제공하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김 시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당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천을 받았을 뿐 금품 제공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저는 당에서 정한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공천받았다. 이후 강서구 6개 선거구 중 유일한 민주당 시의원으로 당선돼 지역 발전과 주민의 권익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시의원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변호인을 통해 공천 헌금 관련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자수서에는 “공천 헌금 1억원을 전달하는 자리에 강선우 의원도 동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시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12월31일 개인 SNS를 통해 “2022년 4월20일 보좌관(사무국장)의 보고를 받고 해당 사실(금품수수 의혹)을 인지했다”며 “누차 반환을 지시했고 반환됐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보고 받기 전에는 이 내용과 관련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시의원이 자녀를 만나기 위해 출국한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렸다. 김 시의원은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피성 출국’ 의혹에 휩싸였다.

김 시의원이 미국 체류 중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 등이 포착돼 증거인멸 의혹도 불거졌다.

이는 강 의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돼 경찰은 구체적인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5일 2차 출석 당시 김 시의원은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며 경찰에 재출석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다주택자 공천 배제’라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김 시의원은 서울 평창동 단독주택, 방배동 아파트, 강남·동대문 일대 상가 5채 등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했음에도 강서구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경찰은 이 ‘특혜성 공천’이 1억원과 연결돼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자수서 새로운 사실 보니…
‘공천 헌금’ 엇갈린 진술

김 시의원은 1965년생 여성 정치인으로, 민주당 출신의 제10·11대 시의원(강서구 제1선거구)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및 박사 과정 수료, 한양여대 아동복지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초선 의원에 입성한 뒤 2022년 강서1(화곡1·2·8동) 단수공천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주요 직책으로는 제11대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당내 정책위 부의장·서울시당 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도시재생·문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용원 후보를 꺾고 동시에 강서구 지역 민주당 서울시의원 후보 출마자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지난해 9월 말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의 당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 상태다.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공천 뇌물 의혹과 각종 비위 의혹을 이유로 김 시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발의하며 제명까지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구조상 재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제명 표결에서, 다수당 인원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함에 따라 김 시의원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가 의원의 품위 손상 등 사유가 있을 경우 공개회의 경고, 공개 사과, 출석 정지, 제명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시의원은 재선 선거운동 시절 “강서, 개발을 선택! 발로 뛰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강서구는 한강과 인접해 있으며 김포공항과 함께 도시개발 지역 및 농촌 지역이 공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면적은 약 41.4㎢로 서울 자치구 중 넓은 편이며, 인구는 약 65만명 수준으로 주거·상업 중심지로 성장했다.

한강 하안 김포평야 지대에 자리해 과거 농경지였으나 가양·마곡지구 개발로 아파트와 오피스 단지가 대거 들어서며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특히 마곡지구는 서울의 7대 광역중심 중 하나로 지정돼 MICE·지식산업센터·오피스 빌딩 등을 집중 개발 중이다. 트레이더스·교보문고 등 대형 상업시설로 서울 서남권 상권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방화·가양동은 김포공항에 인접해 물류·항공 관련 산업이 발달했으나 공항 이전 논의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포공항로·남부순환로·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가 교차하며 5·9호선 등 지하철망이 잘 갖춰져 서울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우장산공원·방화공원 등 녹지 비율이 높아 주거 선호도가 높지만, 그린벨트로 인해 추가 개발이 제한적이다.

김 시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며 제시한 공약은 주거 혁신 ▲경제 활력 ▲청년·교육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침체된 지역 상권을 청년 에너지로 살리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았다.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만성적인 노후 주거지 정비와 생활 인프라의 전면 개편이다.

주거 분야 사업으로는 ‘3080 플러스 공공도심 복합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화곡1동 모아타운의 조기 정착을 통해 주거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했다.

문화 복지
정책 마련


문재인정부 시절 ‘3080플러스 후보지’로 선정된 해당 지역은 주민 92% 동의에도 불구하고 지구 지정조차 하지 못한 채 제도상 표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용적률 상향 혜택을 활용하지 못해 사업성이 낮아진 게 이유다.

공기업이 주도해도 민간 건설사 참여가 어려운 상황으로, 공동 시행이나 시공사 모집이 지연되고 있다.

화곡 모아타운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노후 저층 주거지(빌라·다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 지역이다. 2025년 기준 설계·시공사 선정과 사업 시행 계획 단계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은 전통시장과 청년이 만나는 경제 거점 구축을 위해 지원책을 강구했다. 그는 세대별 맞춤형 활성화를 제시했다. 화곡중앙시장과 까치산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접근성을 다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화곡1동 먹자골목 내 청년몰 유치와 곰달래길·복개천 주변 상가 정비로 젊은 층을 유입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곡중앙시장은 까치산역에서 700m 거리에 있는 소규모 실속형 시장으로 육류·청과·생활용품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김포공항 고도 제한으로 인한 저층 주거 밀집과 보행 불편·간판 혼잡·주차 부족이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5월 서울시 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성화 계획이 원안 가결되며 간판 정비·보행 환경 개선·주차장 신설 등 5개 사업이 우선 추진 중이다. 까치산시장 또한 화곡중앙시장과 연계 재생으로 현대화·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이 진행돼 접근성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길 전망이다.


김 시의원은 젊은 세대를 위해 점포 인큐베이터 지원을 도입해 ‘도전하는 상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해 20년 가까이 방치됐던 마곡 산업단지 내 유보지를 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화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해당 부지는 2007년 마곡도시개발사업 추진 당시 ‘전략적 미래 유보지’로 설정됐으나, 계획 수립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활용안 없이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각종 쓰레기 무단 투기, 해충 발생, 도시 미관 저해 등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서구는 2024년 서울시에 조기 공급을 건의했으나, 시는 여전히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김 시의원에 따르면 강서구는 인구 1만명 당 문화 시설 수가 0.41개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0.98개와 비교해 42% 수준에 불과하다. 마곡 지역의 대규모 개발로 인구는 급증했으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시의원은 “강서구의 청소년 인구 규모가 서울 자치구 중 5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은 전무하다”며, “미래 인적 자산인 청소년을 위해 ‘전략적 미래 유보지’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원
제명 수순

그는 대규모 개발 계획에서 주민 편의시설이 누락된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유보지 내 청소년 대상 문화체육시설 건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땅을 놀리는 것은 행정 낭비”라며 서울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시의원은 2022년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 등 관련 분야 6관왕을 달성했다. 이는 2021년부터 이어진 도시사업 관련 6번째 수상이었다. 주거환경 관련 조례 제·개정 공로 등 도시재생에 가장 이바지한 의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실제로 김 시의원은 소규모주택정비관리 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개최해 도심 정비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했다. 특히 서울의 고질적 문제인 ‘반지하’ 주거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재개발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민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한 결과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을 수상하게 돼 기쁨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해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시의원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해 발 빠른 입법으로 응답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실천본부)는 ‘제15회 2023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에서 좋은 조례 분야로 우수상을 건넸다.

실천본부가 주관하는 약속대상은 지방의회 역량 강화 및 주민 신뢰 기반 구축을 위해 전국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 분야와 좋은 조례 분야로 나눠 수여하는 상이다.

실천본부에 따르면 좋은 조례 분야의 경우 ‘입법의 시급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영향, 지역의 발전 및 경제에 대한 효과, 대안적 독창성, 목적의 적합성’ 등 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김 시의원은 ‘서울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조례’를 발의해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임차인에게 법률 상담 및 금융·주거 지원의 연계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세 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특정 종교단체 당비 대납 의혹
민주당 탈당해 소속 정당 없어

해당 조례는 ‘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 ‘전세 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임차인 보호 대책의 수립 ▲피해 사실의 조사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피해 예방 사업 ▲전월세종합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 ▲협력 체계의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 법률 상담, 금융·주거 지원 연계, 전월세종합지원센터 설치 등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시의원은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였던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든 상황이었는데 ‘좋은 조례’로 선정돼 수상받아 매우 영광스럽다”며 “앞으로도 우리 주변을 더 살피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겠다”고 말했다.

2024년 7월엔 재선 의원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시의회 핵심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 쌓은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서울의 문화 경쟁력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 시점이다. 이에 따라 김 시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이동했다.

김 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해 12월23일 본회의를 통과하며 시사편찬위원회의 민간위원 자격 요건을 명확히 했다. 이번 개정으로 역사·행정·학술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 구성이 제도화되면서 서울시 기록물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강화됐다.

기존 조례에서 추상적이었던 민간위원 기준을 구체화해 위촉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 기록 축적을 넘어 정책 흐름을 체계적으로 후대에 남기는 공적 자산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김 시의원은 “위원 구성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시민 공공 자산으로서의 역사 기록 책임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발의된 ‘서울갤러리 운영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하며 임산부의 문화 향유권이 법적으로 한층 두터워졌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서울갤러리 무료 관람 대상에 ‘임산부 본인’을 명문화한 것으로, 그동안 시설별 내부 지침이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이용 기준을 일원화하고 임산부가 당당하게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립했다.

이는 김 시의원이 주도했던 ‘서울시 임산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공 문화시설 현장에 직접 이식한 실무적 후속 조치로 평가받는다.

그는 정책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시민의 일상에서 실효성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며, 이번 조례가 공공 문화시설 운영에 생애주기와 돌봄의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활발한
의정활동

김 시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공공시설에 임산부 패스트트랙과 우선 창구를 설치하는 등 일상 속 정책 반영에 주력했다.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적 기반을 닦고, 보편적 가치를 담은 조례들로 서울시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려 했던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en9@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