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2026년 보안 트렌드’ 발표⋯“탐지에서 예측으로”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내 보안업계 선도기업 에스원이 ‘2026년 보안 트렌드’를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자사 고객 2만7207명을 대상으로 지난 2~6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범죄·사고 통계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에스원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보안이 특정 시설이나 기업을 넘어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는 점에 주목해 산업현장·주택 등 공간별 트렌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에스원은 올해 보안 트렌드를 ‘AI가 바꾸는 보안 패러다임, Detect(탐지)에서 Predict(예측)’로 선정했다. 산업현장부터 주택까지 모든 영역에서 사고 후에 문제를 확인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가 공통적으로 지적됐고, AI 기반 사전 감지·예측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에스원은 공간별 세부 트렌드로 ▲공장·창고, ‘예측형 AI 안전관리’ 각광 ▲무인매장 보안, ‘사후 확인’에서 ‘즉시 대응’으로 전환 ▲관공서·학교, ‘예방형 스마트 시설관리’ 도입 확대 ▲주택, 홈 보안 ‘잠금 장치’에서 ‘감시 장비’로 진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사고 시 사후 대응 중심 안전관리 한계
공장·창고, ‘예측형 AI 안전관리’ 각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업현장 중대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112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보안시스템을 설치한 이유’에 대한 물음에 ‘화재·연기·과열(33%)’, ‘외부 침입·절도(24%)’, ‘작업자 안전사고(23%)’ 순으로 나타나는 등, 현장 운영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산업현장 안전으로 집계됐다.

‘현재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무인 시간 공백(41%)’, ‘인력 의존(28%)’, ‘사고 후 인지(27%)’를 꼽았다. 야간이나 휴일 등 관리 인력이 부재한 시간대에 즉각 대응이 어렵고, 사고 발생 후에야 상황을 인지하게 된다는 점이 현장의 가장 큰 고민으로 나타났다.

‘향후 보완하고 싶은 보안시스템’을 묻는 질문엔 ‘사고 전 위험 감지(49%)’와 ‘실시간 모니터링(36%)’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하듯 ‘AI 기반 실시간 위험 감지 솔루션’에 대해선 응답자의 83%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해, 지난해(58%)보다 25%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스원은 “산업현장의 안전관리가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AI CCTV를 활용해 화재, 위험구역 진입, 쓰러짐 등을 실시간 감지하고 사고를 예측하는 안전 솔루션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인매장 급증에 도난·파손 사고 증가
‘사후 확인’에서 ‘즉시 대응’으로 전환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 속에 운영비 절감을 위한 무인매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2250여개였던 무인매장 수는 지난해 1만개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도난·파손 사건도 함께 늘었다는 점이다. 무인매장 대상 범죄는 지난 2021년 3514건에서 2023년 1만847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설문에서도 ‘무인매장 운영 시 가장 우려되는 사고’로 ‘도난·절도(54%)’가 1위를 차지했다. ‘결제 오류·분쟁(31%)’, ‘기물파손(8%)’이 뒤를 이어, 무인 환경에서 범죄 리스크와 운영상 문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드러났다.

‘매장 운영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사고 후 인지(46%)’, ‘상시 모니터링 부담(38%)’, ‘실시간 대응 어려움(1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상황을 파악하거나 점주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구조가 운영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무인매장 전환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일반 상점을 운영 중인 응답자 가운데 26%는 무인매장 전환 또는 추가 출점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으며 이들 중 98%는 보안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향후 보완하고 싶은 보안시스템’으로는 ‘AI 기반 이상행동(절도·배회) 자동 감지(46%)’가 가장 높았고, ‘전문 인력 출동 대응(24%)’, ‘영상 증거 자동 저장(17%)’이 뒤를 이었다. 무인 환경에서도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필요시 현장 대응까지 연계되는 보안 체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원은 “무인매장 보안이 증거를 수집하는 수준에서, 사고 발생 시 즉각 출동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AI가 이상 상황을 자동 감지해 점주의 모니터링 부담을 덜고, 즉시 출동과 피해 보상까지 제공하는 보안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공건물 노후화 심화⋯인력 의존 사고 대응 어려워
관공서·학교, ‘예방형 스마트 시설관리’ 도입 및 확대

국내 건축물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전체 건물의 약 44.4%가 사용승인 후 30년 이상 경과한 건물로 파악됐다. 전년 대비 노후화 비율은 약 1.8%p 증가하는 등 건축물 전반의 노후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에서는 노후 건축물이 47.1%를 차지해 안전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설문에선 ‘시설 안전 관리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한 물음에 ‘화재·재난 대응 지연(28%)’, ‘외부인 무단 침입(27%)’, ‘학생·민원인 안전사고(16%)’, ‘시설물 노후·고장(15%)’ 순으로 조사됐다. 보안 위협 외에도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와 관리 인력 부재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이상·사고는 어떻게 인지하는가’를 묻는 질문엔 ‘점검 중 인지(45%)’, ‘사고 후 인지(23%)’, ‘시스템 사전 알림(18%)’, ‘민원에 의한 인지(14%)’ 순으로 답했다. 이 가운데 인력에 의한 인지 비율이 82%에 달해, 여전히 사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보완하고 싶은 시설관리 시스템’으로는 ‘시설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45%)’이 가장 높았고, ‘이상 징후 사전 감지(26%)’가 뒤를 이었다.

이는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관리 방식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스마트 시설관리 솔루션 도입 필요성’을 묻는 질문엔 ‘반드시 필요하다(39%)’와 ‘필요한 편이다(54%)’로 나타나 응답자의 93%가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에스원은 “공공시설의 노후화가 심화되면서 화재·정전·설비 이상 등을 사전에 감지하는 예방형 스마트 시설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AI와 IoT 기술을 활용해 이상 징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솔루션이 공공 분야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거침입·도난 증가로 주거안전 불안감 확산
홈 보안, ‘잠금 장치’에서 ‘감시 장비’로 진화

최근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택배 이용이 증가하면서 관련 범죄도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택배 절도 사건은 약 400건으로, 이 중 70%가 공동주택에서 발생했다. 주거침입 사건도 지난 2024년 1만8894건으로 2019년 대비 11.0% 증가했다.

이번 설문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보안 리스크’로 ‘주거 침입(41%)’, ‘외부인 배회(27%)’, ‘택배 분실·도난(18%)’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19.8%)와 30대(24.6%)에서 택배 분실·도난 관련 응답이 전체 평균(18%)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비대면 소비가 맞물리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택배 안전’이 새로운 주거 보안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보안시스템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엔 ‘외출 시 확인 불가(41%)’, ‘사고 발생 후 인지(28%)’, ‘현관 밖 상황 파악 어려움(23%)’ 순으로 답했다. 기존 도어락이나 인터폰으로는 외출 중 현관 앞 상황을 확인할 수 없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인지하게 된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향후 필요한 보안시스템’에 대한 물음엔 ‘현관 앞 CCTV(53%)’, ‘출동 보안 서비스(21%)’, ‘집 내부 CCTV(15%)’ 순으로 조사됐다. 주거보안의 초점이 CCTV 등 감시장비를 통해 대응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관 앞 CCTV의 실제 도입 의사’를 묻는 질문엔 ‘꼭 필요한 것(29%)’, ‘없으면 불안한 편(5%)’으로 답한 응답자가 총 34%로, 3명 중 1명은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원은 “홈 보안이 침입을 막는 ‘잠금 장치’ 기능 중심에서, 현관 앞 상황을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감시 장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택배 도난과 주거침입 범죄를 동시에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동형 홈 보안 솔루션이 가정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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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