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예견된 실패, 왜?

다 알았다, 이렇게 끝날 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정부가 서울시와 함께 시범 운영해 온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본사업으로 잇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해당 정책은 시행 1년 만에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맞벌이 가구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겠다며 도입을 시도했지만, 운영 구조의 한계를 넘지 못한 모양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저출생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가정 내 아이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부담이 출산과 양육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 바탕이 됐다.

강남 이모님

서울시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합법적으로 도입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미 외국인 가사 인력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월 100만원대 가사관리사’라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시범사업은 2024년 9월부터 시작됐다.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100명이 비숙련 취업비자(E-9)를 받아 입국해 가정 내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케어기버 자격증을 취득하고, 산모·아동·노인 돌봄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인력들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국내에 체류하며 근로자로 일했다. 최저임금 적용은 물론 주휴수당과 4대 보험 가입이 의무였다.

운영 방식은 민간업체 위탁 형태였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했고, 이용 가정은 시간당 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등·하원 차량 동행이나 야간 돌봄 등은 제한됐고, 근무 시간 역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다. 이용 대상은 서울 거주 가구로, 신청 가구가 많을 경우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은 시범 운영 1년 만에 본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정부는 “외국 인력 도입 여건과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 추진 중단 결정에는 고용허가제 전체 기조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2026년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 쿼터를 올해 13만명에서 8만명으로 38% 줄였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외국인력 수요가 상당 부분 해소됐고, 제조업과 건설업의 빈 일자리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이 고용허가제 틀 안에서 운영됐던 만큼, 전체 쿼터 축소 기조 속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현장에서는 “예견된 실패였다”며 혀를 찼다. 이미 한계가 분명한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돌봄 부담 해소 취지 출발
1년 만에 결국 사업 철회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 돌봄 비용을 낮추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이용 가정의 만족도 자체는 높았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 가정의 만족도는 80~90%대에 달했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역시 상당수가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답했다. 문제는 실제 이용 가정의 상당수는 월 소득 900만원 이상 ‘고소득 맞벌이 가구’라는 점이다.

실제 이용 가정의 소득 분포를 보면 부부 합산 월 소득 900만원 이상 가구가 70%를 넘었다. 거주 지역도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권에 집중됐다. 이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결국 고소득 맞벌이 가구의 전유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요금이 오르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뚜렷해졌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갖는다. 최저임금 적용은 물론 주휴수당과 4대 보험 가입이 의무다. 여기에 근무 기간이 1년을 넘기면 퇴직금까지 발생한다.

시범사업이 연장되면서 퇴직금과 운영비가 반영돼 시간당 이용 요금은 1만3940원에서 1만6800원으로 20% 올랐다. 주 40시간 기준 월 이용 요금은 약 300만원에 육박한다. 평균적인 벌이 수준을 가지고 있는 가구 입장에서는 체감 부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이 때문에 이용 가정들 사이에서 이들은 ‘필리핀 이모님’이 아닌 ‘강남 이모님’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맞벌이 가구 입장에서는 돌봄 공백을 메워주는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정도의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이었다.

당초 ‘저렴한 돌봄’이라는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비용 부담 탓에 서울 외 지역에서의 수요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수요 조사 결과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희망자는 각 지자체별로 2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자체들이 본사업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확대를 전제로 한 본사업 공모에는 지자체의 신청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용 월 300만원 육박
용두사미 저출생 해법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비단 비용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애초 사업 취지는 아동·임산부 돌봄이 주요 업무지만, 실제로는 청소·세탁·설거지 등 가사노동 비중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반려동물 산책 등 당초 취지와 거리가 있는 업무까지 요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표준근로계약서에는 ‘돌봄 업무 수행’을 원칙으로 하되 ‘부수적인 가벼운 집안일’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이 조항이 확대 해석되면서 업무 경계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 전에 불이익을 우려해야 하는 구조 역시 외국인 노동자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신분 불안정 문제도 지적됐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계약이 종료되거나 재계약에 실패하면 곧바로 자국으로 귀국해야 한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실제 근무 인원이 줄어든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당 사업을 단순한 성공·실패의 문제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시범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와 논란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문제를 중장기적인 사회 구조 변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실패로 인정하느냐”는 질의에 대해 “성공과 실패로 단정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1년여의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매우 저렴한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방식은 국제적 위상이나 노동 환경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시행 초기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단기적인 저출생 대책으로만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외국인 인력 수급 문제를 장기적인 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 노동력을 단기적 보완 수단으로 보기보다, 우리 사회의 노동력 부족을 채워나가는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한계

이어 “홍콩, 싱가포르,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의 사례가 축적돼있다”며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 나갈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 문제”라고 밝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계기로 외국 인력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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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