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명청대전, 박병영의 ‘손자병법’에 답 있다

최근 출간된 박병영의 <손자병법>은 전쟁의 책을 넘어 싸움을 피하면서도 이기는 법, 즉 권력의 흐름과 인간의 시간을 읽는 법에 대한 정치의 책이다. 저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는 이미 구조를 설계한 자”라고 썼다. 정치에 이보다 더 명확한 조언은 없다.

정치학 박사인 박병영은 손자의 전쟁 철학을 현대 정치와 경영에 적용하면서 “형세(形勢)를 만드는 자가 결국 이긴다”고 해석했다.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이며, 이기는 길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형세의 조율이라는 것이다.

명청대전의 서막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장을 잘 새겨야 한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논란,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 파동, 그리고 정청래 대표의 100일 기자간담회 전격 취소까지, 최근 불거진 이 세 가지가 표면적으론 사소한 조율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이재명 대통령 체제와 정청래 대표의 당의 자율성을 둘러싼 긴장이 응축돼있다.

정 대표가 취임 100일 되던 지난 9일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지금은’이라는 말 속엔 “곧 구조의 시간이 온다”는 복선이 깔려 있었다. 즉 명청대전(이재명과 정청래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문제는 싸움이 아니라, 시간의 분기점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의 시간에 서 있고, 정청래는 구조의 시간으로 향하고 있다. 필자는 이 갈등의 본질은 감정이 아니라 체제의 전환이며, 그 해법은 박병영의 <손자병법>이 가리키는 형세의 정치에 있다고 본다.


절반의 권력, 흔들리는 균형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28년 2월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전반 2년6개월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정책과 개혁, 인사와 외교의 중심이 대통령실에 있다. 그런데 어느 정권이나 임기 반절인 2년6개월이 지나면 권력의 무게추는 자연스레 대통령실에서 여의도로 옮겨가게 돼있다.

임기 후반으로 가면 국정의 시간이 끝나고, 공천과 총선의 시간, 즉 정당의 시간이 도래한다. 이재명정부도 202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이 정 대표에게 집중된다면, 그에게 시간을 내줘야 한다. 이정부의 전반은 이 대통령의 시간이고, 나머지 후반은 정 대표의 시간이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의 리더라면, 정청래는 권력의 설계자다. 대통령은 명분으로, 당 대표는 시스템으로 정치를 움직인다.

명나라 황제가 자금성 안에서 천명(天命)을 논할 때, 만주의 청나라는 이미 장성을 넘어 권력의 새 질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치는 언제나 내부 균형이 흔들릴 때 변화를 시작한다. 우리가 명청대전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박병영은 <손자병법> 해설에서 “전쟁의 본질은 정면충돌이 아니라 형세의 운용이다. 싸움은 마지막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싸움이 아니라, 형세의 재설계다.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의 관계를 대결이 아닌 구조로 읽어야 해법이 열린다.

명청, 문명의 교체가 남긴 법칙


역사는 단순한 왕조의 교체가 아닌 체제의 전환이다. 흥미롭게도 명나라와 청나라는 각각 276년씩 지속됐다. 혈통도 문화도 달랐지만, 역사의 시계는 두 왕조에 같은 시간을 허락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권력의 구조가 주기적으로 재편된다는 ‘권력의 순환 법칙’을 보여준 것이다.

명은 정의의 제국이었다. 천명을 받은 황제가 유교적 질서와 도덕 통치로 세상을 다스렸다. 과거제와 예법, 충성의 윤리를 국가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러나 도덕은 제도를 앞질렀고, 명분은 현실을 가렸다. 부패와 내란, 왜구의 침입이 이어지며 명은 ‘이념의 피로’로 무너졌다.

청은 달랐다. 만주족은 유교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실용 행정을 강화했다. 광대한 영토를 다민족으로 통합하고, 효율적 통치구조를 만들었다. 명은 정의로 나라를 세웠고, 청은 제도로 나라를 유지했다. 결국 ‘이념의 제국’에서 ‘전략의 제국’으로 전환됐다.

박병영은 손자의 사상을 이렇게 해석한다. “승자는 형세를 만들고, 패자는 형세에 끌려간다.” 명은 정의의 이상을 붙잡았지만, 형세를 읽지 못했다. 청은 형세를 설계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념으로 민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형세를 만들지 못하면 권력은 유지되지 못한다.

이재명과 정청래, 현대의 명과 청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관계는 흔히 ‘친명 VS 비명’으로 단순화되지만, 실상은 이념과 구조, 정의와 전략의 문법이 충돌하는 전환기적 현상이다.

이 대통령은 ‘명나라형 리더’로 그의 언어는 정의, 원칙, 민심에 기반한다. 그는 “불의한 권력을 이기려면 정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검찰 권력과 맞서 싸우고, 불공정을 개혁하려는 그의 태도는 ‘정의의 정치’다. 그러나 명분은 때로 현실의 속도를 놓칠 수 있다.

정 대표는 ‘청나라형 전략가’다. 그는 감정보다 구조를, 이상보다 실행을 본다. “당이 살아야 개혁이 가능하다”는 그의 표현은 실리와 시스템 그 자체로, 싸움보다 설계를 택한다. 청나라가 유교의 외형을 유지하며 효율의 제국을 만든 것처럼, 정 대표는 개혁의 이상을 제도의 언어로 번역한다.

박병영의 해석에 따르면, 장수는 싸움보다 형세를 다스려야 하는데, 그 이유로 형세를 얻는 자는 싸우기 전에 이미 이긴 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명분의 지도자고, 정 대표는 형세의 설계자다. 이 둘이 충돌하면 체제가 분열하지만, 화합하면 조직은 강화된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선 싸움이 아닌 형세의 조율을 잘해야 한다.

권력은 나누는 순간 약해져

정치는 때로 권력을 나눠야 지속된다고 말하지만, 역사는 그 반대를 증명한다. 명나라가 문신과 환관에게 권력을 분산시킨 순간 붕괴가 시작됐고, 청나라가 지방 군벌에게 자율권을 나눠준 뒤 신해혁명이 폭발했다. 결국 권력은 나누는 순간 약해진다.


이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대통령과 당이 ‘균형’을 말하는 순간, 국민은 그 균형 뒤의 긴장을 읽는다. 공존은 이상이지만, 현실의 균형은 늘 불안하다. 이념이 구조를 압도하면 이상이 무너지고, 구조가 이념을 삼키면 영혼이 사라진다.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원팀으로 이상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 국민은 명청대전을 체감하고 있다.

박병영은 손자의 형세론을 인용하며 말한다. “형(形)은 드러내지 말고, 세(勢)는 은폐하지 말라.” 이 대통령의 명분이 형이라면, 정 대표의 구조는 세다. 형과 세가 조화를 이루면 정치의 구도는 안정되지만, 어긋나면 권력의 동력은 급속히 떨어진다.

필자는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그 경계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명과 청이 각각 276년씩 지속된 것은 역사의 반복 법칙이다. 권력의 시간은 절반을 지나면 균형을 잃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 이정부의 5년도 마찬가지다. 첫 2년6개월은 명(이 대통령)의 시간으로 이념과 정의의 시기가 되지만, 나머지 2년 6개월은 청(정 대표)의 시간으로 조직과 실리의 시기가 된다.

2028년 총선은 그 두 시간이 교차하는 결정적 분기점이다. 이 대통령의 명(明)이 빛을 비출 것이냐, 정 대표의 청(淸)이 빛을 담을 그릇이 될 것이냐, 그 선택이야말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싸움의 끝은 설계의 시작


박병영은 <손자병법>을 해설하며 “전쟁은 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계로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해석은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갈등을 풀 해법은 싸움이 아니라 설계다.

정치는 싸움이 아닌 설계의 예술이다. 명은 싸워서 졌고, 청은 설계해서 이겼다. 이 대통령이 명의 정의로 이상을 세우고, 정 대표가 청의 현실로 틀을 만든다면,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피로 완성되지 않으며, 형세의 재설계로 완성된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지금 읽어야 할 책은 박병영의 <손자병법>이다.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형세의 운용과 시간의 배분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명(明)이 빛을 잃지 않으려면, 정 대표의 청(淸)이 그 빛을 담을 그릇이 돼야 한다. 명청대전은 과거의 왕조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한국 정치의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앞에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싸우려 하는가, 아니면 설계할 준비가 됐는가? 

필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박병영의 <손자병법>에 답이 있다.

명(1368-1644)과 청(1636-1912)의 재상들이 <손자병법>을 전쟁의 책으로 삼았듯 명청대전 당사자인 대통령실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인들도 <손자병법>을 다시 읽어야 한다. 싸움을 피하면서도 이기는 법, 그것이야말로 작금의 정치가 배워야 할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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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