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온통 두 가지 이야기로 가득하다. 얼마 전 캄보디아 ‘웬치’로 시끄럽던 사회 분위기에서 APEC과 한국 프로야구의 챔피언을 결정하는 코리안시리즈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APEC 정상회담이야 국가적 행사이니 마땅히 관심을 가질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코리안시리즈는 어딘가 씁쓸한 구석이 있다. 바로 암표 문제 때문이다. 경기장 입장권 한 장의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중가수들의 콘서트에서도 암표가 기승을 부리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론 암표는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다.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세계적 입장권 재판매 시장의 규모가 무려 34억달러나 됐다고 한다.
암표 거래는 스포츠나 연예 등 어떤 행사, 이벤트를 위한 입장권을 사서 원래 액면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것을 말한다. 암표의 존재는 단순하게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것이다. 입장권을 사고자 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할 수 있는 입장권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우리 같은 디지털 강국에서는 이런 극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빚어지는 치열한 예약, 구매 경쟁을 기계적으로 대신해 주는 소위 ‘매크로’와 같은 BOTS(Better Online Ticket Sales)라는 문명의 이기가 여기서는 범죄적, 적어도 불공정하게 악용돼 입장권의 원초적 원인, 수단이 도구가 되고 있다.
암표상이 찰나의 순간에 표를 온라인상에서 대량으로 구매하기 위해 ‘매크로’ 같은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티켓을 거의 독점한다. 이는 불공정 거래다.
당연히 이들의 대량 구매로 1차 시장에서의 인위적인 입장권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2차 시장에서의 수요를 더욱 폭증시키게 된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극단적인 불균형이라는 인위적 상황이 만들어지면 이제는 수요의 폭등을 지렛대 삼아 폭등한 가격으로 티켓을 2차 시장에서 되파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2차 시장에서의 거래와 가격은 전적으로 수요에 의해서 결정되기 마련이란 점이다. 보고 싶은 가수의 콘서트나 코리안시리즈를 소위 ‘직관’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야구 팬들은 부르는 게 값인 암표에 매달리고, 이런 소비자·피해자의 간절함을 암표상이 악용하는 것이 바로 암표 거래의 메커니즘이다.
암표 거래의 문제는 다양하다. 우선은 진정한 팬들이 높아진 가격으로 시장에서 밀려나게 되거나 액면가대로 입장권을 구할 수 없게 된다.
정상적으로 입장권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간절한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고가의 암표라도 구하려는 간절함으로 때로는 허위, 가짜 입장권을 구입하거나 돈만 지불하고 입장권은 받지도 못하는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암표의 성행은 이처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높아진 가격의 이익은 고스란히 암표상에게만 돌아감에도 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는 주체인 행사 주최자나 연예인의 명성에도 손상을 가하게 된다.
암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지하경제의 문제다. 암표의 성행은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원흉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는 시장경제의 주요 가치이자 존재 이유이자, 전제이기도 한 공정성과 투명성 등을 해친다.
이는 곧 가격담합이라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이어지고 팬들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이는 또 사기와 부정부패를 초래하며, 건전한 노동의 가치도 훼손한다. 당연히 위법성 논란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암표 거래라고 무조건 불법으로 치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장권을 대량으로 구매할 목적으로 ‘매크로’ 등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은 대체로 금지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BOTS법으로 입장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한 특정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취적인 입장권, 티켓 재판매 행위로부터 진정한 팬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한다.
공정거래 관련 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할 것, 반BOTS 법을 엄격하게 집행할 것, 가격 투명성을 입장권 구매 모든 단계에서 확보할 것, 특히 2차 시장에서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이고 반경쟁적인 입장권 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때로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입장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입장권 소지자가 재판매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아서 입장권 재판매의 전면적 금지보다는 최소한 대량 구매 정도라도 제한 또는 금지돼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