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111년째 멈춘 행정지도, 이제 다시 그려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행정지도는 1914년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조선의 13도를 통·폐합해 경상·전라·충청·강원·제주로 나누고, 시·군 지명을 일본식 행정체계에 맞춘 것이다.

그 후로 무려 111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지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 구조가 변했으며 인구가 대거 이동했고, 교통망도 확장됐는데, 지명과 행정구획은 일부 변경된 걸 제외하곤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틀에 묶여 있다.

지명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비전을 만들어가는 나침반이다. 그런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명은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북의 중심은 전주에서 군산과 새만금 산업지대로 옮겼고, 경남의 경제 축은 진주가 아니라 창원·거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명은 그대로다. 지도 속 지명이 과거에 멈춰 있는 동안 현실은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 그 결과 행정지도와 생활지도가 따로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지명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도·광역시·특별시 그리고 시·군·구 지명을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지명에 걸맞는 지자체가 돼, 지명이 지자체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름은 사회적 현실을 창조하는 언어’라고 했다. 지명을 바꾸는 일은 행정 절차가 아니라 국가의 상상력을 바꾸는 일이다.

지명 개편과 함께 행정구획 조정도 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행정구획은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산업 편중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구획이 조정되면 행정 효율성 향상, 산업 경쟁력 강화, 균형 발전 촉진, 국민 정체성 회복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충북·세종·충남의 행정 기능은 이미 하나의 중부권 메가시티로 통합돼있고, 경남·부산·울산은 물류와 산업망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돼있으며, 전북·광주는 호남 광역경제권으로 재편돼있다. 현재로서도 행정구획 조정은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중부권(현 충북·세종·충남)은 ‘충청혁신도’ 또는 ‘세종광역도’로 통합하고, 호남권(광주·전북·전남)은 ‘백제문화권도’ 또는 ‘호남광역도’로 통합하면 된다. 영남권(부산·울산·경남)의 경우 ‘남해산업도’로 재편하고, 대구·경북권은 ‘신라문화권도’로 통합하고, 강원도는 ‘동해생태도’로 명칭을 변경하고, 수도권은 경기남·북으로 나누는 대신 ‘한강권도’로 일원화하는 식이다.

이런 행정구획 조정은 단순히 지도에 선을 다시 긋는 것이 아니다. 산업, 교통, 환경, 문화, 인구의 흐름을 반영해 현실과 지도의 불일치를 바로잡는 것이다.

프랑스는 2016년 지방 행정개편에서 22개 지역을 13개로 통합했다. 알자스-로렌은 그랑에스트(Grand Est, 대동부)로, 보르도-리무쟁은 누벨아키텐(Nouvelle-Aquitaine, 새로운 아키텐)으로 재탄생했다. 지명과 구획이 동시에 바뀌면서 지역 정체성도 새롭게 형성됐다.

독일은 통일 이후 경제·문화권을 기준으로 5개 주를 신설하고, 기존 주의 경계를 다시 설정했다. 작센안할트, 브란덴부르크 같은 새 지명은 역사적 정체성과 산업 중심을 함께 담았다.


일본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헤이세이 대합병’을 통해 전국 시정촌 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지명을 산업과 문화에 어울리게 바꿨다. 예를 들어 다카야마시는 관광 브랜드를 살렸고, 기타큐슈시는 산업 도시 이미지를 통합시켰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행정 효율, 산업 경쟁력, 지역 정체성을 지명과 행정구획에 함께 담았다.

이제 우리나라도 ‘행정지도 리디자인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전국 지명과 구획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해야 할 때가 됐다.

2026년 지방선거가 채 8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선거제도 개선 방안과 선거구 획정안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도 아직까지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각 시도는 국회 선거구 획정안을 바탕으로 광역의원 정수와 선거구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정개특위조차 가동되지 않았으니 올해도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선거구 획정을 서두를 게 뻔하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도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거대 양당 간 수싸움과 여기에 다양성 정치를 실현하려는 군소·진보 정당의 요구가 뒤엉켜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은 자명하다.

필자는 ‘행정지도 리디자인위원회’ 기구가 만들어져 “선거 때마다 선거구 획정안을 논의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완벽한 행정구획 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나눠진 지 600년, 일제감점기 때 지도가 유지된 지 111년이다. 이제 우리는 그 낡은 이름과 선을 지우고,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문화·생태를 담을 수 있는 행정지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지도를 다시 그려야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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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