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서 전작권 카드 저울질? ‘주권 거래’ 논란도

위성락 “협의할 것” 가능성 시사
한동훈 “끼워팔기 대상 아냐” 지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이재명정부가 통상과 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협상을 미국 측에 제안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하나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11일 “전작권 환수는 한미 간 오랜 장기 현안으로, 미국 측과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미국 방문 후 브리핑을 갖고 통상·안보를 묶은 패키지 협상에서 주한미군 규모 조정과 전작권 환수 문제가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위 실장은 “전작권 환수 문제가 안보 협의 속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논의가) 돼있지는 않다”면서도 “(한미 협상의 카드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작권 환수는 전쟁 발발 시 미군이 갖고 있는 작전통제권을 우리 군이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6·25 전쟁 이후 유엔군사령관이 보유하던 한반도 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넘어갔다. 평시 작전통제권만 1994년 우리 군에 환수됐고 전시작전권은 여전히 미군이 보유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는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2년 환수를 목표로 합의가 이뤄졌으나, 이후 남북 관계 악화 및 한국군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 연기돼왔다. 이 대통령 또한 대선공약으로 ‘한미 동맹 기반 하의 전작권 전환’을 내세우며 환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측의 입장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은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트럼프행정부의 실세로 평가받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차관은 지난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둘 수 없다”며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방위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 변화는 한국에게는 전작권 환수를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과 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협상을 통해 한국은 전작권 환수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미국은 국방비 증액이나 주한미군 유지 비용 분담 등의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가에선 군사 주권 문제를 경제적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것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전작권 환수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전작권 환수는 이재명정부가 마음대로 끼워팔기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전 대표는 “전작권 시스템은 적은 비용으로 확실하게 국민 안전을 보장해 온 장치”라며 “그(끼워팔기) 결과 주한미군 철수, 복무 기간과 대상 등 국방의무 가중 같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는 나비효과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전문가들도 전작권 환수가 급속하게 추진될 경우, 한국군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합동참모본부는 전작권의 빠른 전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합참은 지난 9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업무보고하는 자리에서 “절대 먼저 미국 측에 전작권 전환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특정 시한을 정해 놓고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 후보자의 질문에 대해 “지휘 통제 및 감시, 정찰 분야에서 한국군은 아직 전작권 전환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를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기브 앤 테이크’에서 ‘테이크’를 확실히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군사·외교 전문가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증액이 수반되지 않으면, 역대 정부들이 그래왔듯 전작권 환수는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작권 환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고,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도 필히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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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