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두고 촉발된 전국법관 대표회의가 결국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회의에서는 총 5개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모두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전국 각급 법원의 법관 대표 126명 중 90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원격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는 당초 7개였던 안건을 5개로 통합해 논의됐다.
안건 내용으로는 ▲대법원 판결로 인한 사법 신뢰 저하 및 재판 독립 침해 우려 ▲제도 개선 연구 필요성 ▲법관 관련 특검·탄핵·청문회 재발 방지 촉구 ▲사법 정치화 방지 논의 ▲개별 재판 책임 추궁 및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이 상정됐으나,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게 나왔다.
전국법관 대표회의 측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훼손된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집단적 견해 표명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이번 회의는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던 데에서 촉발됐다. 현재 법원은 해당 사건과 함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사건 등 이 대통령 관련 재판들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법조계는 이날 회의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법관 대표회의는 대선 전에 열린 1차 회의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론을 유보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이 대통령 당선 이후에 진행된 터라 법관들이 현 정권의 기조나 향후 사법 정책 방향 등을 의식하며 사실상 ‘침묵’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임시회에서 중대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 회복이라는 당초 목표 달성에 대한 의구심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여당 중진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을 내정하는 등 대선공약이었던 사법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에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포함 여러 정책들을 제시했던 바 있다.
한편, 법관 대표회의는 재판 제도와 법관 인사 제도 개선을 위한 분과위원회를 꾸려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는 12월 정기회의에선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 표명이나 건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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