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대공수사권 회복 시급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다. 간첩 수사권은 모두 경찰로 이관됐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2023년 기소된 ‘민노총·창원·제주 간첩단’ 사건은 국정원의 마지막 수사였다. 이 사건을 지휘한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절박함을 토로했다. “경찰이 감당하지 못하는 3건의 거대 간첩단 수사를 미완의 상태서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잡지 못한 간첩이 수두룩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은 곧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필연적 의무다.” 이는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은 국가안보 방어체계를 유지할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한다. 지금도 지하당 간첩들의 은밀한 행위가 활발하지만 경찰은 그들의 윤곽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걸음마 수준

경찰은 지난 2월 일선 경찰서의 안보계를 폐지하고 시도 경찰청 단위로 통합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광역화를 통해 안보수사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도청 별로 안보수사과 내 최소 1개에서 최대 6개 광역안보팀이 신설됐다. ▲서울청 6개 팀 ▲부산청 2개 팀 ▲대구청 2개 팀 ▲인천청 2개 팀 ▲대전청 2개 팀 ▲광주청 1개 팀 ▲울산청 1개 팀 ▲세종청 1개 팀 등이다.

기존 경찰서 내 안보계 시설은 그대로 유지하되 해당 서 관할지역 내 안보 문제가 발생하면 시·도청 광역안보팀이 경찰서 내 업무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안보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경찰청 안보수사국 안보범죄분석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기존에 흩어져 있던 안보수사 관련 첩보 수집과 정보 분석 기능을 일원화해 정보의 정확성과 대공수사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현재 안보수사국 산하에는 안보범죄분석과, 안보기획관리과, 안보수사지휘과, 안보수사1과, 안보수사2과가 있다. 약 150명 규모지만 성과는 제로에 가깝다. 실제 경찰은 국정원으로부터 현재까지 수백여건의 사건을 이첩받았으나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하 전 단장은 아직 경찰이 ‘간첩 수사’ 노하우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수사 인력이 아무리 많아도 간첩들이 쓰는 암호통신문인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북한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들은 모두 스테가노그라피로 위장돼있기 때문이다.

스테가노그라피는 그리스어로 ‘감춰진(Stegano)+통신(Graphy)’의 합성어다. 그림·오디오·영상 파일 안에 지령 메시지 등을 코드 형태로 숨기는 과정 또는 그 기법 일컫는다. 북한은 남한의 간첩단 조직원들에게 평범한 사진, 신문 기사로 보이는 ‘커버 파일(Cover File)’에 비밀 메시지를 숨긴 뒤 스테가노그라피가 적용된 ‘스테고 파일(Stego File)’을 생성해 지령을 전달한다.

스테가노그라피는 정보를 숨긴다는 측면서 암호와 비슷하지만 비밀 메시지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방어시스템 무력화 상태…재구축 필요”
대공수사권 폐지 1년 “국가 안보 자해행위”

하 전 단장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 스파이들이 쓰는 통신기술로 복호화 방법을 공유하는 관계자끼리만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지난 63년간 국정원은 암호해독키 없이도 북한의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해낸 노하우가 축적돼왔다. 경찰이 아무리 과학수사에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고 해도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할 수 있는 노하우는 결코 단기간 내 전수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하 전 단장은 “창원 간첩단(2023년 3월 기소)과 제주간첩단(2023년 4월 기소) 사건 모두 스테가노그라피가 활용됐다. 당연히 피고인들은 해독키를 제공하지 않았고 국정원은 이를 스스로 풀었다. 경찰의 과학수사 역량은 이런 간첩통신을 해독하는 데 특화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 전 단장은 경찰의 해외 내·수사 역량 부재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국내 간첩단은 매년 2~3회 중국이나 동남아서 북한 상부선 간첩을 접선해 국내 정세를 보고하거나 지령을 받는다. 해외서 이런 은밀한 범행 현장을 채증하는 것은 수년간 현지에 체류하면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국정원 수사관들이 수행해 왔다”는 그는 “국정원의 이 같은 해외 내·수사 시스템은 전 세계 수사기관 사이에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경찰은 시스템이 전혀 준비돼있지 않다. 성공적인 간첩수사를 위한 필수 요소는 해외 내·수사와 과학수사 역량인데 이 점이 뼈아프다”고 짚었다.

하 전 단장은 “지난 2023년 수사했던 민노총·창원·제주간첩단 사건을 지휘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수집된 11명만 수사에 착수해 검찰에 넘겼다. 2024년부터 국정원의 수사권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내·수사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찰에 사건을 넘길 수가 없어 수사에 착수했다”며 “최소 3~4년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100여명에 달하는 세 간첩단의 북한 연계 용의자들을 모두 확인해 간첩단 조직을 일망타진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늦었다?

북한 고위급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국정원을 매우 적대하지만 북의 지령에 따라 남한서 활동하는 간첩들을 색출하는 국정원 대공수사국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국정원 수사국 존재 자체가 국가안보를 지키는 강력한 힘이었던 셈이다.

하 전 단장은 “입사 후 평생 수사관으로 활동하는 국정원과 달리, 경찰은 보안수사 분야뿐 아니라 2~3년 단위로 정보, 경비, 외사 등 직렬로 이동한다. 그런데 보안수사 분야는 승진이나 처우가 타 부서에 비해 매우 열악하기에 모두가 기피한다. 이런 상황서 막연히 간첩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안팎서도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를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스테가노그라피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는 속도가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따라가는 속도보다 월등하다는 게 대공수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 전 단장은 “타이거 우즈의 스윙 폼을 수년간 따라 해도 그와 똑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정원이 60년 넘게 축적한 수사기법을 경찰이 단기간 안에 터득할 수 있겠냐”며 “북한 대남공작부서의 IT 역량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경찰은 전 세계에 신경망처럼 깔린 국정원의 해외 내사 시스템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간첩통신을 해독하는 과학수사 실전 경험도 부족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 자해행위였다”고 비판했다.

성과 없는 안보수사국 기피
국정원 국내 파트 부활 절실

경찰 내부서도 안보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안보수사국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피 부서로 전락하면서 수사 의지도 꺾인 상태다.

하 전 단장은 “국정원은 각 부서에서 수십년간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보장해준다. 반대로 경찰은 언제 어느 부서로 인사이동을 할지 알 수 없다. 예컨대 베테랑 시위 진압 경찰관이 사상범을 상대로 한 간첩수사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하 전 단장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사라진 국정원의 국내 파트 부서도 부활시켜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전 단장은 “차라리 국정원을 개혁하려면 미국의 CIA와 FBI처럼 정보와 수사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 수사의 주체가 경찰도 국정원도 아닌 간첩수사만 전담하는 독립기관인 안보수사청을 별도로 신설해 국정원 조사관들을 이동시키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곳에 경찰, 군, 민간 전문가까지 모두 망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정원 관계자도 “본래 북한은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 폐지 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남파공작원들에게 수 차례 지령을 내렸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최근 스테가노그라피를 포함해 북한의 지령 중 ‘국보법 폐지 분위기 조성’이라는 문장이 사라졌다. 이게 무얼 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석열정부는 그간 의대 정원 증설 등 개혁정책을 내놨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오히려 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인해 많은 국민을 골병들게 했다. 하 전 단장은 정부가 의료계의 정확한 실태 진단과 새로운 정책 실행으로 인해 야기될 제반 후유증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하 전 단장은 “과거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사전 경고와 더불어 향후 정책적 대안까지 정부에 제공해 왔다. 이제는 국정원의 역할이 아예 없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 결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 “의료 현장의 심층적인 문제점을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알 수 있겠나. 아니면 요소수 사태의 징조를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어떻게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국내 파트 역할

이어 “담당 분야를 누비는 국정원 정보관들은 과거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사회현상의 심층적인 문제의 원인까지 모두 찾아내 대책을 강구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그것이 정책으로 실현된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부처 공무원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현업을 팽개치고 현장에 파고들어야만 도출할 수 있는 알 수 있는 정보들을 국정원은 어떻게든 수집해 왔다. 즉, 국정원 국내 파트가 올바른 국가정책 수립에 소리없이 기여해 왔다는 점이 팩트”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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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