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누가 되든 큰 희망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의 가장 큰 화두였던 ‘의대 정원’ 문제가 새 정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지난해 의료계는 물론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는 모양새다. 동시에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의료 붕괴인가, 대변혁인가.

지난해 2월 윤석열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3058명으로 십수년 간 유지돼온 의대 정원을 단숨에 60%나 증원한다는 소식에 전공의, 개원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계가 전부 들고 일어났다. 휴직, 사직, 휴학, 파업 등 의료계는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조리 사용했다.

철학·돈 개념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를 언급하면서 ‘처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1년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얼마만큼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탄핵 정국이 시작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으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윤정부의 의료정책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의 의료정책 중 가장 나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역사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완전히 망가뜨렸기 때문에 새로 만들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정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협의 정책을 생산하는 기관이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협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그랜드플랜을 짜는 곳이다. 우 전 원장은 “의료정책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 이필수 전 회장의 선거 캠프서 핵심 참모를 맡았는데 이 전 회장의 당선 이후 의료정책연구원장을 하겠다고 자원했다”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일본을 많이 연구한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본 의료제도의 시작과 발전 과정을 설명하면서 “정부 주도로 의료제도가 도입되고 시행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의사가 의료정책 수립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개혁의 주체가 다른 부분이 한일 양국의 의료제도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우 전 원장은 “일본은 1000엔권 표지 인물로 기타자토 시바사부로라는 의사를 새겼다. 세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의사로 감염병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일본이 과학자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리학, 성리학 교조주의가 여전히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의대 정원 문제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료제서 비롯한 경직된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관료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국가를 개조한 건 맞지만 지금 시대에 이르러서는 그 문화가 너무 경직돼있어 AI 등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관료제가 국가 발전의 장애물이 된 상황이라고도 했다.

부실한 땅에 지진 왔다
고통의 시간 감내해야

우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에는 세 가지가 없고, 세 가지가 부족하고, 또 세 가지가 과하다”고 말했다. 먼저 철학도, 정의도, 경제 관념도 없다면서 ‘3무(無)’를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의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시장 경제 방식이 있는 반면, 영국은 사회주의 의료를 택했다.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영국은 국가가 의료와 복지를 책임지겠다는 일념으로 의료기관과 사회복지시설을 인수했다. 정부가 운영 주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유신정권 때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과정서 어떤 국민적 동의도 받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인 게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완벽한 사회주의다. 실제 사회주의 의료를 할 거였으면 국가가 투자해서 병원을 인수했어야 했는데, 우리나라는 공급자가 모든 걸 투자하는 구조다. 개업할 때 국가가 돈 내주나? 의대생에게 지원금이 있나? 전공의 수련할 때는 또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저수가, 저보험료, 저급여 등 ‘3저(低)’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의사들이 비급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서 병원을 운영하려면 다른 돈벌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비급여라는 것이다. 우 전 원장은 비급여를 ‘인공호흡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요양병원협회 춘계 학술대회서 ‘차라리 국가에서 다 인수해 운영하라. 왜 우리(의사)한테 짐을 다 떠맡겨 놓고 너네(정부)는 규제만 하느냐’는 내용의 발언이 나왔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이 서 있는 땅 자체가 이미 부실한 상태인데 여기에 지진이 난 상황”이라고 다시 한번 꼬집었다.

세 가지 과한 부분, 즉 ‘3과(過)’로는 징벌, 규제, 포퓰리즘 등을 지목했다.

우 전 원장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거나 고의로 환자를 사망하도록 한 게 아닌데도 환자가 죽었다고 의사를 처벌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의사가 의학적 지식을 갖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불가항력이 있을 수 있다. 그것까지 처벌하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가 엄청나게 많다. 축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선수 11명이 뛰면 주심, 부심 등 심판이 3명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는 심판이 너무 많다. 심판이 많을수록 흐름은 끊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침체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우 전 원장은 “정치인들이 의사를 득표의 도구로 보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학병원이 수련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로 넘어간 ‘의대 정원’
또다시 변곡점 맞는 모양새

그는 “우리나라만큼 대학병원의 분원이 많은 나라가 없다. 대학병원은 병상을 늘려서 돈을 벌기 위해, 정치인은 치적을 쌓기 위해 전국 곳곳에 분원을 만든다. 이게 얼마나 포퓰리즘인가”라고 한탄했다.

우 전 원장은 이 모든 상황이 맞물려 의대 증원이라는 최악의 정책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무작정 의사 수를 늘린다고 지역 의료가 활성화될 것도 아니고 필수 의료가 되살아날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것도 자신들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노예’처럼 굴리는 현 시스템에 대한 분노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원장은 “지역 의사제를 할 게 아니라 지역 환자제를 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때 진료권을 없애면서 환자가 서울로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현상을 타개하려면 환자를 지역에 묶어둬야 한다. 그러면 의사에게 지역으로 가지 말라고 해도 가게 돼있다. 또 지역의 의료기관서 진료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전 원장은 국민연금이 젊은 세대의 미래를 ‘삶아 먹으면서’ 지탱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그 ‘시간차’조차 없다고 말했다. 재정이 고갈되면 즉각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비현실적이고 지탱하기 어려운 구도를 가져갈 수 없으니 획기적인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을 줄이고 수련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대학병원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미래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전문의를 길러내는 곳이 돼야 한다. 전공의를 지금 당장 써먹을 일회용 접시 정도로 생각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우리나라 의료의 대가 끊기는 것”이라고 했다.

우 전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 상황은 효율성이 제로다. 돈 있는 사람이 돈 쓰는 걸 막으면 안 된다. 그들이 쓴 돈을 가지고 의료 접근도가 낮은 20%를 확실하게 돌보는 게 더 낫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는 유명한 의사를 만나기 위해 돈을 낸다. 사회주의 국가는 어떨까? 권력을 쓴다. 어떤 게 더 정의로운가”라고 강조했다.

정의도 없다

하지만 우 전 원장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고 털어놨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현 상황에 이르는 과정서 발생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가가 감당해야 할 게 많아질수록 국민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상황이) 별로 희망적이진 않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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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