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6·3 조기 대선 레이스가 가시화된 가운데, 여권 잠룡들의 선거 준비도 바빠졌다. 대선일이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서 당장 보금자리(대선캠프) 확보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정가에 따르면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최근 ‘대권 명당’으로 소문이 자자한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을 캠프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임차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 시장은 지난 9일,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유 시장은 “지난 수개월간 우리는 내전에 가까운 정치적 대립과 혼란을 겪었다”며 “이제 국민에게 분열과 고통만 주는 정치판을 확 뒤집어 통합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출마 배경을 강조했다.
그는 “75년 전, 맥아더 장군이 이끈 인천상륙작전이 5000분의 1 성공 확률을 뛰어넘어 자유대한민국을 지켰다”며 “거짓과 위선, 선동이 난무하고 자유의 가치가 하나하나 무너져 가는 지금, 제2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대한민국을 살리겠다”고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대선 출마를 시사해 왔던 홍 시장 역시 최근 이 곳에 선거 사무실을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TV CHOSUN> 보도에 따르면, 홍 시장은 대하빌딩 4층에 대선을 진두지휘할 선거 사무실을 마련했다.
홍 시장은 앞서 지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18대 대선 당시에도 대하빌딩에 선거 사무실을 꾸렸다. 이번 주 시장직을 사퇴한 뒤 내주 중으로 선거 사무실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같은 건물엔 10일 출마를 선언한 한 전 대표와 김 전 장관이 선거 사무실로 임차 계약하고 입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9층에, 김 전 장관은 6층에 유 시장과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각각 자리 잡았다.
대하빌딩은 역대 대통령 3명(김대중·박근혜·윤석열)을 배출해내는 등 대권가도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1985년에 준공된 16층(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의 건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대하빌딩의 인기는 여야 가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지난 2007년 대선에 앞서 경선에 출마했던 정동영·이해찬·김혁규·김두관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 후보가 이 곳에 경선 사무실을 꾸렸던 바 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도 제15대 대선 당시 선거 캠프를 대하빌딩에 마련했다.
물론 단순히 역대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곳에 대선캠프를 차린다는 해석은 지나쳐 보인다.
정치권에선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대하빌딩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망론’도 존재하지만 그보단 주요 시설과의 접근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회의사당과 도보로 15분 이내, 차량으로 5분 이내로 이동이 가능한 점은 최적의 입지 조건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국민의힘 중앙당사와는 불과 26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다. 대선후보로서 캠프와 국회, 당사를 오갈 수 있는 동선이 짧아 일정을 소화하는 데 최적의 장소로 꼽힐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캠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상징적 건물인 것은 둘째 치고도, 대선 사무를 보기에 실무자 입장에서 이만한 위치의 건물은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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