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야인으로 돌아간 윤석열 정치 인생

결국 김건희가 말아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주목받도록 했던 발언이다. 정권에 대한 수사로 대권주자에 오른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자멸했다. <일요시사>는 윤 전 대통령이 걸어온 정치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수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검찰총장이 된 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과의 대립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던 정치 새내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몰락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처음 정치적으로 관심을 받은 시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윤 전 대통령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국가정보원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된다.

여주지청장
존재 급부상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했다. 이로 인해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다. 그는 검찰 내부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국정원 직원에 대해 압수수색 및 체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결국 업무서 배제됐다.

며칠 뒤인 10월21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수사에 외압이 심각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수사 외압의 실체를 물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포함되지 않느냐는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윤 전 대통령의 소신 발언이 이어지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은 조직을 사랑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단히 사랑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누가 봐도 위법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것에 이의제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냐”면서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그의 발언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윤석열 어록’으로 명명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당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글을 올렸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은 압니다. 국정원 트윗 5만6000건을 의롭게 수사한 윤석열 여주지청장! 검찰에 윤석열 경찰에 권은희! 그래서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트윗에 적었다.

같은 해 11월9일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원 수사 과정서 상부 보고를 누락하는 등 절차를 어겼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확정했다. 이후 2014년 1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된 것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조만간 옷을 벗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찬밥 신세였다고 한다. 2016년 1월에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아 지방을 전전했다. 그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이었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부터 주목
한직 있다가 국정 농단 당시 재기


2016년 1월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전고검 검사로 재직 중인 윤 전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박 특검은 ‘수사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특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곧바로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의 파견을 요청했다.

박 특검처럼 특정 검사를 콕 집어 파견을 요청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당시 수사팀장은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0명의 파견검사와 검찰·경찰·국세청 파견 공무원 40명을 지휘하는 자리로, 특검법이 정한 14개 수사 대상과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추가 인지 수사를 맡게 되는 자리였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놔야 할 특검이 윤석열이라는 ‘잘 드는 칼’을 뽑아 들었다. 60명에 달하는 수사팀을 지휘해 복잡한 수사 내용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윤 검사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박영수 특검의 성공 여부는 박근혜-최순실-삼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밝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중 삼성 수사를 맡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모두 구속 수감되면서 특검은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마무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국민 검사’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이를 통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며 화려하게 검찰 중심부로 복귀했다. 당시 청와대는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 직급으로 내렸으며,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파격 승진 기용했다.

잘 드는 칼
잘 쓰는 칼

윤 전 대통령은 이런 파격 기용에 보답이라도 하듯 보수 정권과 대기업 등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다스(DAS) 의혹 ▲사법 농단 의혹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옛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겼다.

문정부의 ‘적폐 청산의 칼’로 신임받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식서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검사와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있으면서 문정부와 검찰의 관계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019년 8월27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조국혁신당 전 대표)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며 관계는 틀어졌다.

해당 수사로 조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으며 그의 후임으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취임했다. 추 의원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을 흔들었고, 이 과정서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분에서조차 윤 전 대통령을 배제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척을 지게 되는데, 추 의원과 크게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은 그와 검찰 인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게다가 추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19일 헌정사상 세 번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와 윤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다.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의견이 법조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나왔다.

배신에 배신
좌에서 우로


이 같은 추 의원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국감 발언이 추 의원의 심기를 건들였는지 지난 2020년 11월24일, 그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면서 징계를 청구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16일 2개월 정직을 당하게 된다.

추 의원은 당시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면서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배제 사유로 꼽은 것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 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주장했고, 대검 측에서도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사유로 든 6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총장 되자 민주당에 칼 겨눠
추와 갈등 이후 대통령 당선

이후 효력 정지가 인용되어 1심 판결 후 30일 뒤까지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에 대한 효력이 정지됐다가 2021년 10월14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정직 징계처분이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판결 내렸고, 2021년 12월10일 서울행정법원서 윤석열 총장이 직무집행정지 소송서 해당 처분이 합리적 근거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됐다.

2022년 4월5일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법에 소 취하서를 제출하고 법무부도 2022년 4월8일 서울고법에 소 취하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법적으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돼 1심 각하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을 야권 대권주자급 반열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총장 시절 추 의원이 수족 자르기, 수사 관여 등 윤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마다 오히려 지지율만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여야 가리지 않고 그에게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도 정치 선언도 하지 않은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검찰의 중립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었다. 당시로서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어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인물난을 겪던 제1야당으로서 대권에 뛰어들 당내 인물들의 주목도를 그가 완전히 가렸기 때문에 마냥 반길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2021년 3월3일,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 및 박탈하려는 문재인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검수완박은 부패 완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제야 윤 전 대통령을 반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과정서 민주당 정권의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임에도 불구하고 반대 세력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튿날 그는 검찰총장직서 자진 사퇴했다.

그해 6월29일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7월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자신의 선거캠프인 국민캠프를 조직해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해 11월5일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인생의 첫 공직선거를 제20대 대통령선거로 치르게 됐다.

아직도
계엄 의문

이듬해 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선서 역대 대선 최다 득표인 1639만4815표를 받으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단 0.73%p 차이라는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로 신승하면서 첫 공직선거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22년 5월10일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나 지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탄핵당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주목받았다가 결국 돌아오는 칼을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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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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