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야인으로 돌아간 윤석열 정치 인생

결국 김건희가 말아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주목받도록 했던 발언이다. 정권에 대한 수사로 대권주자에 오른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자멸했다. <일요시사>는 윤 전 대통령이 걸어온 정치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수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검찰총장이 된 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과의 대립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던 정치 새내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몰락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처음 정치적으로 관심을 받은 시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윤 전 대통령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국가정보원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된다.

여주지청장
존재 급부상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했다. 이로 인해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다. 그는 검찰 내부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국정원 직원에 대해 압수수색 및 체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결국 업무서 배제됐다.

며칠 뒤인 10월21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수사에 외압이 심각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수사 외압의 실체를 물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포함되지 않느냐는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윤 전 대통령의 소신 발언이 이어지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은 조직을 사랑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단히 사랑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누가 봐도 위법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것에 이의제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냐”면서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그의 발언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윤석열 어록’으로 명명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당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글을 올렸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은 압니다. 국정원 트윗 5만6000건을 의롭게 수사한 윤석열 여주지청장! 검찰에 윤석열 경찰에 권은희! 그래서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트윗에 적었다.

같은 해 11월9일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원 수사 과정서 상부 보고를 누락하는 등 절차를 어겼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확정했다. 이후 2014년 1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된 것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조만간 옷을 벗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찬밥 신세였다고 한다. 2016년 1월에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아 지방을 전전했다. 그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이었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부터 주목
한직 있다가 국정 농단 당시 재기


2016년 1월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전고검 검사로 재직 중인 윤 전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박 특검은 ‘수사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특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곧바로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의 파견을 요청했다.

박 특검처럼 특정 검사를 콕 집어 파견을 요청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당시 수사팀장은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0명의 파견검사와 검찰·경찰·국세청 파견 공무원 40명을 지휘하는 자리로, 특검법이 정한 14개 수사 대상과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추가 인지 수사를 맡게 되는 자리였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놔야 할 특검이 윤석열이라는 ‘잘 드는 칼’을 뽑아 들었다. 60명에 달하는 수사팀을 지휘해 복잡한 수사 내용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윤 검사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박영수 특검의 성공 여부는 박근혜-최순실-삼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밝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중 삼성 수사를 맡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모두 구속 수감되면서 특검은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마무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국민 검사’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이를 통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며 화려하게 검찰 중심부로 복귀했다. 당시 청와대는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 직급으로 내렸으며,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파격 승진 기용했다.

잘 드는 칼
잘 쓰는 칼

윤 전 대통령은 이런 파격 기용에 보답이라도 하듯 보수 정권과 대기업 등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다스(DAS) 의혹 ▲사법 농단 의혹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옛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겼다.

문정부의 ‘적폐 청산의 칼’로 신임받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식서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검사와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있으면서 문정부와 검찰의 관계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019년 8월27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조국혁신당 전 대표)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며 관계는 틀어졌다.

해당 수사로 조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으며 그의 후임으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취임했다. 추 의원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을 흔들었고, 이 과정서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분에서조차 윤 전 대통령을 배제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척을 지게 되는데, 추 의원과 크게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은 그와 검찰 인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게다가 추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19일 헌정사상 세 번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와 윤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다.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의견이 법조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나왔다.

배신에 배신
좌에서 우로


이 같은 추 의원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국감 발언이 추 의원의 심기를 건들였는지 지난 2020년 11월24일, 그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면서 징계를 청구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16일 2개월 정직을 당하게 된다.

추 의원은 당시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면서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배제 사유로 꼽은 것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 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주장했고, 대검 측에서도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사유로 든 6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총장 되자 민주당에 칼 겨눠
추와 갈등 이후 대통령 당선

이후 효력 정지가 인용되어 1심 판결 후 30일 뒤까지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에 대한 효력이 정지됐다가 2021년 10월14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정직 징계처분이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판결 내렸고, 2021년 12월10일 서울행정법원서 윤석열 총장이 직무집행정지 소송서 해당 처분이 합리적 근거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됐다.

2022년 4월5일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법에 소 취하서를 제출하고 법무부도 2022년 4월8일 서울고법에 소 취하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법적으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돼 1심 각하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을 야권 대권주자급 반열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총장 시절 추 의원이 수족 자르기, 수사 관여 등 윤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마다 오히려 지지율만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여야 가리지 않고 그에게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도 정치 선언도 하지 않은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검찰의 중립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었다. 당시로서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어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인물난을 겪던 제1야당으로서 대권에 뛰어들 당내 인물들의 주목도를 그가 완전히 가렸기 때문에 마냥 반길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2021년 3월3일,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 및 박탈하려는 문재인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검수완박은 부패 완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제야 윤 전 대통령을 반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과정서 민주당 정권의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임에도 불구하고 반대 세력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튿날 그는 검찰총장직서 자진 사퇴했다.

그해 6월29일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7월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자신의 선거캠프인 국민캠프를 조직해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해 11월5일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인생의 첫 공직선거를 제20대 대통령선거로 치르게 됐다.

아직도
계엄 의문

이듬해 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선서 역대 대선 최다 득표인 1639만4815표를 받으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단 0.73%p 차이라는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로 신승하면서 첫 공직선거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22년 5월10일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나 지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탄핵당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주목받았다가 결국 돌아오는 칼을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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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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