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야인으로 돌아간 윤석열 정치 인생

결국 김건희가 말아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주목받도록 했던 발언이다. 정권에 대한 수사로 대권주자에 오른 그는 권력을 잡은 후 자멸했다. <일요시사>는 윤 전 대통령이 걸어온 정치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수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검찰총장이 된 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과의 대립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던 정치 새내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몰락했다.

윤 전 대통령이 처음 정치적으로 관심을 받은 시기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윤 전 대통령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직후 국가정보원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게 된다.

여주지청장
존재 급부상

당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했다. 이로 인해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다. 그는 검찰 내부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국정원 직원에 대해 압수수색 및 체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결국 업무서 배제됐다.

며칠 뒤인 10월21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수사에 외압이 심각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수사 외압의 실체를 물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포함되지 않느냐는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윤 전 대통령의 소신 발언이 이어지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은 조직을 사랑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단히 사랑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사람(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누가 봐도 위법한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것에 이의제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어떻게 따르냐”면서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필요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그의 발언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윤석열 어록’으로 명명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당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글을 올렸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은 압니다. 국정원 트윗 5만6000건을 의롭게 수사한 윤석열 여주지청장! 검찰에 윤석열 경찰에 권은희! 그래서 우리는 희망이 있습니다”라는 글을 트윗에 적었다.

같은 해 11월9일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원 수사 과정서 상부 보고를 누락하는 등 절차를 어겼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확정했다. 이후 2014년 1월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된 것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조만간 옷을 벗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찬밥 신세였다고 한다. 2016년 1월에도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아 지방을 전전했다. 그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이었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부터 주목
한직 있다가 국정 농단 당시 재기

2016년 1월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전고검 검사로 재직 중인 윤 전 대통령을 수사팀장으로 파견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박 특검은 ‘수사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특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곧바로 법무부와 검찰에 윤 검사의 파견을 요청했다.

박 특검처럼 특정 검사를 콕 집어 파견을 요청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당시 수사팀장은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0명의 파견검사와 검찰·경찰·국세청 파견 공무원 40명을 지휘하는 자리로, 특검법이 정한 14개 수사 대상과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추가 인지 수사를 맡게 되는 자리였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놔야 할 특검이 윤석열이라는 ‘잘 드는 칼’을 뽑아 들었다. 60명에 달하는 수사팀을 지휘해 복잡한 수사 내용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윤 검사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박영수 특검의 성공 여부는 박근혜-최순실-삼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밝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중 삼성 수사를 맡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모두 구속 수감되면서 특검은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마무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국민 검사’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이를 통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며 화려하게 검찰 중심부로 복귀했다. 당시 청와대는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 직급으로 내렸으며,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파격 승진 기용했다.

잘 드는 칼
잘 쓰는 칼

윤 전 대통령은 이런 파격 기용에 보답이라도 하듯 보수 정권과 대기업 등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다스(DAS) 의혹 ▲사법 농단 의혹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옛 국군기무사령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의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겼다.

문정부의 ‘적폐 청산의 칼’로 신임받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식서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우리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청와대든 정부든 또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형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검사와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 있으면서 문정부와 검찰의 관계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2019년 8월27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조국혁신당 전 대표)을 둘러싼 가족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며 관계는 틀어졌다.

해당 수사로 조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했으며 그의 후임으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취임했다. 추 의원은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과 직제개편 등을 무기로 검찰을 흔들었고, 이 과정서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분에서조차 윤 전 대통령을 배제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척을 지게 되는데, 추 의원과 크게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는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은 그와 검찰 인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게다가 추 의원은 지난 2020년 10월19일 헌정사상 세 번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와 윤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 사건에 대해서다. 첫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을 겨냥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윤 총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의견이 법조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나왔다.

배신에 배신
좌에서 우로

이 같은 추 의원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예외적으로 외청이라고도 하지만, 과거에는 외청이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검사들과 법조인들은 검찰청법에 어긋나는 위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검사들이 대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일선은 다 위법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특정 사건에 대해 장관과 쟁탈전을 벌여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국감 발언이 추 의원의 심기를 건들였는지 지난 2020년 11월24일, 그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면서 징계를 청구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16일 2개월 정직을 당하게 된다.

추 의원은 당시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서 “오늘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면서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배제 사유로 꼽은 것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검찰 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 왔다”고 주장했고, 대검 측에서도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 사유로 든 6가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총장 되자 민주당에 칼 겨눠
추와 갈등 이후 대통령 당선

이후 효력 정지가 인용되어 1심 판결 후 30일 뒤까지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에 대한 효력이 정지됐다가 2021년 10월14일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정직 징계처분이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판결 내렸고, 2021년 12월10일 서울행정법원서 윤석열 총장이 직무집행정지 소송서 해당 처분이 합리적 근거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됐다.

2022년 4월5일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법에 소 취하서를 제출하고 법무부도 2022년 4월8일 서울고법에 소 취하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법적으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돼 1심 각하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을 야권 대권주자급 반열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총장 시절 추 의원이 수족 자르기, 수사 관여 등 윤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마다 오히려 지지율만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여야 가리지 않고 그에게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도 정치 선언도 하지 않은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검찰의 중립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었다. 당시로서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어 국민의힘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안 그래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인물난을 겪던 제1야당으로서 대권에 뛰어들 당내 인물들의 주목도를 그가 완전히 가렸기 때문에 마냥 반길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2021년 3월3일,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 및 박탈하려는 문재인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검수완박은 부패 완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제야 윤 전 대통령을 반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과정서 민주당 정권의 대통령이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임에도 불구하고 반대 세력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튿날 그는 검찰총장직서 자진 사퇴했다.

그해 6월29일에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7월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자신의 선거캠프인 국민캠프를 조직해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해 11월5일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서 국민의힘 제20대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인생의 첫 공직선거를 제20대 대통령선거로 치르게 됐다.

아직도
계엄 의문

이듬해 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선서 역대 대선 최다 득표인 1639만4815표를 받으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단 0.73%p 차이라는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로 신승하면서 첫 공직선거서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2022년 5월10일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나 지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탄핵당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주목받았다가 결국 돌아오는 칼을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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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