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독이 2년 연속으로 적자배당을 결정했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두 배 가까이 커진 순손실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실질적인 후계자로 평가받는 오너 3세다.

중견 제약업체 한독은 27억5270만원(보통주 1주당 200원) 규모의 2024회계연도 현금배당을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확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최근 5년(2020년~지난해) 중 가장 적은 액수다. 한독이 해당 기간에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2020년 41억원 ▲2021년 48억원 ▲2022년 55억원 ▲2023년 41억원 등이었다.
뒷걸음질
지난해 현금배당 규모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축소된 건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5일 한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074억원, 영업이익 5억3851만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95.7% 줄면서 적자를 겨우 면할 수 있었다. 한독 측은 공시를 통해 매출 감소와 광고 선전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배당 결정으로 2년 연속 적자 배당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한독은 2023년 순손실 289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41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배당 규모는 순이익 270억원을 달성했던 2020년과 동등한 수준이었다.
한독의 지난해 잠정 순손실은 528억원으로, 최악이라고 평가받았던 2023년과 비교해 적자 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한독 측은 이자비용 증가와 관계기업 손상차손 인식에 따른 영향으로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과 순손실이 확대됐다고 밝힌 상태다.
현금배당의 기본 취지가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독이 취해 온 적극적인 배당 정책은 순기능을 내포한다. 적자임에도 현금배당을 결정한 덕분에 배당금총액 중 46.28%(637만12주)에 해당하는 12억7200만원이 소액주주들에게 귀속될 예정이다.
물론 현금배당의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리는 건 오너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다. 김영진 한독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한독 지분 43.38%(597만1143주)를 보유 중이며, 총배당금 27억5270만원 가운데 약 12억원이 이들의 몫이다.
2년 연속 순손실
장남 회사 향하는 현금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하는 건 최대주주인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이다. 한독 지분 17.69%(243만5290주)를 보유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2012년 훽스트가 한독 지분 50%를 처분할 때 14.05%를 인수하면서 한독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지만, 2023년 말 기준 총자산 462억원 중 자본이 411억원(이익잉여금은 324억원)일 정도로 재무구조가 건실하다. 매년 한독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이 자본 확충에 일조한 모습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독으로부터 건네받은 배당금은 25억5700만원에 달하며, 이번 현금배당 결정으로 4억8700만원가량을 수령하게 될 예정이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김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의 실질적 후계자인 김동한 한독 전무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직접 보유한 한독 주식이 3000주(0.02%)에 불과한 김 전무 입장에서는 지배력을 보충하는 수단으로서 활용가치가 돋보인다.
김 전무는 2002년 1월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 주주로 등재됐고, 이후 주식 추가 매입을 거쳐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31.65%다. 나머지 지분 68.35%는 김 회장(5.04%)을 비롯한 오너 일가 구성원이 보유 중이다.
큰 틀에서 그룹 지배구조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김 전무→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한독’으로 이어진다.
계속되는 지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김 전무의 현금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독이 실시한 현금배당에 힘입어 독자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만한 여력을 갖출 수 있었다. 실제로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은 ▲2020년 3억9680만원 ▲2021년 5억1584만원 ▲2022년 5억1584만원 등 회계연도마다 현금배당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 전무는 약 4억5000만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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