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LS그룹이 엄청난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총수의 입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표현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 양상이었다. 해당 발언은 중복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자극했고,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중복상장’은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는 모회사가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신설 법인을 상장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자회사가 증시에 입성하면 모회사의 저평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복상장을 반길 수 없기 마련이다.
역풍
최근 LS그룹이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역풍을 경험한 것도 중복상장 논란에서 비롯됐다. 특히 그룹 총수의 입에서 중복상장을 옹호한다고 볼 법한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어느 때보다 컸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 직접 방문했다. 2013년 첫 개최된 인터배터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로, LS그룹은 270㎡ 규모 전시장을 마련하고 전기차 소재 및 충전기술을 총망라한 토털 솔루션을 선보였다. 구 회장은 전시장 곳곳을 돌아보며 최신 배터리 산업의 트렌드를 직접 확인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 회장의 행보는 별 탈 없는 듯했다. 하지만 구 회장이 중복상장을 언급한 순간부터 상황은 급속도로 뒤바뀌었다.
이날 구 회장은 한 행사에서 “왜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과거에는 중복상장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투자를 지속하려면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며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중복상장이 문제라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언급했다.
중복상장 논란에 줄줄이 파란불
투자자 자극한 “안 사면 그만”
구 회장의 해당 발언은 중복상장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KOC전기 ▲LS이링크 ▲SEABL ▲LS MnM 등 다수 계열사의 중복상장을 추진 중이고, 몇몇은 상장 작업이 꽤나 구체화된 상태였다.

문제는 구 회장의 중복상장 언급이 엄청난 악재를 몰고 왔다는 점이다. 특히 “중복상장이 문제라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는 구 회장의 발언은 중복상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국내 증시에서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로, 글로벌 주요 증시(▲미국 0.35% ▲일본 4.38% ▲대만 3.18%)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힌다. 구 회장 중복상장을 언급한 직후부터 LS그룹 상장 계열사 주주토론방에 비판적인 논조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던 이유다.
실제로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LS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6일 지주사 ㈜LS의 주가는 10.29% 폭락했으며, LS일렉트릭(-12.11%), LS에코에너지(-5.39%)도 급락세를 보였다. LS머트리얼즈, LS마린솔루션 등 나머지 상장 계열사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구 회장의 발언에서 촉발된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마당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언급에 따른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마저 덧씌워졌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인 LS그룹 입장에서는 엄청난 악재나 마찬가지였다.
아쉬운 처사
이 여파로 지난 11일 LS그룹 상장사 중 ㈜LS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LS일렉트릭은 전 거래일 대비 9000원(4.21%) 하락한 2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가온전선도 4.45% 급락했다. 이 외에도 ▲LS머트리얼즈(-3.47%) ▲LS네트웍스(-2.81%) ▲LS마린솔루션(-2.42%) 등이 큰 폭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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