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이야기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아이, 로봇> 같은 SF 장르의 단골 소재다.
최근 중국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객을 향해 갑작스레 돌진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의 우려로 번지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 톈진의 한 춘제(설) 축제 현장서 행사를 관람하던 관객들을 향해 돌진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SNS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중국 전통 복장을 두른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객 앞에 잠시 멈춰서더니, 이내 예고 없이 공격적으로 돌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현장에 있는 보안 요원들이 즉각 로봇을 제지해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앞에 있던 관객들은 적잖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 로봇은 중국의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 ‘H1’ 모델로,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방송의 춘제 갈라쇼 생방송에 등장해 단체 군무를 펼친 로봇과 같은 기종이다.
해당 로봇은 최근 온라인서 65만위안(한화 약 1억3000만원)에 판매돼 출시 이후 바로 완판 되는 등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니트리는 “프로그램 설정이나 센서 오류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누리꾼들 사이에선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아이, 로봇>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해당 영화는 근 미래인 2035년을 배경으로 로봇이 인간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깨고 인간과 대척점에 선다는 내용을 다뤄, 이번 사고와의 유사성이 주목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영화에 본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니까 무섭다” “인간의 모습과 똑같으니 상당히 소름 돋네” “알파고도 정말 소름 끼쳤는데…종말이 다가오는 건가” 등의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미국의 유명 팟캐스터 조 로건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로봇의 공격적인 모습이 섬뜩할 정도로 인간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실, 로봇에 의해 인간이 피해를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는 미국 테슬라 공장서 엔지니어 한 명이 제조 로봇에 의해 벽에 고정된 채 금속 집게발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로봇이 실수로 켜지면서 프로그래밍 된 동작을 수행하다 발생한 사고였다.
2022년 러시아에서 열린 체스 대회서는 AI 로봇 선수가 7세 소년의 손가락을 잡아 부러뜨렸고, 2023년에도 한국 고성군의 한 농산물 선별장서 로봇이 40대 남성을 종이 상자로 오인해 집게로 강하게 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물론 대부분은 로봇의 오작동 또는 센서 오류로 발생한 사고들이지만, 점점 일상 속에 AI가 녹아들고 있는 만큼확실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고가 AI 로봇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복잡한 환경서 예측 불가한 동작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감정 인식이나 갑작스러운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이 불완전해 인간과의 상호작용 시 위험성이 잠재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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