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만 1억5000만원’ 건진법사 조력자들 텐프로 대선 모의 의혹

대선 앞두고 수상한 억대 술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오혁진 기자 =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의 처남 김모씨가 강남구 신사동 H 유흥업소서 대선 준비를 도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씨는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업무 전반에 관여했고,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처남 김씨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전성배씨는 대선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본부장으로 역임한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의 고문이었다. 전씨의 딸과 처남 등 가족도 네트워크본부에 몸담아 활동했다. 지난 2022년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전씨가 비공식 통로로 가족을 동원해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하면서 ‘비선 실세’로 활동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신사동 소재
H 룸살롱 확인

일명 ‘찰리’로 불리는 전씨의 처남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인 2020~2021년경 강남구 신사동 소재에 H 룸살롱에 출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 유흥주점 등은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감염병 예방 수칙을 어겼다가 적발된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기였다.

H 업소 사장 등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팬데믹 시기에 기업인 최모씨, 국회의원,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모씨 등과 함께 해당 업소 등 텐프로를 방문했다. 텐프로는 상위 10% 연예인급 외모의 여성 종업원이 접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값을 쓰며 지인들과 함께 대선 준비를 도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김씨가 단골로 다니던 텐프로가 경찰 단속을 두 차례나 당했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는 ‘김건희 여사 측근’임을 주장하며 경찰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H 업소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가 힘을 써서 막대한 벌금 처분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직접 룸살롱을 차리기도 했는데, 해당 업소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김씨의 힘이 김 여사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의 입을 빌려 “김건희가 건진법사의 말을 잘 듣고 윤석열은 무릎을 꿇을 정도로 김건희 말만 듣는다”며 “윤석열이랑 친하진 않지만 우리는 건희 누나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H 업소 이외에도 강남의 여러 룸살롱을 전전했다. 억대 술값 대부분은 외상인 것으로 드러나 ‘마담’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이 15차례 H 업소서 마신 외상 술값 1억5000만원은 최씨가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캠프 당시 수행비서
건진 처남 ‘찰리’ 주축

재력가인 최씨의 아버지는 모 제약회사를 인수해 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상도서 국가 위임 사업을 운영해 돈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 고씨는 언론과 인터뷰서 “김씨 등과 룸살롱서 한차례 만난 정도의 관계”라며 깊은 관계임을 부정했다.

고씨는 국가안전경호협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경호협회는 비영리 기관 단체로 사회 안전 활동 및 경호원들의 복지, 경호 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단체다. 고씨는 아동·청소년 사회 안전 자문위원, 행정안전부 안전보안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씨와 동석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지역구가 지방인 다선 의원”이라며 “해당 의원은 김씨가 룸살롱을 다니면서 대선을 모의했다는 내용을 언론사들이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유흥주점서 일했다는 의혹도 또다시 불거졌다. 마담 A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대선 기간에 룸살롱 접대부 등이 윤석열 대선 지지를 명목으로 대선캠프 임명장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며 “김씨의 일행인 윤석열 대선캠프 경호팀장에게 경호원 배지도 받아 집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력가 최씨가 김 여사를 ‘친한 누나’라고 지칭했다”며 “최씨는 과거 김 여사를 ‘술집 화류계 출신’이라고 표현했다”면서 “(김건희가)윤석열을 위해 술을 따르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불미스러운 내용까지 최씨가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김씨 측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이 잠적한 상태다.

윤 후보 선대본부에는 김씨를 비롯한 전씨의 가족이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네트워크본부서 꾸린 ‘현장지원팀’ 소속으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7월6일 윤 대통령이 대전 현충원과 카이스트를 방문할 당시 김씨가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소속
다선 누구?

전씨의 딸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 때부터 2022년 초까지 윤 대통령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촬영 등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본부는 “김씨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딸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로서 행사를 촬영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대선 모의를 도모한 김씨와 달리 전씨는 정치권에 깊게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에게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해 이달 초 출국금지 기간 연장을 신청해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검찰은 전씨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내역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천시장 자유한국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로부터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약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정·재계서 ‘건진법사’로 알려졌다. 전씨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권 도전을 결심하도록 도왔다는 주장과 함께 자신은 ‘국사’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사는 신라와 고려시대 왕의 자문 역할을 하는 고승에게 내린 칭호다.

전씨는 윤 후보의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서 고문으로 인재 영입에 관여했다. 네트워크본부는 당시 권영세 선대본부장직속인 ‘조직본부(본부장 박성민)’ 산하 조직이다. 네트워크본부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전 사무총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 이끈 바 있다.

수상한 
접대 자리

선대본부 관계자는 “주요 인재는 전씨가 면접 보고 난 뒤 합류가 결정된다”며 “(전씨에게)고문이라고 호칭하지만 (전씨가)윤 후보와 각별해 보이는 데다 위세가 본부장 이상이어서 ‘실세’로 불린다”고 전했다.

전씨는 선대본부에 합류하기 전 서울 역삼동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의 한 단독주택 2층에 ‘일광사’라는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대한불교 조계종과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의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소개로 전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1월 윤 대통령 선대본부 내에는 전씨의 개입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드러났다. 전씨가 캠프 고문으로 있을 당시,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하면서 조율이 끝난 후보의 동선과 메시지가 뒤집히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냐”는 불만이 속출했고, 원인을 추적한 끝에 ‘전 고문’이 지목됐다고 한다.

당시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전씨가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묻자 “공개된 직책 이외에 선대본부 구성원 현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선대본부 공보단은 “전씨는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일한 적이 없다. 무속인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씨가 김종인의 방출에도 깊이 연루돼있고, 이준석을 공격할 때도 네트워크본부가 나섰다고 한다. 네트워크본부 산하 ‘뉴미디어팀’의 일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네이버 댓글 부대를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존재하는 등 여론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기업인, 국회의원, 경호팀장 등 참석
모두 15차례 모여 하루 수천만원씩

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윤 대통령 비판 기사에 ‘상위 댓글 좋아요’와 ‘공격 댓글을 써 달라’는 지시가 있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오늘 밤 11시까지 23만명으로 만들어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정치 뉴스에는 ‘1일 1댓글, 1좋아요’를 달라는 지시도 있었다. 네트워크본부는 윤 후보의 경호와 관련해서도 공식수행팀과 별도로 ‘현장지원팀’이란 사설경호팀을 꾸렸다. 이들이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는 등 물의를 빚어도 선대위가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씨는 지난 2020년 여름부터 측근들에게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윤 검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뭔가 결정하거나 결심해야 할 때 윤 검사가 물어오면 답을 내려준다”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다.

전씨는 또 “윤 총장이 수사 사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지인은 “(전씨가)윤 검사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는지, (국민들께 윤석열을)각인시키려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지를 물어온 적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전씨는 “이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라며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다독여줬다”고 조언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윤 대통령은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라는 법무부 장관 공개 지시를 제가 불가하다고 했다. 압수수색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전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

댓글부대
상의했나?

신천지 교회는 전씨가 기획실장으로 재직한 일광조계종 관계 사찰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종교대통합 행사 등을 함께 진행한 인연이 있다. 전씨가 선대본부서 ‘실세’로 불리며 캠프 일에 관여한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전씨와의 친분에 대해 “지인을 통해 1∼2차례 만난 게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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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