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어벤져스 ‘개헌파’ 시나리오

기세 좋았지만…뭉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개헌이다. 매번 대선 때마다 돌림노래처럼 개헌을 외치지만 한 목소리로 모이지 않는다. 1987년 이후 개헌을 성공한 대통령이 아무도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일까? ‘탄핵 물타기’부터 ‘이재명 흔들기’까지,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두고 갖가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개헌에 소극적이던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이후 눈에 띄게 빠른 걸음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맞서 비명(비 이재명)계도 “절대권력 분산”을 외치며 개헌 논의에 올라탔다. 여야 할 것 없이 동상이몽을 꿈꾸기엔 덥석 손을 잡기에는 망설임이 더 크다.

너도나도
급 띄우기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고 개헌을 언급했다. 정작 본인은 대권 행보와 선을 그었지만, 국가 개조의 핵심 키워드로 ‘지방 분권’을 제시한 만큼 정치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중앙집권적 구조로 인한 지역 간 불균형과 지방 소멸을 언급하며 “중앙정부가 예산을 나눠 주고 일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는 지역의 자생적 성장을 촉진할 수 없다. 각 지역이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과 인력, 규제라는 3대 권한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조력자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특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고 자원과 행정 인력을 균형 있게 재배치하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개헌하고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2026년 지방선거 실시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또 다른 보수 잠룡인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역시 개헌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힘을 실었다.

야권서도 활발하게 개헌 논의에 군불을 때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행정수도 세종 이전의 추진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했다. 개헌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국토 균형 발전을 통한 초광역 단위 지방정부 시대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제대로 된 지방정부를 위한 개헌이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외 비명계 모임 ‘초일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양기대 전 의원이 꾸린 ‘희망과 대안 포럼’은 지난 18일 출범식을 통해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헌을 통해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를 분권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는 연대의 틀을 만드는 데 포럼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출범식에 자리해 “헌정 질서를 짓밟는 절대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견제가 가능한 권력구조로의 개편을 포함해 국민소득 3만5000불 시대에 맞는 헌법, 지방분권이 포함된 헌법을 위해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 로드맵을 제시하고 약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당장” 개헌 밀어붙이는 잠룡들
이 “빨간 넥타이만 좋아해” 선 긋기

지난 전당대회서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른 김두관 전 의원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개헌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왕적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제도상 허점이 많다는 게 여실히 증명됐음에도 7공화국을 열 개헌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당의 주류나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중요하지, 개헌이 무슨 소리냐’는 분들도 계신다”며 “정치인들이 이런 혼란스러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사회권, 기본권,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담기보다 원포인트 4년 중임제에 초점을 맞추고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탄핵이 인용된 이후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며 “계엄, 특히 불법 계엄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두 번째는 위협받는 국민의 삶을 안정화하고 배고프지 않은 나라, 배 아프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 원로도 한목소리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을 비롯해 ▲김원기·박병석·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여야 당 대표를 지낸 서청원·김무성·손학규·황우여 전 대표 등이 함께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는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추경과 함께 개헌 과제를 여야정 협의체에 조속히 상정해 본격 논의하고 이른 시일 내 국회 헌법 개정특위를 구성해 즉시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야 모두 7공화국의 문을 여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나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쯤에서 민주당 이 대표의 입에 이목이 쏠린다. 개헌에 침묵하는 민주당이 여야의 압박을 언제까지나 모른 척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다. 개헌 얘기를 하면 이게 블랙홀이 된다. 빨간 넥타이 매신 분들이 좋아하게 돼있다”고 밝힌 게 전부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개헌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22년 대선후보이던 시절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4년 중임제가 세계적인 추세, 권력이 좀 분산된 4년 중임제로 가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알맹이 없는
말, 말, 말…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서 ‘개헌에 합의할 경우 임기를 1년 단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느냐”며 “국가 백년대계, 경국대전을 다시 쓰는 것이다. 국민에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헌 중에서도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는 매번 대선 때마다 화두에 오르는 주제다. 후보들은 앞다퉈 개헌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개헌을 약속했지만 임기 내 실현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2016년 민주당 전 대표이던 시절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막기 위한 개헌론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개헌의 방향을 특정해 임기 단축을 말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공학적 얘기다.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한다면 다음 정부는 과도정부밖에 되지 않는다”며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5년 임기도 짧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당시 비문(비 문재인)계로 불리는 이들이 개헌을 압박 카드로 제시하고 나선 때다. 이른바 ‘개헌파’로 불리던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마찰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도 2017년 대통령 후보가 되자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은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며 “차기 대선을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서 이 때부터 4년 중임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헌안은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직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서 “대통령이든 뭐든 후보가 되면 일단 다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특히 야당이 그렇다. 그러고는 막상 집권하면 흐린 눈으로 외면하는 현실”이라며 “권력구조와 정치권의 의지 문제다. 어렵게 얻은 권력을 조금이라도 단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직은
각개전투

이 대표가 개헌 논의에 확답을 주지 않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선두주자는 안정적인 현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지만, 나머지 주자는 개헌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판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신 개헌파’의 목적이 정말 개헌인지 의문스럽다는 눈빛을 보낸다. 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이라는 대권후보를 압박하기 위한 요소로 개헌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현직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모두가 개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 정확히 어떤 내용을 언제 어떤 식으로 처리할 것인지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국민의힘이 앞다퉈 개헌을 주장하는데,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을 받기 좋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무책임한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개헌을 고리로 폭넓은 연대를 구축하는 시나리오가 여의도 곳곳서 풍문으로 들려온다. 여당과 비명계가 동시에 개헌 논의를 띄운 만큼 이들 중 일부가 빅텐트를 세워 제7공화국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란 예측이다.

김 전 의원은 희망과 대안 포럼을 주축으로 ‘탄핵과 개헌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50년, 미래 100년의 대한민국 운명을 건 개헌을 통해 7공화국을 이뤄내야 한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내란 세력 제압이 먼저라고 말을 하지만 조기 대선에 승리해 민주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결코 등한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여야 빅텐트는 어렵다” “의미 있는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등의 이유로 선을 그었다.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등 각자 원하는 방향이 달라 같은 당에서조차 손을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이유다.

번갯불에 콩 굽듯…우후죽순 쏟아지는 안건
충돌하는 이해타산…똑 떨어지지 않는 답

당장 민주당만 하더라도 저마다 개헌을 외치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개헌 방안이 중구난방인 만큼 최종 개헌안을 제시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 방식의 개헌을 주장하며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내각과 국회로 나누는 분권형 4년 중임제, 대통령 권한을 총리와 나누는 책임총리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 적대적 공생관계인 양당 체제를 다당체제로 바꿔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국민 컨센서스가 높은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편된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거 주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다음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2년 단축해 2028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사정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당 개헌특위를 꾸려 자체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행정·입법권력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양원제를 제시한 것에 그쳤다.

여권서 가장 눈여겨보는 건 오 시장과 안 의원 간의 연대 가능성이다. 지난 12일 안 의원은 오 시장의 개헌 토론회에 찾아간 만큼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개헌을 교집합 삼아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안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대선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연대 이야기하는 거는 너무나도 앞서 나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야5당이 함께하는 원탁회의가 또 다른 연결고리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19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을 열고 내란 종식과 정치·사회·권력기관 개혁 및 민생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내걸었다.

또 다른
연결고리

이날 개헌은 논의 대상서 빠졌다.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임에도 협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하면서 동력이 저하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권력기관 개편과 불법 계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개헌은 사실상 수순”이라면서도 “국민의힘 개헌 논의에 말리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하겠지만 결국 논의할 수밖에 없다. 추후 개헌 관련 합의구조를 만드는 과정서 야권연대 후보 선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5당 원탁회의 차기 집권 노림수?

야5당이 뭉친 원탁회의의 목적과 지속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조기 대선이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차기 집권여당으로서 발돋움을 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내란 수괴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포함한 극우 내란 세력의 헌정 파괴 행위를 막아낼 것”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뜻을 모아 나가겠다. 그 과정에서 늘 광장의 민심에 주파수를 맞추겠다. 시민사회와도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야5당 대표들은 “광장의 민심에 주파수를 맞추고 시민사회와도 연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음 달 1일 원탁회의 차원서 공동집회를 여는 데 합의했다.

다만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범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 대변인은 “대선 혹은 대선 준비·야권 단일 후보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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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