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시간제로 진행되지 않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최근 골프계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경기 진행 시간을 단축해 지루함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지난 14일,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정을 발표했다. 기존 벌금 중심의 규정을 대폭 수정해 40초에서 1~5초를 초과하면 벌금, 6~15초를 초과하면 1벌타, 16초를 넘기면 2벌타를 매기기로 했다. 기존에는 1~30초 초과 시 벌금만 물리고, 31초를 넘겨야 2벌타를 줬다. 새 규정은 내달 열리는 ‘포드챔피언십’부터 적용된다.
달라진 기류
대중화를 위한 경기 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카를로스 시간다(스페인)는 지난해 11월 열린 LPGA 투어 ‘아니카 드리븐’ 최종 라운드에서 18홀을 도는 데 6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는 이전에도 수차례 비슷한 지적을 받았던 적 있다.
아니카 드리븐 우승자인 넬리 코다(미국)와 준우승자인 찰리 헐(잉글랜드)은 이례적으로 시간다의 늑장 플레이에 공개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헐은 “늑장 플레이를 3번 이상 하면 매홀 티샷마다 2벌타를 줘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펼쳤다.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역시 선수별 평균 스트로크 시간을 공개하고, 벌칙으로 시즌 포인트인 페덱스 포인트를 삭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40초를 알려주는 샷 클록, 거리 측정기 도입 등이 거론된다.
40초 이내 샷 안 하면 벌타
규정 어길 경우 페널티 강화
해외 골프계가 늑장 플레이에 칼을 빼어든 것은 빠르고 화끈한 장면을 기대하는 젊은 스포츠 팬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최근 ‘AT&T 프로암’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앞 조 진행이 늦어져 5시간30분 동안 경기를 치른 사실이 드러나며 느린 경기 진행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서도 경기 진행 시간 단축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매해 경기 시간 지연으로 투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경기 여주 블루헤런G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라운드서 한 조가 18홀을 도는 데 7시간11분(전반 9홀 뒤 휴식 시간 포함)이 소요되기도 했다.
KLPGA 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경기 시간은 5시간14분이다. 강화된 벌금 규정 및 적극적인 배드타임(샷 시간 초과 페널티) 부과로 전년보다 평균 경기 시간을 21분 앞당겼지만, 여전히 압축적인 플레이와 거리가 먼 진행 속도다.
강력한 정책
KLPGA 투어 규정에 따르면 1차 배드타임 때 구두 경고, 2차 배드타임부터 1벌타 및 벌금을 받고, 4차 배드타임 땐 실격 처리된다. 지난해 배드타임은 47회 부과됐는데 이 가운데 45회가 1차 배드타임이었다. 실질적 페널티를 받은 경우는 두 번밖에 없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선 지난 시즌 슬로플레이로 적발된 선수는 3명뿐이었다. 적발된 선수 모두 구두 경고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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