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쪽박? 대박?’ 재벌 총수들의 주식 성적표

확연하게 드러난 희비 쌍곡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대내외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 채 극명한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 여파로 재벌 총수들의 주식 재산은 크게 요동쳤다. 10명 중 6명은 자산가치 감소를 경험했고, 주식 부자 순위에서 크고 작은 변동이 감지됐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코스피의 경우 마지막 거래일(지난달 30일)에 2399.49에 장 마감하면서 결국 2400선을 지키지 못했고, 수익률은 -9.63%에 그쳤다. 최고의 수익률을 낸 ▲대만(29.81%) ▲미국(25.18%) ▲일본(20.37%) 등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침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고꾸라진
끝맺음

국내 주식시장이 시작부터 고꾸라진 건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천명했고, 국내 증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심리와 함께 상승 국면을 나타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회복 등 희소식이 더해지자, 코스피는 눈에 띄게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3월 코스피 지수는 2700선을 돌파했으며, 꾸준한 우상향에 힘입어 지난해 7월 한 때 2900선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였다.

그러나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된 지난해 8월 초부터 코스피 지수는 무기력하게 주저앉기 시작했으며,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정치적 요소라는 악재가 덧씌워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자로 확정되자 코스피는 7일간 6.64% 급락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정책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는 가뜩이나 힘겨웠던 국내 증시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 사건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코스피는 순식간에 글로벌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으로 가라앉았다. 심지어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0원대를 찍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수가 없었다면 코스피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는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및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연고점인 2891.35에 도달했으나, 지난해 8월 이후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되자, 대다수 상장사는 시가총액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상장사 시가총액 합산액은 2254조원으로, 전년 동기(2503조원) 대비 249조원 줄었다. 1904개(69.3%) 종목에서 주가 하락이 목격됐고,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종목은 259개에서 240개로 줄었다. 조사 대상은 우선주를 제외한 2749개 국내 증시 상장 종목으로, 지난해 1월2일 종가와 지난 2일 종가를 기준으로 비교했다.

극명했던
변동 폭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도 요동쳤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지정한 88개 대기업집단 총수 중 올해 초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긴 총수는 44명으로 집계됐다.


주식평가액은 최근 1년(지난해 1월2일~지난 2일) 종가를 기준했다. 주식 재산은 총수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경우와 함께 비상장사 등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해당 그룹 상장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도 포함했다. 비상장사 등에서는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경우로 제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은 지난 2일 기준 58조1584억원이다. 전년 동기(64조7728억원) 대비 6조6144억원(10.2%) 감소한 수치다. 44명 중 주식평가액이 상승한 총수는 16명(36.4%)에 불과했다.

증가율 1위는 박정원 두산 회장이었다.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보유 중인 박 회장은 1212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을 1년 새 3456억원으로 키웠다. ㈜두산의 주가가 186.2%(지난해 1월2일 9만2600원→지난 2일 26만5000원) 급등한 게 박 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양상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주식평가액은 82.8% 올랐고, 주식가치는 3843억원에서 70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급등한 고려아연 주가가 장형진 고문의 주식가치를 올린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최근 1년 사이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96.9%(지난해 1월2일 48만6000원→지난 2일 95만7000원)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장형진 고문의 주식 재산은 1년 새 3000억원 넘게 뛰었다. 장 고문과 대립 중인 최윤범 회장 역시 같은 기간 주식평가액이 2038억원에서 3725억원으로 80% 이상 급등했다.

줄줄이 터진 대내외 악재에 신음
44명 중 자산 증식 성공은 16명뿐

HDC와 HDC랩스 주식을 보유 중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020억원 수준이었던 보유 주식의 가치가 1년 새 3364억원으로 높아졌다. 주식평가액 증가율은 66.5%로 집계됐다. 78.3%에 달하는 주가 상승폭을 나타낸 그룹 지주회사(HDC)가 정몽규 회장의 주식 재산 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주식평가액 증가 규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병규 의장의 주식평가액은 1년 새 1조5415억원에서 2조4917억원으로 9502억원가량 높아졌다. 증가율은 61.6%였다.

이 외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5535억원)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4832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4832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4223억원) 등이 주식평가액 증가 기준 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그룹 총수 28명(63.6%)은 주식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했으며, 특히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감소율이 가장 컸다. 지난해 1월2일 기준 3조1995억원이었던 이 전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년 새 1조3841억원으로 56.7% 낮아졌다.

주식평가액 감소율이 확연했던 사례는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해 30% 이상 감소율을 나타낸 총수만 해도 ▲이용한 원익 회장 ▲구본준 LX 회장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 ▲김홍국 하림 회장 등 총 5명에 달했다.

이용한 회장은 2390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이 1297억원으로 45.7% 내려앉았다. 원익QNC 주가가 45% 넘게 떨어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


구본준 회장은 3821억원에서 2243억원으로 41.3% 감소했고,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초 6조1186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지난 2일 기준 3조9527억원으로 35.4% 줄었다. 김홍국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938억원에서 1323억원으로 30% 이상 주저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재산 감소 규모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초 14조8673억원에서 같은 해 3월 말 16조5864억원으로 치솟는 등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이었다.

하지만 주식 재산은 지난해 6월경 15조7541억원으로 다소 꺾였고, 꾸준한 하락 끝에 지난 2일 기준 11조원대로 낮아진 상태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7만9600원에서 5만3400원으로 32.9% 뒷걸음질한 여파였다.

피하지 못한
뒷걸음질

그럼에도 이 회장은 여전히 국내 최고 주식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10조원을 넘긴 재계 관계자는 3명이며, 그는 주식평가액 11조9099억원으로 1위에 올라 있다.

주식 재산 2위는 서정진 회장이다. 지난해 초 9조9475억원이었던 서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9월 말 한때 11조3044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2일 기준 10조4308억원으로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초 5조7475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을 1년 새 10조1852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주식평가액 증가율은 70%를 가뿐히 넘겼다. 조 회장은 10조원대 주식 재산을 보유한 총수 3인 중 유일하게 대기업집단 동일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메리츠금융은 2019년 비금융사를 매각하면서 금융전업집단으로 분류됐고, 이를 계기로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10조원대 주식 부호 3인과 나머지 그룹 총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4위에 해당하는 정의선 회장은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4조2912억원으로, 조정호 회장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범수 의장은 6조원대였던 주식평가액이 3조원대로 낮아지면서 정의선 회장과 자리를 바꿨다.

주식평가액 6~10위에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2조5816억원) ▲장병규 의장(2조4917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8119억원) ▲정몽준 이사장(1조7985억원) ▲최태원 SK 회장(1조7163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1조원 이상 주식평가액을 기록한 총수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조5642억원) ▲김남정 동원 회장(1조5347억원)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1조3841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1조2649억원) ▲이재현 CJ 회장(1조2370억원) ▲이해진 네이버 GIO(1조1879억원)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1조489억원) 등이 있다. 

엇갈린
자리 배치

그룹 총수가 아닌 재계 관계자 중에서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5조4466억원)의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초 6조원대 주식 재산을 보유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4조원대로 떨어졌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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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시태를 수사하는 검찰과 공수처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무위원들에 대한 내란죄 적용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직권남용 미수도 문제다.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하다. 비상식적 지시와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는 전·현직 장관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부터 사건이 꼬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의 그릇된 판단이 적나라하게 적시돼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면 내란 동조 또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시를 듣기만 했다면 다르다. ‘미수’에 그치기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언 거부 모르쇠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 업체 봉쇄 및 단전·단수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이 내용은 빼놓고 진술했다. 단전·단수 지시 의혹에 대한 국회 질의에도 증언을 거부한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서 집무실로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24시경(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주는 등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에 포고령이 발령된 직후인 3일 밤 11시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JTBC·M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 허 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공소장 내용은 경찰이 확보한 이 전 장관의 진술과 대조적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 조사에서 조 청장과 허 청장에게 연이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려 조 청장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조 청장이)다른 누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 응답이 없어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했다. 또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사건 사고 들어온 것이 있느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사전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에 관한 준비나 필요한 조치를 지시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지의 경찰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이상민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범죄 시도했는데 실패 미수범 처벌 불가?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만류에도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며 계엄을 강행했다. 이후 조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서를 건넸다. 윤 대통령 곁을 거의 내내 지켰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첫 증인으로 출석해 “최 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조태열 장관에게 건넨 문건 외에도 한덕수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에게도 쪽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무위원 대다수는 윤 대통령이 최 대행과 조 장관에게 쪽지를 주는 걸 보지 못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와 연결된 직권남용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애를 먹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공소제기 요구’ 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한 후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에 집중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수사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고리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이 없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는가 여부를 검토해도 수사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남용죄는 범죄를 시도해 성공한 기수범 외 범죄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미수범에 대해서는 별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갈리는 의견들 실제 단전·단수 의혹의 경우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특정 몇 가지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단전·단수)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사건을 다시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을 포함해 경찰이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하기로 공수처와 협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수본은 지금까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을 포함해 총 5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중 당정 관계자는 28명, 군 20명, 경찰 5명 등이다. 지금까지 8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1명을 공수처 및 군 검찰에 이첩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별동대 성격인 사조직 ‘수사2단’ 의혹을 받는 방정환 2기갑여단장과 구삼회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공수처는 경찰에 한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건을 이첩한 데 이어 검찰에도 이 전 장관 사건을 이첩했다. 한 총리 사건을 재이첩하는 이유에 대해선 “중복 수사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한 총리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하고 계속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사건을 다시 넘긴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구속에 전념한다며 속도를 내지 못하던 이 전 장관 사건도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허석권 소방청장 등 소방청 간부들을 조사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이 전 장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지적에도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사건을 건네받으면서 논란만 키웠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이후엔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후 사건을 검찰에 돌려보냈다. 진행은 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경찰과 협의도 없이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첩 요청해서 받은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며 두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지체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의혹이 국회서 불거지자마자 관련자 진술을 받았고 자료도 검토했기 때문에 지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두 수사기관에 각각 사건을 반환하는 이유에 대해선 “경찰은 사건을 이첩할 때 3가지 혐의를 적시한 반면, 검찰은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포함해 8가지 혐의를 이첩했다”며 “검찰이 보는 혐의점이 많고 현재 군 검사들이 함께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반란 혐의를 수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며 경찰 간부 등 남은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피의자 총 15명 중 경찰 간부는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총경) 등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인 만큼, 김 청장과 목 전 대장만 남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간부는 저희가 직접 기소할 수도 있어서 최선을 다해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국무위원들과 군·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내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 3단계로 구분해 처벌할 수 있다. 공수처, 사건 검경 재이첩 “시간만 날려” 중요임무종사·부화수행 혐의 적용 관건 나머지 수사는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에 대한 처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인식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거나 가담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우선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소집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검찰은 한 총리, 최 대행(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 장관 등이 계엄에 반대했다고 보고 있다. 국무회의 자체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도 없었던 데다 회의록도 없을 만큼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계엄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전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부화수행이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근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을 비롯한 군 중간급 간부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지시하자 군법무관 회의를 거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항변했다. 방첩사 병력을 출동시키긴 했지만 고무탄총·가스총만 가진 사실상 비무장 상태로, ‘선관위 청사 내부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지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에 연루된 경찰 간부들도 피의자로 입건해 지난달 31일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방첩사의 요청을 받고 체포조 지원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고위직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중간직은 부화수행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국회 주변 계엄령 위반자 체포인 줄 알았지 특정 정치인 체포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머리 아픈 남은 수사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화수행 혐의를 어떤 사람에게 적용해야 할지가 고비가 될듯하다. 계엄 관련 위헌·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로 받을 수 있는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일부 참작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란죄가 중대범죄인 만큼 부화수행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진다. 공무원·군인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되고 연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