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쪽박? 대박?’ 재벌 총수들의 주식 성적표

확연하게 드러난 희비 쌍곡선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대내외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 채 극명한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 여파로 재벌 총수들의 주식 재산은 크게 요동쳤다. 10명 중 6명은 자산가치 감소를 경험했고, 주식 부자 순위에서 크고 작은 변동이 감지됐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코스피의 경우 마지막 거래일(지난달 30일)에 2399.49에 장 마감하면서 결국 2400선을 지키지 못했고, 수익률은 -9.63%에 그쳤다. 최고의 수익률을 낸 ▲대만(29.81%) ▲미국(25.18%) ▲일본(20.37%) 등과 비교하면 국내 증시의 침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고꾸라진
끝맺음

국내 주식시장이 시작부터 고꾸라진 건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천명했고, 국내 증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심리와 함께 상승 국면을 나타냈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회복 등 희소식이 더해지자, 코스피는 눈에 띄게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3월 코스피 지수는 2700선을 돌파했으며, 꾸준한 우상향에 힘입어 지난해 7월 한 때 2900선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였다.

그러나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된 지난해 8월 초부터 코스피 지수는 무기력하게 주저앉기 시작했으며,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정치적 요소라는 악재가 덧씌워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자로 확정되자 코스피는 7일간 6.64% 급락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정책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는 가뜩이나 힘겨웠던 국내 증시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 사건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코스피는 순식간에 글로벌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으로 가라앉았다. 심지어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80원대를 찍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순매수가 없었다면 코스피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는 상반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및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연고점인 2891.35에 도달했으나, 지난해 8월 이후 경기침체 우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되자, 대다수 상장사는 시가총액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상장사 시가총액 합산액은 2254조원으로, 전년 동기(2503조원) 대비 249조원 줄었다. 1904개(69.3%) 종목에서 주가 하락이 목격됐고,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종목은 259개에서 240개로 줄었다. 조사 대상은 우선주를 제외한 2749개 국내 증시 상장 종목으로, 지난해 1월2일 종가와 지난 2일 종가를 기준으로 비교했다.

극명했던
변동 폭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도 요동쳤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지정한 88개 대기업집단 총수 중 올해 초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을 넘긴 총수는 44명으로 집계됐다.

주식평가액은 최근 1년(지난해 1월2일~지난 2일) 종가를 기준했다. 주식 재산은 총수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경우와 함께 비상장사 등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해당 그룹 상장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도 포함했다. 비상장사 등에서는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경우로 제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은 지난 2일 기준 58조1584억원이다. 전년 동기(64조7728억원) 대비 6조6144억원(10.2%) 감소한 수치다. 44명 중 주식평가액이 상승한 총수는 16명(36.4%)에 불과했다.

증가율 1위는 박정원 두산 회장이었다.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보유 중인 박 회장은 1212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을 1년 새 3456억원으로 키웠다. ㈜두산의 주가가 186.2%(지난해 1월2일 9만2600원→지난 2일 26만5000원) 급등한 게 박 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양상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주식평가액은 82.8% 올랐고, 주식가치는 3843억원에서 70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급등한 고려아연 주가가 장형진 고문의 주식가치를 올린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최근 1년 사이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96.9%(지난해 1월2일 48만6000원→지난 2일 95만7000원)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장형진 고문의 주식 재산은 1년 새 3000억원 넘게 뛰었다. 장 고문과 대립 중인 최윤범 회장 역시 같은 기간 주식평가액이 2038억원에서 3725억원으로 80% 이상 급등했다.

줄줄이 터진 대내외 악재에 신음
44명 중 자산 증식 성공은 16명뿐

HDC와 HDC랩스 주식을 보유 중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020억원 수준이었던 보유 주식의 가치가 1년 새 3364억원으로 높아졌다. 주식평가액 증가율은 66.5%로 집계됐다. 78.3%에 달하는 주가 상승폭을 나타낸 그룹 지주회사(HDC)가 정몽규 회장의 주식 재산 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주식평가액 증가 규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병규 의장의 주식평가액은 1년 새 1조5415억원에서 2조4917억원으로 9502억원가량 높아졌다. 증가율은 61.6%였다.

이 외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5535억원) ▲정몽준 HD현대 아산재단 이사장(4832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4832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4223억원) 등이 주식평가액 증가 기준 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그룹 총수 28명(63.6%)은 주식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했으며, 특히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감소율이 가장 컸다. 지난해 1월2일 기준 3조1995억원이었던 이 전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년 새 1조3841억원으로 56.7% 낮아졌다.

주식평가액 감소율이 확연했던 사례는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해 30% 이상 감소율을 나타낸 총수만 해도 ▲이용한 원익 회장 ▲구본준 LX 회장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 ▲김홍국 하림 회장 등 총 5명에 달했다.

이용한 회장은 2390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이 1297억원으로 45.7% 내려앉았다. 원익QNC 주가가 45% 넘게 떨어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

구본준 회장은 3821억원에서 2243억원으로 41.3% 감소했고,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초 6조1186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지난 2일 기준 3조9527억원으로 35.4% 줄었다. 김홍국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938억원에서 1323억원으로 30% 이상 주저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재산 감소 규모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초 14조8673억원에서 같은 해 3월 말 16조5864억원으로 치솟는 등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이었다.

하지만 주식 재산은 지난해 6월경 15조7541억원으로 다소 꺾였고, 꾸준한 하락 끝에 지난 2일 기준 11조원대로 낮아진 상태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7만9600원에서 5만3400원으로 32.9% 뒷걸음질한 여파였다.

피하지 못한
뒷걸음질

그럼에도 이 회장은 여전히 국내 최고 주식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10조원을 넘긴 재계 관계자는 3명이며, 그는 주식평가액 11조9099억원으로 1위에 올라 있다.

주식 재산 2위는 서정진 회장이다. 지난해 초 9조9475억원이었던 서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해 9월 말 한때 11조3044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2일 기준 10조4308억원으로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초 5조7475억원이었던 주식평가액을 1년 새 10조1852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주식평가액 증가율은 70%를 가뿐히 넘겼다. 조 회장은 10조원대 주식 재산을 보유한 총수 3인 중 유일하게 대기업집단 동일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메리츠금융은 2019년 비금융사를 매각하면서 금융전업집단으로 분류됐고, 이를 계기로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

10조원대 주식 부호 3인과 나머지 그룹 총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4위에 해당하는 정의선 회장은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4조2912억원으로, 조정호 회장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범수 의장은 6조원대였던 주식평가액이 3조원대로 낮아지면서 정의선 회장과 자리를 바꿨다.

주식평가액 6~10위에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2조5816억원) ▲장병규 의장(2조4917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8119억원) ▲정몽준 이사장(1조7985억원) ▲최태원 SK 회장(1조7163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1조원 이상 주식평가액을 기록한 총수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1조5642억원) ▲김남정 동원 회장(1조5347억원)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1조3841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1조2649억원) ▲이재현 CJ 회장(1조2370억원) ▲이해진 네이버 GIO(1조1879억원)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1조489억원) 등이 있다. 

엇갈린
자리 배치

그룹 총수가 아닌 재계 관계자 중에서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5조4466억원)의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초 6조원대 주식 재산을 보유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2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4조원대로 떨어졌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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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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