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연설·발표’ 시 청중 설득하는 스피치 방법

[인트로]

우린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린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위대한 연설가로 꼽히는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차군단의 전격전에

큰 위기를 맞은 영국을 단결시킨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영국 내에서는 독일과 타협해 전쟁을 끝내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처칠은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연설로

전쟁 앞에 당황하고 두려운 영국인들을 단합시켰고

결국 미국의 참전을 끌어내며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 연설은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명연설로 꼽히고 있죠.

 

최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의 연설을 인용하며


러시아와의 전쟁서 강한 항전 의지를 드러내 우크라이나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은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위대한 연설가들의 말에는 어떤 비법들이 숨어 있을까요?

 

[오프닝 영상]

 

1. 청중과 아이컨택

미국의 저명한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눈은 혀만큼이나 많은 말을 한다.

게다가 눈으로 하는 말은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발표자는 단순히 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청중과 시각적으로 연결돼 메시지를 공감으로 이끄는 사람이죠.

 


아이컨택이 있어야 교감이 일어나고 설득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청중이 너무 많아 모든 사람과 눈을 마주칠 수 없다면

효과적인 시선 처리를 위해 청중을 세 부분으로 나누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왼쪽, 중앙, 오른쪽으로 나누고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동시키세요.

그 반대 방향으로도 이동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하면 청중 전체와 소통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발표자의 안정감도 더 커집니다.

 

너무 빠르거나 불안정한 시선 이동은 피하고,

각 부분에 적절한 시간 동안 집중해

자연스럽고 균형 있는 시선 처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같은 방법은 모든 청중에게 연결감을 줄 뿐 아니라,

발표자 본인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천천히, 그러나 확신에 차도록 청중을 바라보세요.

고개를 숙인 채 원고에만 의존한다면 청중은 금세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니 원고 작성 시 간단한 키워드와 메모만 기록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보세요.

 

2. 제스쳐를 활용하라

아무런 제스처 없이 단조롭게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눈 맞춤과 손동작 등 제스처를 섞으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훨씬 강력하게 전달됩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화의 의미는 55%가 바디랭귀지로 전달된다고 합니다.

말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인 바디랭귀지입니다.

 

2004년 7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 당시

무명에 가까운 신인 정치인이었던 버락 오바마는

이 찬조 연설 하나로 온 국민을 감동하게 했고

4년 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 연설에서 보여준 오바마에 제스처는

단순히 손짓을 넘어 메시지의 힘을 더해주는 도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바마같이 화려한 동작들이 어렵다면

손을 들어 강조하거나 청중을 향해 가벼운 손짓,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전달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설은 단지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몸으로 이야기하고 시각적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임을 기억하세요.

 

3.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

복잡한 단어나 문장은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방송서 가끔 등장하는 충청도식 돌려 말하기 화법을 보면

충청도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일지라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오해하기 딱 좋은 표현입니다.

 

이런 화법을 완곡어법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화자가 자신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전달해

청자가 뜻을 짐작하게 만드는 표현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청자가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위대한 연설가들은 복잡한 말로 청중을 감동시키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간단하고 명확한 말로 청중의 마음과 행동을 끌어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짧은 문장과 쉬운 어휘를 사용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언어 기술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의 문법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으로 평가됐죠.

하지만 트럼프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단어를 줄이고 핵심만 남겨 보세요.

복잡함 대신 명확함을, 긴 문장 대신 간결함을 선택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4. 톤과 속도로 강조하라.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집중력은 고작 8초라고 합니다.

그러니 중요한 부분에서는 평범한 전달 방식으로 주의를 끌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목소리의 톤과 속도를 조절해 보세요.

중요한 키워드를 말할 때 목소리를 약간 높이거나

천천히 말하며 청중에게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여기가 중요하다!”고 말 대신 느낌으로 전달하는 거죠.

만약 점심식사 후 발표라면 성시경의 라디오 톤으로 말했다간

청중 대부분이 기절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럴 땐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청중을 깨워야겠죠?

 

톤과 속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미리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 두고 이를 활용한다면

발표의 생동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5. 유머는 발표의 윤활유

아무리 진지한 주제라도 중간중간 적절한 유머 한 스푼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을 살펴보면 항상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청중과 더 가깝게 소통합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중 가벼운 일화와 농담을 자주 활용했습니다.

그는 청중을 웃게 만들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죠.

퇴임을 앞둔 그는 백악관서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을 주최했습니다.

그 자리서 오바마는 공화당이 트럼프의 외교정책 경험 부족을 걱정한다는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오랫동안 미스유니버스 대회를 주최해 왔던 경험을 빗대

“트럼프는 숱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라며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괜한 기대를 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든 유머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상 별 볼 일 없는 얘기면 그 민망함은 발표가 끝나도 남을 테니깐 말이죠.

 

또 젊은 청중 앞이라면 유행하는 밈이나 유행어 등을 활용하거나

특정 지역의 풍습이나 먹거리, 관습 등을 연설에 포함해

청중의 상황이나 문화적 맥락 등을 고려하는 것도 좋습니다. 

 

6. 이미지 트레이닝

멘탈 트레이닝, 멘탈 리허설이라고도 불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은

캐나다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99%가 사용할 만큼

이미 많은 스포츠 선수가 사용하는 검증된 스포츠 심리 기술입니다.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실제 행동을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신체 동작을 실행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즉, 뇌는 상상과 현실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미지 트레이닝에서 중요한 점은

모든 동작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것입니다.

전설적인 골프 선수 잭 니클라우스는 공이 도착할 장소를 바라본 후

공이 그리는 포물선과 땅에 떨어지는 모습까지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본 뒤에야 스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미지 트레이닝은 운동뿐만 아니라

발표나 강의와 같은 상황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차분하게 말하고

미소를 지으며 청중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수백, 수천번 머릿속으로 연습해 보세요.

 

이 과정을 통해 평소보다 훨씬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친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7. 비유적 표현

비유란 어떤 대상을 그것과 비슷한 점이 있는 다른 대상에 빗대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이는 복잡한 개념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되죠.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은 특히 재치 있는 비유로 많은 어록을 남겼습니다.

그의 발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불판 비유’입니다.

 

그는 정치의 변화를 강조하며 이를 고기 굽는 불판에 빗대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멓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이 발언은 정치판의 개혁 필요성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한 사례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습니다.

 

이처럼 비유는 복잡한 메시지를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비유를 활용하면 말이나 글의 설득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습니다.

 

8. 핵심 주장 반복, 강조하기

핵심 주장을 반복하고 강조하는 것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선언을 한 지 100년이 되는 해 수많은 청중 앞에서 역사적인 기념 연설을 했습니다.

이 연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특히 후반부에 네다섯 문단을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구절로 여러 번 반복하며 시작했죠.

킹 목사는 이 강렬한 구절을 통해 인종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청중에게 생생히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함으로써 청중의 기억 속에 깊이 새기고

연설에 리듬감을 더해 강력한 설득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복은 청중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탁월한 기술입니다.

 

핵심 메시지를 명확히 한 뒤 반복적으로 강조해 보세요.

이를 통해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청중을 사로잡는 스피치는 다양한 기술과 노력이 결합해야만 가능합니다.

 

위대한 연설가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청중과 진정으로 연결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행동을 끌어내는 사람입니다.

 

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입니다.

이 점을 마음에 새기며, 멋진 연설가로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정을 시작해 보세요.

 

이제 무대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성공적인 발표를 기원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기획: 홍조언
구성&편집: 홍조언

 

<joun201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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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