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대선후보 연쇄대담>'국가뿌리개혁운동가' 이건개 무소속 후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9 20: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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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헌법, 불법 맞지만 위헌은 아냐"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빅3'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박빙의 지지율 전쟁으로 누가 대권의 주인공이 될지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여기에 이건개 변호사가 지난 9월25일 '군소후보'라는 타이틀을 거부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일요시사>는 법무법인 주원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건개 후보는 서울 경기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하버드대, 제1회 고등고시(현 사법고시) 합격 등 화려한 엘리트 이력의 소유자다.

또한 31세에 수도서울경찰청장을 역임해 건국 이래 최연소 경찰청장 기록도 가지고 있다.

지난 15대 국회 때 JP(김종필)가 이끄는 자민련에서 국회의원을도 지냈던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대담에서 자신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한 일화를 강조했다.

이제 그는 국민을 상대로 일침을 가하려는 모양이다. 이른바  잃어버린 국가정신을 찾기 위한 ‘국가뿌리개혁운동’이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 언제부터 고민했나.

▲ 1996년에 나라미래준비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사실상 이 때부터 구상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지금 대한민국은 잃어버린 국가 정신으로 표류, 방황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의) 분권이 시대정신이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대선 유력 후보들을 보면서 '대한민국호'를 구원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라에 대한 성실한 태도, 조국에 대한 가슴 뛰는 사랑, 이것이 국민 여러분 앞에서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다.

-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일화가 있다고 들었다.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 달라.

▲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여론을 알기 위해 자주 나를 부르셨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보고거리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나도 남들과 같이 어떠한 부분이 좋다고 말하면 대통령께서 "박 대통령이 잘하고 현 정부 잘한다는 얘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어. 자네 같이 젊은 사람은 인맥에 얽히지 않고 순수하니 '대통령 못 한다' 이런 얘기해라. 나는 자네한테 그 얘기를 들어야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여론이 안 좋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대통령에게 비난여론을 전하는 게 고역이었을 텐데.

▲ 어떤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책상에 앉아 있기도 했고, 어떤 때는 식사도 함께했다. 분위기가 좋고 대통령이 기분 좋게 계시면 갑자기 육영수 여사께서 "아까 그 이야기해라" "(여론) 어떠냐?"고 물으신다. 그러면 내가 비판적인 이야기가 있어 "여론이 이렇습니다" 그러면 박 대통령 얼굴이 금세 검게 변하며 굳어졌다. 그러면 나는 무서워 이야기를 중단했다.

- 그러면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했겠다.

▲ 아니다. 내가 말을 중단하면 육영수 여사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계속 말하라는 거다. 그러면 박 전 대통령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화가 나신 거다. 그러면서도 내 기를 안 죽이시려고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면서 "고맙네. 다시 또 해주게" 그러셨다.

- 주로 어떤 여론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했나.

▲ 당시 박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정치한다는 여론을 주로 전했다.

-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난여론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민감해하고 억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일화는 참으로 의아하다고 여겨지는데. 

▲ 10년 이상 집권하면서 국민의 어려움과 민심 나쁜 것은 꼭 챙기려고 노력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에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중앙정보부장 등이 청와대 힘을 빌려 국민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이 있느냐고 자주 물으셨다. 내가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꼭 반영하고 시정했다.

- 그런가?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이 있나.

▲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철저히 하려고 했다. 그때 중앙정보부의 횡포가 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에서 고문한다는데 좀 알아봐라"라고 직접 지시했다.


그 당시 정보부 파워가 너무 세 정보부에서 잘못하더라도 조사할 수가 없던 시기였다. 대통령의 지시로 직접 조사해보니 진짜 고문이 있다는 것이 규명됐다. 판명되자 박 대통령이 중정부장을 교체했다.

"박정희 5·16은 무혈입성… 사과 불필요"
"박근혜는 집안에만… 정치 아무것도 몰라"

- 인혁당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사법살인'이라 불린다.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의 정권폭력과 다름없는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 (박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억울하다고 하실 거다. 그래서 내가 박 후보가 사과한 날 박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방명록을 썼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라고. 육영수 여사님도 여론에 귀 기울이려고 많이 노력하셨는데,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 그렇다면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를 어떻게 평가하나.

▲ 5·16은 무혈 쿠데타 아니냐. 피를 흘리지 않았다.


- 그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역사적 평가가 잘못됐다고 보는가.

▲ 당시 누구도 이것(쿠데타가 무혈인 점)에 대해 (언론에) 사실대로 말 못했다. 언론이 그렇게 몰고 가니 서로 몸조심하려고….

- 얼마 전 박 후보의 사과 발언을 못마땅해 하는 의중을 내비쳤는데.

▲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당시 통치 내용을 잘 모른다. 그냥 집안에만 있었다. 나중에도 정치는 정치인들이 다 했다.

사과하려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해야지. 5·16이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말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새누리당 친구들이 법학공부를 안 해서 잘 모른다.

-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 후보의 주장과는 많이 다른데. 

▲ 검찰총장이나 정보부장이 와서 "이거 간첩혐의가 있습니다. 북한의 지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의 입장에서 뭐라 하겠는가. 조사하지 말라고 하나. 당연히 수사하라고 하지. 그러니까 그 조사과정에서 정보부의 횡포가 잘못된 것이다.

- 장준하 사건은 어떻게 보나.

▲ 증거가 있으면 당연히 재조사해야 한다.

- 이것은 박 전 대통령의 과오라고 평가하는가.

▲ 그것은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개별수사사건은 밑에 검찰, 경찰 정보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 그렇다면 과잉충성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란 말인가.

▲ 검찰과 경찰이 잘못해서 장준하씨가 세상을 떠난 건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것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덮어놓고 (박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

- 박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은 앞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유신은 너무 한발 앞서 나간 거다. 유신할 때 5·16 추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박 전 대통령도 유신해놓고 국가경제가 제대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대통령) 사퇴하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야당 할 생각도 있었다.

사실 유신 안 하고도 개혁할 수 있었다. 유신은 위헌은 아니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긴급조치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 유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여러 가지 정황을 보신 것이다. 문세광 사건(육영수 여사 암살사건) 때문에 심적 타격이 크셨다.

"경제 살려놓고 박 전 대통령 사퇴하려 했다"
"대통령은 외교·국방·안보만… 권력 분산해야"

- 당시 박 전 대통령도 유신헌법에 대한 여론을 알고 있었나. 그때도 직언했나.

▲ 여론이 안 좋다는 말씀을 드렸다. 긴급조치는 잘못됐지만, 유신헌법은 위헌은 아니다. 하지만 불법은 확실하다.

- 이 후보께선 대통령분권제를 주장하시는데,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만 하라는 거다. 외교·안보·국방이 정쟁에 휘말리면 안 된다. 대통령은 정쟁을 초월해서 이런 권한을 가져야 한다. 국세청과 검찰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내각책임제 또는 이원집행부제와 같아 보이는데.

▲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다른 것이다.

- 국세청과 검찰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이유는.

▲ 그동안 대통령들은 검찰, 국세청을 사유물로 생각했다. 심지어 별도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어떤 기업을 지명하면 검찰이 관련자를 조사했다.

이게 말이 되나? 10·26 이후 전두환 정권이 잘 될 것 같으니까 그때 사람들 줄 서는 거 봐라. 이들을 두고 '들쥐'라고 부른다. 그게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

- 어떤 부분에서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유력후보들이 대통령 될 거 같으니까 무조건 줄 선다. 이게 잘못된 거다. 이러한 것은 참된 국민혁명을 통해 바꿔야 한다.

- 이 후보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확률이 높다. 앞으로 박 후보의 연대 제안이 온다면 손잡을 의향이 있나?

▲ 지금은 세 후보들이 국가정책을 확실히 다 발표 안 했기 때문에 국가개혁정책에 대해서 내가 들여다보고 괜찮으면, 이들이 내 정책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제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개혁정책 내용보다는 지역감정이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무소속이라 정당은 큰 의미가 없다. 지역감정, 경상도와 전라도의 싸움이다.

- 대선후보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나는 10.10일 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10·10개혁'으로 이름 붙인 '대한민국 혁신 10대 프로젝트, 10대 도시 토크쇼'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생현장의 생생한 개혁 요구를 수렴하고 '국가뿌리개혁운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서 확고하게 주도하기 위한 국가기강을 확립하여 '정직한 사회' '신뢰사회'를 확실히 만들어 내려면 정확한 법치가 필요하다.

나는 최연소 수도경찰 책임자로서 당시 국가기강을 확실히 확립했고, 40년 이상의 법조 이력과 공권력 집행을 담당했던 경력으로 예측 가능하고 정확한 법치로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국가정신을 찾는 교육내용의 개혁, 서민의 눈물과 한을 신속·정확히 구제해주는 수사체제의 개혁과 금융개혁, 부의 투명화, 부패의 심층개혁을 하고

초(超)자유경제특구를 설치, 남북 안보적 차원의 경제협력, 대한민국을 세계 제일의 교육중심지로 만들어 '바른 나라의 틀, 신(新)부국강병의 국가'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시대적 소임을 확실히 해낼 사람은 이건개 후보라고 생각한다.

 

<이건개 후보 프로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1회 사법고시 합격
▲대통령비서실 사정담당비서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제15대 국회의원
▲법무법인 주원 대표변호사
▲나라미래준비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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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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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