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어이상실 ‘일본 찬양’ 블로거 백태

뚫린 입이라고…뭐! 위안부가 된장녀? 유관순이 깡패?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3일 한 중학생이 개천절을 기념한다며 태극기를 훼손한 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수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다. 뿐만 아니다. 요즘 온오프라인으로 친일에 앞장서는 한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역사의식이 결여된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는데 그 수위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국가·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한 중학생이 개천절을 기념한다며 태극기를 갈기갈기 찢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 게시판에 ‘개천절 기념 태극기 자르기’라는 제목으로 무참히 찢겨진 태극기 사진을 올렸고, 이 게시물은 친일카페에도 동시에 게재됐다. 해당 카페에서 ‘야마모토 겐지’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중학생은 “하루 늦게 해서 스미마셍∼(죄송합니다)”이라는 글을 덧붙이며 비아냥댔다.

자극적인 일본문화
한국인 눈귀 가려

이 글이 문제가 되자 학생이 다니는 학교 측은 그를 불러 문제가 된 사진을 내리도록 했다. 학교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만화와 게임 등 일본 문화에 심취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주기적인 상담과 인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을 세워주겠다”고 전했다.

한 중학교 여학생이 일본을 욕한 남자 동급생을 향해 의자를 던진 사건도 있었다. 이 여학생은 평소 일본 아이돌 그룹과 일드(일본드라마의 준말)에 깊이 빠져 있었고, 이에 일본의 문화를 자국문화보다 높게 평가하는 성향이 있었다. 이 사건 또한 온라인상에 삽시간으로 퍼지면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반일감정에 격화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인의 친일행각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온라인 카페에 친일 성향이 강한 카페들을 개설한 후 노골적인 자국 비판으로 회원 모으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친일카페의 이름부터 ‘F**kkorean’. 이 카페는 정회원을 ‘쓰레기조센진’으로 지칭하는 등 일방적으로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게시판에는 ‘통일조센 애국가’라는 명칭으로 변형시킨 왜곡·개사된 애국가가 올라있다.


‘일본해와 장백산이 마르고 닳도록, 천황께서 보우하사 대동아국 만세. 사쿠라 삼만리, 다∼케시마, 은혜 입은 이등신민 깊이 충성하세.’

일본 욕한 동급생 향해 의자 던진 여학생
애국가 왜곡 개사…개천절 태극기 찢기도

망언과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메인 홈페이지에는 욱일승천기와 일본 자국민에게 천황으로 불리는 남성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심지어 8·15 광복절은 대일본제국의 패전이나 다름없어 태극기를 게양해야할지 욱일승천기를 게양해야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제시해온 이도 있었다.

기자는 한국인들의 친일행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카페가입을 시도했다. 카페에는 회원들의 원활한 운영을 돕기 위한 질문 다섯 가지를 제시했는데, 차마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다.

▲다케시마는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만고불변의 일본제국 영토이다. ▲아프리카 미개인 수준이던 조선인들을 근대화 시켜주신 것은 대동아제국의 은혜이다. ▲대동아제국군은 아시아와 황인종을 귀축미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조센징들은 대일본제국님의 은혜도 모르고 다케시마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 카페에 가입하기 전에 천황폐하 만세를 외쳐라. 외쳤는가?

보고 있기도 낯부끄러운 다섯 가지 질문들에 모두 긍정을 해야만 이 카페에 가입이 성사된다.

88세의 모 대학 객원 교수직을 임하고 있다는 한 남성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친일찬양을 합리화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위안부에 끌려간 할머니들을 창녀로 취급하고 매국노와 식민지를 자행했던 일본 수장을 신격화 시키는 등 황당무계한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천황폐하 만세”
외쳐야 카페 가입

“미개한 조센징들이여.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당시 대일본은 굳이 여자를 납치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지원한 위안부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훗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될 방법으로 여자를 납치하고 포로로 만들었을까? 오히려 조선의 위안부들은 요즘으로 치면 돈 벌고자 일본으로 가는 속히 된장녀들과 유사했다. 요즘에 조선 여자들은 금전적 이유로 호주,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마다 몸을 팔러 다니고 있고 이런 나라에서는 한국 창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조선의 역사를 보자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딸을 말아 넘기는 오랜 풍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풍습을 가진 나라에서 대일본제국인들이 굳이 여자를 납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돈 벌겠다고 따라오는 여자가 줄을 서는데? 부모가 집안이 힘들다고 땅보다 딸을 먼저 파는데?”

이어 매국노로 유명한 이완용을 조선의 위대한 위인으로 꼽는가하면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을사조약을 강제로 밀어붙인 이토 히로부미를 한국의 위인으로 치켜세우며 평소 일본에 친근감을 표하던 일부 블로거들을 동요시켰다.

일본을 찬양하는 블로거들은 생각보다 많다. 일본의 애니매이션과 과자 등을 모조리 모방했다며 한국을 하등국가라고 비하하면서 성형의 제국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또한 한국의 고유 전통문화인 제사를 열등한 문화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10∼20대 젊은층들이 주를 이뤘고 일찍이 일본 애니와 AV, 오타쿠, 패션문화 등 일본 사대주의에 빠진 이들은 친일행각에 대해 아무 거리낌도 없었다. 

친일작가로 유명한 김완섭씨는 자신의 저서에 유관순 열사를 여자깡패라고 모독하고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 김구 선생을 살인마로 치부하며 철저하게 역사를 왜곡했다. 그의 저서로는 <창녀론> <친일파를 위한 변명> <새친일파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잘못된 역사관으로 도배된 그의 저서는 결국 한국 청소년 유해물로 간주됐고 그에게는 벌금 750만원 형이 내려졌다. 

사실 한국인의 친일 행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과거 1936년 1월1일자 조선일보 신년사 중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메인을 장식했다.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뤄냈고 한국경제발전의 주요한 업적을 이뤄낸 박정희 전 대통령도 최근 친일파 인물 중 한 명으로 밝혀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박 전 대통령이 친일행각을 했다는 증거에는 친일혈서가 대표적이었다. 그의 혈서에는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금의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일본)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중략)”

일본 사대주의
심각한 수준

민족문제연구소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이 혈서를 작성한 후 만주군에 지원했다는 증거자료를 제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만주군은 일본 관동군 지휘 아래 독립군을 때려잡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유명한 부대다. 항간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음해하려는 악의적인 보도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에서 복무한 사실과 다양한 친일 성향 발언 자료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친일파라는 설이 확실시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친일의 후손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일본 츠키야마 아키히로라는 성명과 오사카출생인 점을 미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친일파의 후손이 아니냐는 극심한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일왕 부부와의 조우에서 90도 각도의 깍듯한 자세로 인사를 취한사진이 각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국가의 원수가 국권을 무너뜨렸다”는 비난세례를 한 몸에 받아야만 했다. 

지난 10월9일에는 국사편찬위 측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에 따른 주요 역사용어 수정을 권고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국사편찬위는 OO출판사의 역사교사서 일부 내용 중 ‘1905년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바꿀 것을 강요했으며 일왕은 천황으로, 임시정부요인 중 김구 선생과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삭제할 것을 적극 권고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국사편찬위가 아닌 ‘일본사 편찬위’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국 비하 친일카페 성행 
무분별한 일본문화에 현혹
가입자 10대들 가장 많아

한류의 바람을 몰고 온 국내 연예인들의 친일행각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계층으로서 무의식적인 막강한 영향력에 우려를 사고 있다. 친일 행적을 보인 가장 대표적 연예인은 개그우먼 조혜련이다. 그녀는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일본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당당히 일본에 진출했지만, 그곳에서 그녀가 펼친 활약은 일본 찬양과 한국비하 발언이었을 뿐이었다.


배우 이지아도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오명 때문에 혹독한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녀의 조부 고 김순흥이 육영사업에 힘썼던 자산가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그가 친일인명사전에 ‘국방금품헌납자’ 등의 이유로 기록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화살이 이지아에게 돌아갔던 것이다. 당시 이지아 측은 “조부가 강제추징을 당한 것 뿐 친일 행적은 전혀 없었다”며 강력 부인했지만 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이 외에도 강한 친일세력인 국사편찬위의 핵심조직 뉴라이트에 가입한 연예인들, 종편행을 선택한 연예인들을 향한 거센 비난세례가 쏟아졌고 일본 우익이 후원하는 광고에 국내 연예인이 출연한다싶으면 한순간에 친일 연예인으로 둔갑되기도 했다.

방통위 제재에도
친일행각 여전 

올해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10대들의 무모한 친일행위와 자극적인 자국 폄하를 문제 삼아 온라인 친일카페와 블로그 강제철회와 관련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태극기를 훼손하거나 위안부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등의 자국 폄하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친일카페나 블로그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누군가 우연히 이 같은 사이트를 발견해 신고하면 바로 척결이 이뤄지지만 뒤에서는 또 다른 친일카페가 개설되고 있다.

현재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한일 양국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이웃나라이기도 하지만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애증의 관계임은 틀림없다. 21세기를 지나온 현 시점에도 우리는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의 고위층과 일부 역사관이 희박한 국민들이 일본을 두둔하고 나서는 형식이 돼버렸다. 일부 왜곡된 역사관을 갖고 있는 국민을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역사의식과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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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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