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어이상실 ‘일본 찬양’ 블로거 백태

뚫린 입이라고…뭐! 위안부가 된장녀? 유관순이 깡패?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3일 한 중학생이 개천절을 기념한다며 태극기를 훼손한 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수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다. 뿐만 아니다. 요즘 온오프라인으로 친일에 앞장서는 한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역사의식이 결여된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는데 그 수위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국가·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한 중학생이 개천절을 기념한다며 태극기를 갈기갈기 찢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 게시판에 ‘개천절 기념 태극기 자르기’라는 제목으로 무참히 찢겨진 태극기 사진을 올렸고, 이 게시물은 친일카페에도 동시에 게재됐다. 해당 카페에서 ‘야마모토 겐지’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중학생은 “하루 늦게 해서 스미마셍∼(죄송합니다)”이라는 글을 덧붙이며 비아냥댔다.

자극적인 일본문화
한국인 눈귀 가려

이 글이 문제가 되자 학생이 다니는 학교 측은 그를 불러 문제가 된 사진을 내리도록 했다. 학교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만화와 게임 등 일본 문화에 심취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주기적인 상담과 인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을 세워주겠다”고 전했다.

한 중학교 여학생이 일본을 욕한 남자 동급생을 향해 의자를 던진 사건도 있었다. 이 여학생은 평소 일본 아이돌 그룹과 일드(일본드라마의 준말)에 깊이 빠져 있었고, 이에 일본의 문화를 자국문화보다 높게 평가하는 성향이 있었다. 이 사건 또한 온라인상에 삽시간으로 퍼지면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반일감정에 격화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인의 친일행각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온라인 카페에 친일 성향이 강한 카페들을 개설한 후 노골적인 자국 비판으로 회원 모으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친일카페의 이름부터 ‘F**kkorean’. 이 카페는 정회원을 ‘쓰레기조센진’으로 지칭하는 등 일방적으로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게시판에는 ‘통일조센 애국가’라는 명칭으로 변형시킨 왜곡·개사된 애국가가 올라있다.


‘일본해와 장백산이 마르고 닳도록, 천황께서 보우하사 대동아국 만세. 사쿠라 삼만리, 다∼케시마, 은혜 입은 이등신민 깊이 충성하세.’

일본 욕한 동급생 향해 의자 던진 여학생
애국가 왜곡 개사…개천절 태극기 찢기도

망언과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메인 홈페이지에는 욱일승천기와 일본 자국민에게 천황으로 불리는 남성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심지어 8·15 광복절은 대일본제국의 패전이나 다름없어 태극기를 게양해야할지 욱일승천기를 게양해야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을 제시해온 이도 있었다.

기자는 한국인들의 친일행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카페가입을 시도했다. 카페에는 회원들의 원활한 운영을 돕기 위한 질문 다섯 가지를 제시했는데, 차마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다.

▲다케시마는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만고불변의 일본제국 영토이다. ▲아프리카 미개인 수준이던 조선인들을 근대화 시켜주신 것은 대동아제국의 은혜이다. ▲대동아제국군은 아시아와 황인종을 귀축미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조센징들은 대일본제국님의 은혜도 모르고 다케시마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 카페에 가입하기 전에 천황폐하 만세를 외쳐라. 외쳤는가?

보고 있기도 낯부끄러운 다섯 가지 질문들에 모두 긍정을 해야만 이 카페에 가입이 성사된다.

88세의 모 대학 객원 교수직을 임하고 있다는 한 남성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친일찬양을 합리화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위안부에 끌려간 할머니들을 창녀로 취급하고 매국노와 식민지를 자행했던 일본 수장을 신격화 시키는 등 황당무계한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천황폐하 만세”
외쳐야 카페 가입

“미개한 조센징들이여.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당시 대일본은 굳이 여자를 납치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지원한 위안부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훗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될 방법으로 여자를 납치하고 포로로 만들었을까? 오히려 조선의 위안부들은 요즘으로 치면 돈 벌고자 일본으로 가는 속히 된장녀들과 유사했다. 요즘에 조선 여자들은 금전적 이유로 호주,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마다 몸을 팔러 다니고 있고 이런 나라에서는 한국 창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조선의 역사를 보자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딸을 말아 넘기는 오랜 풍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풍습을 가진 나라에서 대일본제국인들이 굳이 여자를 납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돈 벌겠다고 따라오는 여자가 줄을 서는데? 부모가 집안이 힘들다고 땅보다 딸을 먼저 파는데?”

이어 매국노로 유명한 이완용을 조선의 위대한 위인으로 꼽는가하면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을사조약을 강제로 밀어붙인 이토 히로부미를 한국의 위인으로 치켜세우며 평소 일본에 친근감을 표하던 일부 블로거들을 동요시켰다.

일본을 찬양하는 블로거들은 생각보다 많다. 일본의 애니매이션과 과자 등을 모조리 모방했다며 한국을 하등국가라고 비하하면서 성형의 제국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또한 한국의 고유 전통문화인 제사를 열등한 문화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10∼20대 젊은층들이 주를 이뤘고 일찍이 일본 애니와 AV, 오타쿠, 패션문화 등 일본 사대주의에 빠진 이들은 친일행각에 대해 아무 거리낌도 없었다. 

친일작가로 유명한 김완섭씨는 자신의 저서에 유관순 열사를 여자깡패라고 모독하고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 김구 선생을 살인마로 치부하며 철저하게 역사를 왜곡했다. 그의 저서로는 <창녀론> <친일파를 위한 변명> <새친일파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잘못된 역사관으로 도배된 그의 저서는 결국 한국 청소년 유해물로 간주됐고 그에게는 벌금 750만원 형이 내려졌다. 

사실 한국인의 친일 행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과거 1936년 1월1일자 조선일보 신년사 중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서 천황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메인을 장식했다.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뤄냈고 한국경제발전의 주요한 업적을 이뤄낸 박정희 전 대통령도 최근 친일파 인물 중 한 명으로 밝혀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박 전 대통령이 친일행각을 했다는 증거에는 친일혈서가 대표적이었다. 그의 혈서에는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금의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일본)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중략)”

일본 사대주의
심각한 수준

민족문제연구소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이 혈서를 작성한 후 만주군에 지원했다는 증거자료를 제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만주군은 일본 관동군 지휘 아래 독립군을 때려잡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유명한 부대다. 항간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음해하려는 악의적인 보도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에서 복무한 사실과 다양한 친일 성향 발언 자료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친일파라는 설이 확실시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친일의 후손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일본 츠키야마 아키히로라는 성명과 오사카출생인 점을 미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친일파의 후손이 아니냐는 극심한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일왕 부부와의 조우에서 90도 각도의 깍듯한 자세로 인사를 취한사진이 각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국가의 원수가 국권을 무너뜨렸다”는 비난세례를 한 몸에 받아야만 했다. 

지난 10월9일에는 국사편찬위 측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에 따른 주요 역사용어 수정을 권고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국사편찬위는 OO출판사의 역사교사서 일부 내용 중 ‘1905년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바꿀 것을 강요했으며 일왕은 천황으로, 임시정부요인 중 김구 선생과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삭제할 것을 적극 권고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국사편찬위가 아닌 ‘일본사 편찬위’라며 울분을 토했다.

한국 비하 친일카페 성행 
무분별한 일본문화에 현혹
가입자 10대들 가장 많아

한류의 바람을 몰고 온 국내 연예인들의 친일행각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계층으로서 무의식적인 막강한 영향력에 우려를 사고 있다. 친일 행적을 보인 가장 대표적 연예인은 개그우먼 조혜련이다. 그녀는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일본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당당히 일본에 진출했지만, 그곳에서 그녀가 펼친 활약은 일본 찬양과 한국비하 발언이었을 뿐이었다.


배우 이지아도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오명 때문에 혹독한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녀의 조부 고 김순흥이 육영사업에 힘썼던 자산가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고 그가 친일인명사전에 ‘국방금품헌납자’ 등의 이유로 기록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화살이 이지아에게 돌아갔던 것이다. 당시 이지아 측은 “조부가 강제추징을 당한 것 뿐 친일 행적은 전혀 없었다”며 강력 부인했지만 논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이 외에도 강한 친일세력인 국사편찬위의 핵심조직 뉴라이트에 가입한 연예인들, 종편행을 선택한 연예인들을 향한 거센 비난세례가 쏟아졌고 일본 우익이 후원하는 광고에 국내 연예인이 출연한다싶으면 한순간에 친일 연예인으로 둔갑되기도 했다.

방통위 제재에도
친일행각 여전 

올해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10대들의 무모한 친일행위와 자극적인 자국 폄하를 문제 삼아 온라인 친일카페와 블로그 강제철회와 관련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태극기를 훼손하거나 위안부 여성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등의 자국 폄하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친일카페나 블로그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누군가 우연히 이 같은 사이트를 발견해 신고하면 바로 척결이 이뤄지지만 뒤에서는 또 다른 친일카페가 개설되고 있다.

현재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한일 양국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이웃나라이기도 하지만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애증의 관계임은 틀림없다. 21세기를 지나온 현 시점에도 우리는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의 고위층과 일부 역사관이 희박한 국민들이 일본을 두둔하고 나서는 형식이 돼버렸다. 일부 왜곡된 역사관을 갖고 있는 국민을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역사의식과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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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