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논문 의혹 3년의 기록

그때그때 바뀌는 결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 배우자의 비위 의혹에 잠정적이나마 결론이 나오는 데 3년이 걸렸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될 무렵 대통령의 재임 기간보다 긴 시간이다. 사실상 대통령의 임기 내내 논란이 됐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폭탄’이었다면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은 ‘장작’이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에 나선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쌓인 논란은 비상계엄 사태서 일종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다.

눈치 보다…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은 지금껏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 김 여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법정에 가 있고 윤 대통령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는 한창 수사 중이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서 부결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는 14가지 의혹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달 9일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같은 달 31일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다. 김건희 특검법은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2023년 12월 이후 4차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지만 대통령, 대통령 권한대행 등의 거부권 행사와 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여당 등에서 ‘독소 조항’으로 지적하는 특검 추천권 등을 손질해 재발의한다는 입장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건희 특검법에 포함된 14가지 의혹에도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논문 표절 의혹은 진행이 더딘 상태로 김 여사 관련 논란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었다.

최근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대)가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잠정적으로 표절 결론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숙대에 따르면 지난 7일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이하 연진위)는 지난달 말 본조사 결과를 김 여사에게 통보했고 이달 말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절차를 안내했다. 숙대 측은 “김 여사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연진위 검토 후 최종 결과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12월 김 여사가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1999년 숙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숙대는 2022년 연진위를 구성해 예비조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본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12월 처음 문제 제기
검증만 2년 걸려 “표절이다”
총장 바뀌고 4개월 만에 나와

규정상 본조사는 예비조사 결과 승인 후 30일 이내에 착수하고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하게 돼있다. 하지만 이번 검증에는 무려 2년이 걸리면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단 숙대 측에서 결론을 내렸지만 여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문정복 의원에 따르면 숙대는 표절 여부 조사가 끝난 지난달 19일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결과를 통보했지만 김 여사가 수취를 거부하고 반송했다. 문 의원은 숙대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보자인 숙대 민주동문회가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동문회는 지난 3일 연진위로부터 ‘본조사 결과를 확정해 피조사자(김 여사)에게 결과를 통보했고 피조사자의 이의신청 기간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보자에게도 조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동문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표절 심사는 본조사 실시 후 2년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던 건이고 오래 기다려온 제보자도 피조사자와 동일하게 결과를 통보받고 이의신청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연진위에 촉구한 바 있다.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은 정치적으로도 진통이 상당했다. 숙대 총장을 뽑는 과정서 이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 ‘김 여사 논문 검증’을 공약으로 내세운 총장 후보가 신임 총장에 당선됐다. 신임 총장 취임 이후 4개월 만에 결론이 나왔다.

앞서 문시연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지난 6월 총장 선거서 56.29%의 득표율로 선출됐다. 숙대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선제 선거였다. 문 총장은 후보자 정책토론회서 김 여사의 논문 검증을 약속했다. 문 총장의 전임인 장윤금 전 총장은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28개월 동안 결론 내리지 않으면서 ‘방탄 총장’이라는 오명을 썼다.

문 총장은 “총장이 된다면 진상 파악부터 해보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며 “표절 여부는 독립된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의 격언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제야?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문 총장은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김 여사의 논문을)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하겠느냐’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질문에 “(이미)그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숙대가 내놓을 최종 결과에 따라 김 여사의 최종 학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서 받은 디자인학 박사학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대는 “문제없다”

김건희 여사 논문 관련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국민대는 2022년 김 여사가 쓴 논문 4편의 연구윤리를 검증해 연구부정행위가 없었다는 최종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대는 재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학문 분야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영문 제목에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적는 등 논란이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논문의 질은 검증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국민대 민주동문회는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11월30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동문회는 “국민대 동문은 지금 큰 책임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논문의 온갖 표절과 허술함이 드러났을 때 대통령의 권력 앞에서 침묵하거나 애써 표절을 정당화한 학교도 국민대였고 교수들과 우리 동문이었다”고 비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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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