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커플' 이혼녀-총각 로맨스 전격공개

골드미스? 차라리 돌싱녀 만난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몇 년 전부터 드라마 속 대세커플은 이혼녀와 총각으로 굳혀지고 있었다. 특히 TV 속 남자 주인공은 총각에 잘생긴 외모와 재력까지 갖춘 완벽한 남성으로 나와 돌싱녀(돌아온 싱글 여성의 준말)에게 순정을 바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얘기가 아니다. 매체에 힘입어 현실에서도 이혼녀와 총각커플이 대세론화 되고 있어 그 실태를 파악했다.

<천 번의 입맞춤> <불굴의 며느리> <천사의 선택>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혼여성과 총각의 로맨스를 다룬 점이다. 이들 드라마에서는 부잣집 훈남 총각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로 억울하게 이혼 당한 여성과의 애절한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현실 속의 남편과는 달리 자상하고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다. 게다가 책임감과 주관까지 뚜렷한 완벽남이다. 드라마 속 트렌드로 불리는 돌싱녀-총각커플 스토리는 대한민국 유부녀들을 대리만족 시키는 큰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대리만족에서 현실로

이혼녀와 총각커플 스토리는 애초 드라마의 주 애청자로 꼽히는 주부를 공략하기 위해 짜여진 것인데 이와 같은 커플이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 블로그에 돌싱녀와 때론 화끈한 때론 애절한 사랑을 유지하고 있는 총각들의 고민 상담이 줄을 이었다. 결혼정보업체 비엔나래에서도 총각들이 골드미스(노처녀를 지칭)보다는 돌싱녀가 훨씬 마음에 맞는다며 이혼경험이 있는 여성을 선호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연봉 2억5000만원의 40대 남성은 돌싱녀 예찬론가로 유명하다. 일에 쫓겨 혼기를 놓친 이 남성은 37세부터 진지하게 결혼을 추진해 왔으나 배우자감 만나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돌싱녀들은 상대의 입장을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할 뿐 아니라 단점까지 수용하는 등 한층 성숙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결혼 후의 생활도 훨씬 원만할 것 같다. 그러나 골드미스들은 남의 흠잡기에 혈안이 돼있어 원만한 대화는 물론 친구관계도 유지하기 꺼려진다”고 말하며 돌싱녀만 배우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카페의 고민상담 게시판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돌싱녀-총각관계를 두고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다음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초반의 남성이 14살의 딸을 키우고 있는 이혼여성의 이별통보에 충격을 받아 고민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저는 6살 연상인 이혼녀와 사귀고 있습니다. 저는 32살의 미혼 남성이고요. 그녀와 만난 지는 3개월 정도 됐습니다. 여자친구에게 중학교 1학년생의 딸도 있습니다. 그녀와 매일 얼굴보고 만나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처음부터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만난 사이고 그것을 다 떠안을 마음으로 만났습니다. 양쪽집안과 주위에서 반대할거라는 건 알지만 그녀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다시 생각해보자고요. 지금 마음만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서로 다시 생각하자고 합니다. 언제나 진심으로 대했고 앞으로 한평생 같이할 마음으로 만났는데, 돌연 그녀가 마음을 바꾼 것 같아 불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2억5천 재산소유남 노처녀 NO 이혼녀가 좋아
저학력 남성도 OK…조건 따지지 않아 맘 편해

“저는 애 딸린 이혼녀입니다. 결혼생활을 너무 힘들고 가슴 아프게 해서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이혼한 지 6년 만에 한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제 모든 사정도 다 알고 냉정하게 뿌리쳐도 봤지만 계속 제가 좋다하네요. 아니 사랑한다네요. 그 사람이 자꾸 제 주위에서 맴돌고 사랑을 표현하니 저도 점점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나를 다시 누군가가 여자로 봐준다는 것. 힘들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욕심이란 게 생기네요. 그는 너무 착한 사람이고 저를 참 많이 배려해주는 사람입니다. 근데 그는 20대의 미혼남성입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가 발목 잡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저는 결혼생활도 실패 해봤고 그 사람이 저와 함께 한다면 겪어야할 일들이 너무 가슴 아파요. 그래서 그 사람 놓아주려 했는데 너무 괴로워하네요. 가슴 아프면서도 제 처지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를 생각하면…. 저 어쩌면 좋죠? 그 사람 잃고 싶지 않습니다.”

사례는 이 외에도 훨씬 많았다. 상담자들 가운데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안타까운 러브스토리에 동정표를 보내면서도 꽤 현실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아직 우리나라 사회풍토상 남의 눈총을 견디기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이혼여성 입장은 더 심각하다. 총각과 결혼까지 골인하더라도 시댁에는 항상 죄인처럼 살아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면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혼녀와 총각의 로맨스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춘 이혼녀들이 늘어나면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에 상대 남성의 학벌이나 능력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상대 남성이 고졸에 택배회사 직원이라 할지라도 마음만 맞으면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무뚝뚝한 남편이나 돌싱남보다 다정다감하고 챙겨주고 싶은 미혼남과 사랑에 빠지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혼남의 경우 조목조목 따지는 미혼녀와 달리 상대의 결혼 전력과 배경, 즉 스펙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뤄 이혼녀-총각커플이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바야흐로 돌싱녀가 골드미스의 최대 강적으로 떠올랐다. 혼기가 찬 미혼남성들에게 골드미스는 까다로운 조건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부담감까지 안겨준다. 이에 골드미스는 제일 거북한 결혼상대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돌싱녀들은 배우자 조건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울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심과 강한 모성애가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20대 미혼여성에 이어 가장 선호하는 결혼상대로 꼽히고 있다.

시대에 따라 풍조 바뀌어야


돌싱녀-총각커플의 경우 외국에서는 흔한 일로 받아들이거나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관습이나 남의 이목, 체면을 많이 생각하는 풍조여서 이 같은 커플형태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대가 많이 변한만큼 풍조도 변해야 한다고 본다. 이혼이 급증하고 남녀 성비가 불균형으로 치닫는 요즘, 결혼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이의 사랑이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비판과 부정적인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보다 관대한 마음으로 보듬고 품어주는 게 먼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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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