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내린 양양군수님,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4:23:07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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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양양도 권한대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중 2곳이 지자체장의 부재 속에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심규언 동해시장과 김진하 양양군수가 각각 구속되면서다.

심규언 동해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김진하 군수마저 뇌물수수와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됐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새해 첫 업무 날부터 낯뜨거운 상황이 연출됐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이은상 영장 전담 판사는 지난 2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로 청구된 김 군수의 영장을 발부했다.

행정 공백

업무 첫날 시무식이 아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김 군수는 “별도 입장은 없는가” 등 취재진의 물음을 뒤로한 채 법정을 향했다. 김 군수는 지난 2023년 12월 여성 민원인 A씨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에도 이 같은 행위를 했으며, A씨로부터 민원 해결을 이유로 현금과 안마의자 등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양양군청과 김 군수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엔 청탁금지법 위반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김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협박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날 발부됐다.


A씨의 민원 내용을 토대로 김 군수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는 양양군의회 더불어민주당 박봉균 군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앞서 A씨는 ‘김 군수의 성범죄 의혹이 담긴 영상물이 있다’는 사실을 박 군의원에게 제보했다. 이후 박 군의원은 김 군수를 만나 ‘A씨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해 9월 성폭행-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A씨가 운영하는 카페서 김 군수가 하의를 모두 내리고 있는 사진·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후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서 군수 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의혹 초기에 지역 내에선 현직 단체장의 성범죄 논란이라는 점에서 군수직 자진사퇴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군수는 현금 수수와 성폭행 의혹도 ‘화간이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논란이 불거지는 동안 별도의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김 군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월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탈당계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곧바로 탈당계를 처리했다. 김 군수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법원은 그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김 군수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더라도 기각되는 경우 그대로 재판에 넘겨지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김 군수는 앞으로 최소 6개월 동안 구금 생활을 하게 된다.


기소 이후에도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심서 최대 6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야 하고,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구금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김 군수는 논란 이후 박 군의원을 만난 자리서 “여자가 그렇게 덤비는데 세상에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구속영장과 별개로 김 군수는 주민소환 투표 발의로 인한 직무 정지 위기에 놓였다.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주민소환청구 서명부에 대한 2차 열람을 진행하고 있다.

민원인 앞서 부적절한 행위
성범죄 논란에 ‘화간’ 주장

이번 열람은 당초 접수된 4785명 중 무효를 제외한 보정을 통한 최종 유효 서명부 4200명에 대한 공개 열람이다.

유효 서명부가 주민소환투표 발의 최소 충족 요건인 유권자의 15%(3771명)를 훌쩍 넘겼다는 점에서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는 확실시됐다.

선관위는 이 기간 중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오는 10일께 선거관리위원회 심사를 통해 주민소환투표 발의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군수직 직무가 정지된다. 위원회는 주민소환 당사자인 김 군수에 대해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제출기한은 20일이다.

소명서는 주민선거 개시 전에 지역 유권자 공보물에 첨부돼 발송된다. 최종 개표 결정은 양양군 총 유권자 2만5134명의 33.3%인 837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투표율이 이보다 낮을 경우, 개표 없이 김 군수는 군수직에 복귀한다.

이날 오후 김 군수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양양군은 곧장 부군수 주재로 긴급 대응 방안 회의를 열고 관련 법령에 따라 부군수가 군수 직무를 대리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부군수를 중심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등 각종 현안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양양군은 악재를 만났다. 인근 동해시도 지난달 중순께 심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시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부시장이 시장 직무를 대리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심 시장 등을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심 시장은 2021년부터 시멘트 제조기업에 각종 시설 인허가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법인 계좌를 통해 1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업자 선정을 명목으로 수산물 수입 유통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동해시청 행정복지국장실과 안전도시국장실, 해양수산과, 산업정책과 등을 대상으로 이틀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심 시장 구속 수사 전에 담당 고위 공무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동해러시아대게마을’ 관련 수사는 대게마을 대게 공급사인 B 업체에 대해 최초 울산해양경찰서에서 처음 수사를 진행했다. B 업체는 부산에 소재한 업체다. 동해시는 지난 2019년 동해지역의 대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북방물류산업진흥원을 설립, 대개마을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심 시장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시장의 구속 기소에 따라, 시장 구속 후 시장 직무대리 역할을 해왔던 문영준 동해부시장은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연말연시 동해안 지자체장이 2명이나 구속되면서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보게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민선 시장들의 연이은 사법 리스크로 시정 공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억찬 강원경제인연합회장은 “새해부터 참담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지역경제가 위기를 맡고 있는데 동해시정을 이끌 수장이 구속되며 동해삼척 수소특화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에 차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주민 피해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지자체장의 공백은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개인 또는 당 차원서 지역사회에 진정성 있는 사과의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무릉별유천지, 도째비골 전망대 조성 등 동해 관광 기반을 닦은 심 시장의 공적을 토대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역대 4명의 민선 시장 모두가 뇌물수수 등에 연루돼 시정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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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참사> ‘막 지은’ 무안공항 미스터리

[무안 참사] ‘막 지은’ 무안공항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설립 배경이 재조명됐다. 공항 건설 초기부터 지적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 미숙한 운영 등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무안공항은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 등 정치적 견해에 휩싸인 바 있다. 공항 건설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지난 2023년 이용객은 24만6000명에 불과했다. 지난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설계됐다. 다만, 활주로는 약 2.8㎞로 다른 주요 국제공항보다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하던 탓에 활주로를 300m 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한화갑 공항’ 정치적 탄생 통상 대형 항공기 이용이 잦은 국제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길이가 3㎞를 넘는다. 실제 국내의 주요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3.75㎞), 김포국제공항(3.6㎞), 김해국제공항(3.2㎞), 제주국제공항(3.2㎞) 등은 무안공항보다 활주로 길이가 길다. 미국 JFK, 프랑스 샤를 드골, 도쿄 나리타 등 주요 국제공항 활주로는 4㎞가 넘는 곳도 많다. 무안공항서 400t 넘는 항공기 운항이 제한된 것도 활주로 길이가 짧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활주로 길이가 길수록 항공기 제동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바퀴 대신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속도를 제대로 줄이지 못해 활주로 끝 둔덕 등에 부딪혔다. 김규환 한국공항공사 항공훈련센터 센터장은 “3㎞에 미치지 못하는 활주로 길이는 평시 이·착륙 상황에선 문제가 없지만, 동체착륙 같은 비상시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사고의 주요 원인을 활주로 길이로만 돌리긴 어렵지만, 활주로 길이가 인천 정도로 길었더라면 이 정도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날 국토부는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고 기종은 1.5~1.6㎞ 길이의 활주로서도 착륙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고 원인 중 하나의 가능성으로 지목되는 조류 충돌 문제에 관한 안일한 인식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착륙 장치 ‘랜딩기어’ 고장이 조류 충돌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제 ‘고추 말리는 공항’ 오명 벗자” 20년 만에 해외 운항···무리수 결과 무안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조류 충돌 비율이 가장 높다.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무안공항에는 여객·화물을 합쳐 항공기 총 1만1004편이 오갔다. 이 기간 모두 10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운항 횟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 비율은 0.09%로, 비행기가 1만편 오갈 때 조류 충돌이 9번 발생했다는 뜻이다. 제주공항(0.013%), 김포공항(0.018%) 등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공항 주변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공항 건설 초기부터 관련 문제가 제기돼왔다. 공항 인근의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선 1만2000여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 이 지역에는 113.34㎢에 이르는 대규모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 등이 조성돼있어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무안공항엔 조류충돌예방위원회가 만들어져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당시 보고서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폭음기나 경보기를 설치하고, 레이저나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활주로 확장 공사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무안공항을 찾은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도 <경향신문>과 인터뷰서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오리 등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며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류 전문가인 주 소장은 매년 겨울 무안공항 주변을 방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돌 위험 지속 제기 그는 “사고의 주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적어도 이 지역에 실제 어떤 새들이 얼마나 있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해야만 또 다른 조류 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8시50분쯤 공항 근처 창포호 인근서 오리떼가 날아든 것이 관측됐다. 전날 오전 9시쯤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공항으로 들어온 시각과 비슷하다. 주 소장은 “가창오리 같은 경우 원래 야행성이라 해질 무렵이 되면 공항 남동쪽서 북동쪽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한 뒤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시 휴식처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에도 무안공항 인근서 20만마리의 가창오리떼를 발견했다. 무안공항 동쪽의 한 농경지에 서 있는데 가창오리 5만마리가 한 차례 지나간 뒤 15만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와 북동쪽으로 군무를 펼치며 이동했다는 것이다. 밤새 먹이활동을 한 가창오리는 아침이 되면 다시 경로를 거슬러 간다. 이 경로는 비행기의 경로와 맞닿는다. 무안공항 인근에는 약 40여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망운면 인근 바닷가서도 쉽게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또한 비행기 경로와 일치한다. 공항서 직선거리로 6~7㎞ 정도 떨어진 운남면도 비행기가 착륙하는 경로에 걸쳐 있다. 주 소장은 “제주도와 가덕도, 새만금까지 새롭게 공항을 늘리려 하는데 모두 새의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이라며 “위치 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관제탑 등 항공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이 사고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전까지 국제선 정규 노선을 운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같은 달 8일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다. 뜯어말렸던 조류 전문가 20만 오리떼 아침마다 이동 무안공항이 17년 만에 운영하는 첫 국제선 정기 노선인 만큼, 미숙함이 드러난 것이다. 또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 문재인정부서 임명된 사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 이후, 8개월째 공석이다. 기장 출신 관계자는 “조류 충돌 주의 경고 후 2분 만에 ‘메이데이’ 선언이 있었다”며 “당시 관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동체 착륙 외 다른 선택지를 택하는 건 불가능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동체 착륙 전엔 공항소방대가 대기한 뒤, 활주로에 화재 방지를 위한 소화 약제를 뿌렸어야 하는데 이 절차도 시행되지 않았다. 무안공항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인 로컬라이저와 이를 지지하기 위한 콘크리트 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안공항의 ‘방위각 표시시설(로컬라이저)’과 콘크리트 둔덕은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둔덕은 2m 높이에 이른다. 항공기 진입 방향과 반대 측의 활주로 끝 부근에 설치되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중심선 연장 위에 안테나가 설치된다. 이는 착륙하는 항공기에 활주로 중심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공항 측과 국토교통부는 ‘아래로 기울어진 비활주로 지면과 활주로와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을 세워 돌출된 행태로 보이는 것’이라며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준 미비 아낀 정비 그러나 사고의 피해를 더 키웠다고 지목되는 둔덕형의 로컬라이저에 관해 공항설계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과 규정에 어긋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논란이 되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시설이라서 특별한 제약 조건이 없다”며 “이는 현재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엔지니어링사는 1998~1999년 사이 발주된 무안공항의 실시설계를 담당했다. 그는 또 활주로 끝단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둔덕을 세우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관련 규정이나 상황을 모르고 그렇게 얘기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규정과 기준을 갖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외 기준과 규정을 다 포함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활주로 안전구역 밖에는 관제탑도 있는데 만약 항공기가 동체 착륙하면서 활주로 밖으로 미끄러져서 관제탑에 충돌할 경우엔 이것도 문제가 된다는 거냐”며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안전구역을 설정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들이 활주로 끝단에 둔덕형 시설물을 설치한 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본 적이 없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자신들 기준서 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은 앞선 국토부 입장과 유사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기 때문에 관련 안전기준이나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8㎞ 활주로 국제선 부족 “위치·구조 원인” 참사 키운 ‘콘크리트 둔덕’···국내 공항 수두룩 국토교통부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항공기가 착륙 후 제때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 끝부분을 지나쳤을 경우 항공기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착륙대 종단 이후에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넘어섰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인 셈이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끝에서 최소 90m 이상 돼야 된다. 무안공항은 199m로 설정하고 있다. 논란이 된 로컬라이저는 이 구역 5m 뒤에 설치돼있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것이다.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는 시설물은 설치 기준이 까다롭게 적용된다. 해당 기준 제22조에는 ‘항행에 사용되는 장비 및 시설로 반드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 설치돼야 하는 물체는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국토부의 ‘공항안전운영기준’ 제42조에도 ‘(착륙대, 유도로대 및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에)불법 장애물이 없을 것. 다만, 설치가 허가된 물체에 대해선 지지하는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 이상 높지 않아야 하며, 물체는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고 제시돼있다. 하지만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만간 관련 국내외 규정을 포괄해서 로컬라이저 논란에 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두고 제주항공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사고가 발생한 여객기는 직전 48시간 동안 8개 공항을 오가며 총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이외에도 제주·인천공항과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을 오갔다. 제주항공이 운항 스케줄을 무리하게 편성해 기체 피로도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술한 규제 책임 넘기기 물리적인 정비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3차 브리핑서 “모든 항공기는 제작사 매뉴얼이나 국토부가 인가한 기준에 맞춰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에는 김포공항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긴급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를 감지한 후 해당 편 기장이 지상 통제센터와 교신하며 조치해 정상 작동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장이 안전 운항을 위해 항공기 점검을 받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김포공항으로 회항해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금호건설 특혜 시비 ‘정치 공항’ 논란 무안공항은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인근에 공항이 있는데도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돼 당시 사업을 주도한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이용객이 없어 활주로서 주민들이 고추 말리는 장면이 목격돼 ‘고추 말리는 공항’으로도 불렸다. 199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무안·울진·김제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당시 실세였던 한 전 의원이 설립을 주도했다. 또 1999년 착공 당시 호남 기업인 금호건설이 건설사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됐다. 활주로 건설에 쓰이는 골재 납품을 특정 지역 업체가 전량 수주한 것을 두고서도 특혜 시비가 제기된 바 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