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내린 양양군수님,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4:23:07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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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양양도 권한대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중 2곳이 지자체장의 부재 속에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심규언 동해시장과 김진하 양양군수가 각각 구속되면서다.

심규언 동해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김진하 군수마저 뇌물수수와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됐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새해 첫 업무 날부터 낯뜨거운 상황이 연출됐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이은상 영장 전담 판사는 지난 2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로 청구된 김 군수의 영장을 발부했다.

행정 공백

업무 첫날 시무식이 아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김 군수는 “별도 입장은 없는가” 등 취재진의 물음을 뒤로한 채 법정을 향했다. 김 군수는 지난 2023년 12월 여성 민원인 A씨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에도 이 같은 행위를 했으며, A씨로부터 민원 해결을 이유로 현금과 안마의자 등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양양군청과 김 군수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엔 청탁금지법 위반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김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협박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날 발부됐다.


A씨의 민원 내용을 토대로 김 군수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는 양양군의회 더불어민주당 박봉균 군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앞서 A씨는 ‘김 군수의 성범죄 의혹이 담긴 영상물이 있다’는 사실을 박 군의원에게 제보했다. 이후 박 군의원은 김 군수를 만나 ‘A씨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해 9월 성폭행-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A씨가 운영하는 카페서 김 군수가 하의를 모두 내리고 있는 사진·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후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서 군수 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의혹 초기에 지역 내에선 현직 단체장의 성범죄 논란이라는 점에서 군수직 자진사퇴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군수는 현금 수수와 성폭행 의혹도 ‘화간이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논란이 불거지는 동안 별도의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김 군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월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탈당계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곧바로 탈당계를 처리했다. 김 군수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법원은 그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김 군수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더라도 기각되는 경우 그대로 재판에 넘겨지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김 군수는 앞으로 최소 6개월 동안 구금 생활을 하게 된다.


기소 이후에도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심서 최대 6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야 하고,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구금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김 군수는 논란 이후 박 군의원을 만난 자리서 “여자가 그렇게 덤비는데 세상에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구속영장과 별개로 김 군수는 주민소환 투표 발의로 인한 직무 정지 위기에 놓였다.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주민소환청구 서명부에 대한 2차 열람을 진행하고 있다.

민원인 앞서 부적절한 행위
성범죄 논란에 ‘화간’ 주장

이번 열람은 당초 접수된 4785명 중 무효를 제외한 보정을 통한 최종 유효 서명부 4200명에 대한 공개 열람이다.

유효 서명부가 주민소환투표 발의 최소 충족 요건인 유권자의 15%(3771명)를 훌쩍 넘겼다는 점에서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는 확실시됐다.

선관위는 이 기간 중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오는 10일께 선거관리위원회 심사를 통해 주민소환투표 발의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군수직 직무가 정지된다. 위원회는 주민소환 당사자인 김 군수에 대해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제출기한은 20일이다.

소명서는 주민선거 개시 전에 지역 유권자 공보물에 첨부돼 발송된다. 최종 개표 결정은 양양군 총 유권자 2만5134명의 33.3%인 837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투표율이 이보다 낮을 경우, 개표 없이 김 군수는 군수직에 복귀한다.

이날 오후 김 군수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양양군은 곧장 부군수 주재로 긴급 대응 방안 회의를 열고 관련 법령에 따라 부군수가 군수 직무를 대리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부군수를 중심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등 각종 현안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양양군은 악재를 만났다. 인근 동해시도 지난달 중순께 심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시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부시장이 시장 직무를 대리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심 시장 등을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심 시장은 2021년부터 시멘트 제조기업에 각종 시설 인허가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법인 계좌를 통해 1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업자 선정을 명목으로 수산물 수입 유통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동해시청 행정복지국장실과 안전도시국장실, 해양수산과, 산업정책과 등을 대상으로 이틀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심 시장 구속 수사 전에 담당 고위 공무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동해러시아대게마을’ 관련 수사는 대게마을 대게 공급사인 B 업체에 대해 최초 울산해양경찰서에서 처음 수사를 진행했다. B 업체는 부산에 소재한 업체다. 동해시는 지난 2019년 동해지역의 대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북방물류산업진흥원을 설립, 대개마을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심 시장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시장의 구속 기소에 따라, 시장 구속 후 시장 직무대리 역할을 해왔던 문영준 동해부시장은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연말연시 동해안 지자체장이 2명이나 구속되면서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보게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민선 시장들의 연이은 사법 리스크로 시정 공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억찬 강원경제인연합회장은 “새해부터 참담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지역경제가 위기를 맡고 있는데 동해시정을 이끌 수장이 구속되며 동해삼척 수소특화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에 차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주민 피해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지자체장의 공백은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개인 또는 당 차원서 지역사회에 진정성 있는 사과의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무릉별유천지, 도째비골 전망대 조성 등 동해 관광 기반을 닦은 심 시장의 공적을 토대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역대 4명의 민선 시장 모두가 뇌물수수 등에 연루돼 시정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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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