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내린 양양군수님,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6 14:23:07
  • 호수 1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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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양양도 권한대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중 2곳이 지자체장의 부재 속에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심규언 동해시장과 김진하 양양군수가 각각 구속되면서다.

심규언 동해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김진하 군수마저 뇌물수수와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됐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새해 첫 업무 날부터 낯뜨거운 상황이 연출됐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이은상 영장 전담 판사는 지난 2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뇌물수수, 강제추행 혐의로 청구된 김 군수의 영장을 발부했다.

행정 공백

업무 첫날 시무식이 아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김 군수는 “별도 입장은 없는가” 등 취재진의 물음을 뒤로한 채 법정을 향했다. 김 군수는 지난 2023년 12월 여성 민원인 A씨 앞에서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에도 이 같은 행위를 했으며, A씨로부터 민원 해결을 이유로 현금과 안마의자 등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양양군청과 김 군수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엔 청탁금지법 위반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김 군수를 불러 조사했다. ‘협박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 A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날 발부됐다.

A씨의 민원 내용을 토대로 김 군수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는 양양군의회 더불어민주당 박봉균 군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앞서 A씨는 ‘김 군수의 성범죄 의혹이 담긴 영상물이 있다’는 사실을 박 군의원에게 제보했다. 이후 박 군의원은 김 군수를 만나 ‘A씨의 민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해 9월 성폭행-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A씨가 운영하는 카페서 김 군수가 하의를 모두 내리고 있는 사진·영상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이후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서 군수 사퇴 요구가 분출했다. 의혹 초기에 지역 내에선 현직 단체장의 성범죄 논란이라는 점에서 군수직 자진사퇴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군수는 현금 수수와 성폭행 의혹도 ‘화간이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논란이 불거지는 동안 별도의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김 군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월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탈당계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곧바로 탈당계를 처리했다. 김 군수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법원은 그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김 군수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더라도 기각되는 경우 그대로 재판에 넘겨지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김 군수는 앞으로 최소 6개월 동안 구금 생활을 하게 된다.

기소 이후에도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심서 최대 6개월간 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야 하고,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구금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김 군수는 논란 이후 박 군의원을 만난 자리서 “여자가 그렇게 덤비는데 세상에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구속영장과 별개로 김 군수는 주민소환 투표 발의로 인한 직무 정지 위기에 놓였다.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2일부터 오는 8일까지 주민소환청구 서명부에 대한 2차 열람을 진행하고 있다.

민원인 앞서 부적절한 행위
성범죄 논란에 ‘화간’ 주장

이번 열람은 당초 접수된 4785명 중 무효를 제외한 보정을 통한 최종 유효 서명부 4200명에 대한 공개 열람이다.

유효 서명부가 주민소환투표 발의 최소 충족 요건인 유권자의 15%(3771명)를 훌쩍 넘겼다는 점에서 김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는 확실시됐다.

선관위는 이 기간 중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오는 10일께 선거관리위원회 심사를 통해 주민소환투표 발의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군수직 직무가 정지된다. 위원회는 주민소환 당사자인 김 군수에 대해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다. 제출기한은 20일이다.

소명서는 주민선거 개시 전에 지역 유권자 공보물에 첨부돼 발송된다. 최종 개표 결정은 양양군 총 유권자 2만5134명의 33.3%인 837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투표율이 이보다 낮을 경우, 개표 없이 김 군수는 군수직에 복귀한다.

이날 오후 김 군수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양양군은 곧장 부군수 주재로 긴급 대응 방안 회의를 열고 관련 법령에 따라 부군수가 군수 직무를 대리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부군수를 중심으로 한치의 흔들림 없이 행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등 각종 현안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양양군은 악재를 만났다. 인근 동해시도 지난달 중순께 심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시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부시장이 시장 직무를 대리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심 시장 등을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심 시장은 2021년부터 시멘트 제조기업에 각종 시설 인허가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법인 계좌를 통해 1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업자 선정을 명목으로 수산물 수입 유통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동해시청 행정복지국장실과 안전도시국장실, 해양수산과, 산업정책과 등을 대상으로 이틀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심 시장 구속 수사 전에 담당 고위 공무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동해러시아대게마을’ 관련 수사는 대게마을 대게 공급사인 B 업체에 대해 최초 울산해양경찰서에서 처음 수사를 진행했다. B 업체는 부산에 소재한 업체다. 동해시는 지난 2019년 동해지역의 대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북방물류산업진흥원을 설립, 대개마을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심 시장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시장의 구속 기소에 따라, 시장 구속 후 시장 직무대리 역할을 해왔던 문영준 동해부시장은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연말연시 동해안 지자체장이 2명이나 구속되면서 행정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보게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민선 시장들의 연이은 사법 리스크로 시정 공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억찬 강원경제인연합회장은 “새해부터 참담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지역경제가 위기를 맡고 있는데 동해시정을 이끌 수장이 구속되며 동해삼척 수소특화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에 차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주민 피해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지자체장의 공백은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개인 또는 당 차원서 지역사회에 진정성 있는 사과의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무릉별유천지, 도째비골 전망대 조성 등 동해 관광 기반을 닦은 심 시장의 공적을 토대로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역대 4명의 민선 시장 모두가 뇌물수수 등에 연루돼 시정이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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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