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색출’ 바쁜 국민의힘 이중플레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30 14:40:13
  • 호수 1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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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해해야 버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배신자 색출과 따돌림에 바쁜 국민의힘은 제1차 세계대전 패배 후 배후중상설에 심취한 전간기 독일을 연상시킨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오늘은 정치와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대부> 3부작의 위대함을 반증한다.

비상계엄 사태 발생 다음날인 지난 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선 “윤석열 대통령이 고독할 때, 우리가 말벗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거나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등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찬성했다고
신변 위협까지

국민의힘 김민전 당시 최고위원은 이튿날 최고위원회의서 울먹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 김 전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지 제대로 알리지 못해서 계엄이라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엔 우왕좌왕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과 이틀 만에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이해 ▲남 탓이라는 등 논리구조를 완성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고,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즉, 당의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진다는 논리였다.

세 번째 논리구조는 ‘배신자 색출’이었다. 이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불거졌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찬성하면서 탄핵소추가 가결되자, “탄핵을 두 번 당한 정당이 어떻게 정권을 다시 잡겠느냐”는 공포가 현실화됐다. 공포는 ▲찬성표 12표 ▲기권 또는 무효표 11표 ▲탄핵 찬성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한동훈 당시 대표 등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JTBC는 지난 14일 진행된 국민의힘 비공개 의총 녹취를 일부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은 한 전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일부 의원은 그에게 물병을 던지기까지 했다.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은 제가 한 게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 전 대표를 일컬어 ‘도라이’라고 지칭했다.

“저런 놈을 갖다가 법무부 장관을 시킨 윤석열은 제 눈을 지가 찌른 것”이라고 비난하는 의원도 있었다.

한 전 대표가 지난 16일 사퇴하자, 분노는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게로 번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전 대표의 사퇴 전인 지난 11일 한 전 대표와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을 ‘한동훈과 레밍들’이라고 지칭하면서 “당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9일 “국민의힘서 탄핵 찬성 의원에게 가까이 다가가 ‘배신자’라고 속삭이거나, 일부러 악수를 피하는 등 노골적인 따돌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던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실적으로 거처를 공개하면 신변의 위협도 느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이런저런 협박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 없는 왜곡·과장·허위 보도고, 제보자가 꾸며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물론, 이 위원장의 반박은 큰 설득력을 얻고 있진 못하다. 김 의원이 인터뷰서 ‘신변의 위협’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정립했던 ‘죽음의 5단계’ 중 1단계 부정과 2단계 분노가 섞여 있다.


죽음 5단계 중 부정·분노
결국 못 벗어나고 허우적

‘배신자 색출 및 조리돌림’으로 마무리되는 3단계 논리구조는 제1차 세계대전 패배 후 독일서 광범위하게 유행했던 배후중상설을 연상시킨다. 동부와 서부서 양면 전쟁을 치렀던 독일은 1918년 2월 소련과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체결해 동부전선의 압박서 벗어난다.

하지만 소련보다 국력이 월등한 미국이 참전하자, 주요 방어선 힌덴부르크 선이 무너진다. 이어 주요 동맹국들의 항복과 영국의 해상 봉쇄에 따른 경제난에 직면하자, 독일도 항복한다. 

독일의 권력을 잡고 있던 군부는 연전연패라는 전황을 숨기는 언론통제를 진행했다. 내각도 항복 직전이 돼서야 전황을 정확히 알았다. 항복 이후 황제 빌헬름 1세는 네덜란드로 망명했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출범했다. 독일 국민들에게 항복 소식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함께 닥쳐온 것은 일부 유대인이 주도했던 극좌 봉기였다. 이에 맞서 극우 세력도 폭동을 일으켰다. “영국·프랑스 등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베르사유 조약도 알려졌다. 이는 구 군부를 포함한 우익 세력이 배후중상설을 주장했던 직접적인 계기였다.

당시 독일서 유행했던 배후중상설의 내용은 “독일이 전쟁서 진 이유는 유대인과 좌파가 등 뒤서 칼로 찔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구 군부 세력에게 훌륭한 면피의 명분이 됐다. 군부 세력의 핵심이었다가 전쟁 패배 후 독일을 떠났던 에리히 루덴도르프는 인터뷰 도중 당시 상황을 놓고 “등 뒤서 칼에 찔렸단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내 말이 바로 그것”이라고 답변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부 1인자였다가 아돌프 히틀러의 총통 취임 전까지 대통령이었던 파울 폰 힌덴부르크도 배후중상설을 퍼트린 배후였다. 히틀러는 배후중상설을 충실히 이어받아 유대인 절멸을 시도했다. 배후중상설은 인지부조화와 책임전가를 조합한 주장이었다.

국민의힘 내 ‘배신자 색출’ 움직임도 윤석열정부의 사실상 몰락 이후 “책임지기 싫다”는 심리와 위기 상황서 만만한 사람을 적으로 삼아 두들겨 패면서 뭉치는 심리가 결합한 결과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영화 <부산행>에 있다. 좀비 바이러스 창궐이 열차서도 진행되자, 안전한 칸에 있던 생존자 중 일부는 다른 생존자를 위해 문을 열어줄 경우 감염자들이 함께 몰려올 것을 두려워해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훌륭한 
면피 명분

문을 열지 않았던 생존자들은 감염자와 동행했던 생존자들을 감염자로 몰아 안전한 칸에서 내쫓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좀비 영화서 자주 나오는 설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비판 여론이 클 수밖에 없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정책과 법률을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겐 더 가혹한 인내심과 냉철함이 요구된다.


‘배신자 색출’은 마피아·갱스터 영화서 흔히 다루는 설정이다. 미국 마피아 영화 <대부> 3부작의 중심 내용도 배신자 색출이다. <대부>는 훌륭한 정치학 교본이다. 여전히 회자되는 명대사들에 정치와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1부 주인공이자 대부인 돈 비토 코를레오네는 대자인 가수 겸 배우 조니 폰테인으로부터 하소연을 듣는다. “잭 월츠라는 영화 제작자가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자신의 영화 출연을 막으니 해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비토는 울면서 하소연하는 대자의 따귀를 때리면서 “남자답게 행동하라”고 꾸짖은 후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고 말한다.

비토가 말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은 잭 웰츠의 침대에 그가 애지중지하던 말의 잘린 머리가 올려진 것으로 드러난다. 이후 조니는 원하던 영화에 출연했다.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는 대사의 취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문에도 담겨있다. 결정문엔 “대통령의 재단 출연 요구는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이고,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 기업은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권력자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 지지율 폭락에 시달리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절대권력을 얻는다면, 윤 대통령의 제안은 침대에 잘린 말 머리가 있는 것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제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엔 “누구도 내 제안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어 등장하는 <대부>의 명대사는 “화해를 권유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배신자”다. 비토는 타탈리아 패밀리와의 항쟁서 장남 소니 코를레오네를 잃는다. 그 결과, 비토가 정치인으로 키우려고 했던 셋째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후계자가 된다. 

이후 비토는 오랜 친구 돈 바지니가 자신의 패밀리를 노리고 타탈리아 패밀리를 배후조종해 항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어 마이클에게 “돈 바지니가 우리 조직원을 매수해 너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다. 이때 나온 대사가 “돈 바지니와의 화해를 권유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배신자”였다.

편한 사람
더 가까이

돈 바지니는 소니를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인데, 화해를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면 배신자일 가능성이 높다. 비토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 출신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은 친족 중심으로 움직이고, 시칠리아 마피아는 복수를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돈 바지니와의 화해는 있을 수 없다. 

강성 친윤의 관점서 볼 때,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에 대해 ‘조속한 직무 정지’ ‘탄핵’ 등을 언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일 개연성이 높다. 민주당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일 소지가 많다. 그런데 정작 저 대사를 여러 번 곱씹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한 전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무너진다. 한 전 대표 체제는 친한계로 거론됐던 장동혁·진종오 의원이 사퇴에 합류하면서 무너졌다. 

장 의원은 비상계엄을 해제한 국회의원 190명 중 1명이었고, 진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영입해 국회의원이 됐다. 그런 그들이 한 전 대표 체제를 무너트린 이유는 ‘탄핵 반대’였다. 그들의 탄핵 반대는 친윤과의 화해 권유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그들에겐 ‘국민의힘 붕괴 방지’라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존속이 국민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들은 비판 대상이 됐다. 한 전 대표 관점에선 둘째 형 프레도 코를레오네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단 사실을 알았던 마이클의 충격에 버금갔을 것이다. 물러설 수 없는 명분과 화해는 양립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비토는 아들에게 이를 짚은 충고를 한 것이다.

반대로 한 전 대표에게 적용할 수 있는 대사도 있다. 코를레오네 부자가 한 번씩 말하는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대사다. 이는 비토가 후계자로 낙점된 마이클에게 남긴 경영철학이었다. 원전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조직과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적을 더 가까이 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가까이 지켜봐야 포섭할 가능성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편한 사람만 가까이 해선 다양한 능력을 두루 부릴 수 없다. 마음의 지옥을 감수하는 것이 조직의 수장이 견뎌야 할 운명이다.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지나치게 뚜렷하다. 이들의 호불호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이 춤을 췄다.

윤석열·한동훈 모두 못 지켰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적대적인 사람에 대한 독설을 아끼지 않는 한 전 대표의 평소 성향은 결국 국민의힘서 쫓겨나는 이유가 됐다.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가 무력화된 후 국민의힘은 ‘중진의힘’으로 통한다. 두 사람의 공백을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5선 이상 중진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비상 의원총회서 중진들의 주도로 5선 권영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중진의힘이 주도하는 국민의힘은 우리 영화 <신세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신세계>도 겉으로는 조직폭력을 다룬 범죄 영화지만,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다룬다. <신세계>의 배경은 3개의 폭력조직이 통합한 후 기업화한 골드문이다.

이를 주도한 석동출 회장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어 석동출의 직계 이중구와 실질적 2인자 정청이 후계자 다툼을 하는 상황이 내내 이어진다. 

영향력을 거세당했던 명목상 2인자 장수기는 계열사 분리를 약속하면서 이중구·정청으로부터 소외된 원로들을 포섭하려고 한다. 원로들은 “족보대로, 공식 서열대로 가는 것이 남들 보기에도 좋지 않느냐”면서 흐뭇해한다. 원로들이 추대한 차기 회장 후보는 장수기였다. 원로들이 ‘족보대로’ ‘공식 서열대로’를 강조하면서 뭉치는 상황,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제4차 대국민 담화서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 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 어디서 도대체 뭘 했느냐”면서 야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로써, 정작 칼춤은 자신이 춘 꼴이 됐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칼춤’이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묘해진 <신세계> 마니아들이 많았을 것이다.

후계자 다툼서 패배 직전으로 몰린 이중구는 경찰관 강형철로부터 정청을 제거하기 위한 대규모 항쟁을 제안 받았다. 그러자 이중구는 “나더러 칼춤이라도 한 번 추라는 말이냐”면서 화를 냈다. 이중구는 항쟁을 결정한 후엔 “까짓 거, 내 칼춤 한 번 춰주지, 춰준다”고 말한다. 

<신세계> 내 항쟁과 대한민국의 비상계엄은 모두 같은 결말로 끝났다. 한 전 대표와 정청이라는 정적은 제거했지만, 윤 대통령과 이중구는 모두 무력화됐다. 이중구는 윤 대통령과는 달리 패배를 인정했다. 이중구의 깔끔한 패배 시인을 접한 정청의 부하들은 이중구를 살해하면서도 예우를 갖췄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 주요 정치인들을 모두 체포해 경기 과천 소재 방첩사령부에 수감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정적 한 순간 일망타진’은 <대부> 2부와 <신세계>의 주요 장면이다. <대부> 2부서는 마이클이 참석한 조카의 세례식 장면과 부하들이 뉴욕의 다른 패밀리 수장들과 배신자들을 모두 제거하는 장면이 교차한다. 

<대부>와
<신세계>

<신세계>에선 정청의 후계자이자 골드문에 침투했던 위장경찰 이자성이 골드문 접수를 결심한 후 자신의 정체를 아는 경찰관들과 주요 정적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 갱스터 영화의 흐름서 못 벗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가원수고, 국민의힘은 여당이다. ▲폭력을 활용한 정적 제거 시도 ▲책임 회피 ▲배신자 색출 및 조리돌림 등은 국가원수와 유력 정당이 할 행동이 아니다. 이들이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지니까”라는 <대부> 3부의 대사를 음미할 줄 알았더라면,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부>의 위대함을 방증하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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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