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호모 나랜스’ 노상호·이영욱·정영호

이야기의 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있는 라흰갤러리서 노상호·이영욱·정영호 작가의 3인전 ‘호모 나랜스’를 준비했다.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는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이번 전시는 이야기의 위기라는 난맥상에 노출된 형국서 자기를 보존하면서도 동시대의 이야기를 찾으려는 양상을 포착하고자 기획됐다. 

유인원이었던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으로 진화한 서사적 동물, 이른바 ‘호모 나랜스’다. 정보의 폭발적인 증가는 ‘이야기하기’와 ‘경청’에 필요한 인간의 주의를 점차 파편화하며 ‘이야기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서사의 위기는 존재를 덮치는 곤경의 총체로 작용한다. 

파편화된 주의

인간은 삶의 형식을 서사적으로 실현하면서 스스로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귀를 기울이며 생의 의미를 찾는다. 이번 전시 ‘호모 나랜스’는 서사를 이루지 못하는 정보와 데이터, 부스러기 같은 순간이 참여 작가의 머릿속을 어떻게 스치는지, 당면한 현상을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내는지 살펴보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노상호는 이야기에 관심을 두기보다 순간적인 이미지만을 소비하려는 현대의 풍광서도 나름의 자아를 건설하고 있다. 그 결과가 ‘The Great Chapterbook’과 ‘Holy’ 시리즈다. 가상에 흩뿌려진 이미지를 매일 수집해 그려낸 ‘The Great Chapterbook’에는 정보가 작가라는 얇은 존재를 통해 쏟아지듯 들어왔다가 다시 가상에 퍼지는 프로세스가 담겨있다. 

AI 생성기를 거쳐 제작되는 ‘Holy’에서는 현실의 물리를 위배한 오류인 글리칭이 나타나는데,  작가는 아날로그서 디지털을 바라보며 양쪽을 오가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이렇듯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횡단하는 작금의 현실과 그 간극이 초래하는 감각을 즉물적으로 옮겨낸 노상호의 회화는 자극의 홍수 앞에서 둔해지는 의식의 힘을 지속해서 추동케 만든다. 


정보의 바다서 사라진
서사를 찾는 여정 담아

이영욱은 ‘형상의 반복성’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미지가 기괴하게 결합된 개조와 병치의 느낌을 화면에 부여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패턴을 조작하는 이유는 말초적인 흥분에 도취된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성해 현대 사회의 단면에 접촉해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토로하기 위해서다. 

이영욱이 파편화된 이미지를 불안정한 건축적 구도 안에 배치하는 것은 뇌가 삶의 조각을 편집하고 사건을 특정한 서사 구조로 분류해 ‘기억의 집합’으로서의 자아를 형상하는 과정을 연상시킨다. 나와 주변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로 작업의 피부를 열면서 자신을 꾸밈없이 반영한 모습이 무엇인지 인식의 폭을 넓게 펼쳐나가고 있다. 

정영호는 사진의 형식이 지닌 역치를 극복하기 위해 조형적인 실험에 모종의 맥락을 결합해 물질로 프린트되는 사진의 유효성을 모색하고 사진이 세계와 시선을 교환할 수 있는 고유의 피부 감각을 갖기를 꾀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방향으로 구성된 기존의 ‘더블 레티나’ 작업을 발전시켜 작가 자신과 동시대인의 정서에 관한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구체화하고 있다. 

일상을 촬영한 흑백 필름 사진과 소셜미디어의 GUI, 생성 이미지 혹은 해외 보도 사진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 픽셀이 드러나도록 접사 촬영한 사진을 스토리보드의 프레임 안에서 통합하는 것이다. 정영호는 화면 안과 밖의 세계가 마주하는 지점과 순간을 발생시켜 화면 안의 세계와 현실의 미묘한 동행이라는 구조로부터 우리의 인식 체계가 얼마나 연약하게 동요되는지를 체감케 한다. 

곤경의 총체

라흰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 ‘호모 나랜스’는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각자의 서사를 만들고 인식을 증진할 수 있는 감각을 모색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위기라는 거친 낯섦에 가로막힌 우리를 논의의 장으로 초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1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노상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학사(2013)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 석사(2022)

▲‘고스트 브러시’ 유키코미즈타니(2024)
  ‘홀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2024)
  ‘더 그레이트 챕북’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2023) 외 다수

[이영욱은?]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박사과정 수료(2023)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 졸업(2020)
  단국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과정 졸업(2018)

▲‘틀의 변용’ OCI미술관(2024)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자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2023)
  ‘받침점 위에 얹어진 피부’ 에브리아트(2022) 외 다수

[정영호는?]

▲Royal College of Art, Photography 석사 졸업(2018)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사 졸업(2014)

▲‘Double Retina’ 금호미술관(2023)
  ‘Converted and Interpolate’ 을지로 상업화랑(2022)
  ‘Out of Photography’ 송은아트큐브(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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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